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 Feb 09. 2020

성/평등 교육을 왜 시작했을까?

페미니즘, 퀴어, 청소년을 경유한 나의 삶, 그 끝에 페미니즘교육.

■ 모든 활동의 시작과 마음가짐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여러 관점이 있겠으나 저는 페미니즘이 상처 입은 사람들이 다른 삶, 더 나은 삶,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언어와 사유 틀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도 듣고, 성별·성적지향·연령·지위·학력·장애 등의 이유로 마주하는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듣습니다. 이런 소수자·약자들의 경험은 서로 닮아있습니다. 제가 활동을 하며 여러 운동 영역과 활동가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삶, 정상적인 사람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곁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그 경험, 비슷한 그 감정을 알기 때문에 다른 소수자와 약자의 삶의 고단함과 끝없는 싸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르지만 나를 지지해주는 존재의 힘으로 더 힘있게 살아가고 싸울 수 있습니다. 차이가 연결과 연대의 지점이 되고자 실천하고 공부하며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페미니즘 활동과 교육활동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감추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인간의 존엄함을 믿으며,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을 위해 지금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활동의 연장선에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2017년 11월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저는 누구나 자신의 존엄한 삶을 살 수 있으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 아닙니다. 자기와 다른 삶을 부정하는 언행과 시선도 폭력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성소수자의 현실에 비추어 역설했습니다. 우리사회에 여전히 부족한 젠더민감성에 대해서도 발언했습니다. 녹화영상이 방영되기까지는 진통이 있었습니다. 강의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수 기독교계가 반발했습니다. 영상은 사이트에 게재된 지 단 하루 만에 내려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저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우리사회가 함꼐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혐오와 낙인과 배제에 반대하며 영상 재게시를 요구했습니다. 연대의 힘을 모이자 긍정의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강연 영상은 내려진 지 4일 만에 다시 게시될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겪으면서 성소수자를 둘러싼 혐와 차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하면서 유사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나 ‘세바시’사건은 특별했습니다. 누군가의 지지와 인권 옹호를 겪으면서 기존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들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활동은 저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이었다면 ‘세바시’ 사건을 통해 타인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나누는 활동으로 변했습니다. 내가 받았던 도움을 나눌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2017년부터 해 온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자원활동가 경험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인 존재의 중첩된 차별, 배제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고, 이후  본격적인 청소년 성소수자 관련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띵동’ 자원활동을 통해 연간 500여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이들에게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 역시 그들에게 중요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순히 성소수자여서만 생기는 문제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로서 갖는 보다 많은 취약성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배타적인 발언, 학내 상담교사가 하는 발언 등에 취약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를 개입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로서의 민감성,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합니다. 위기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쉼터를 이용하고자 해도, 기존의 쉼터는 성별 이분법을 기반으로 여남 구분으로 운영되고 있고, 통합 운영이더라도 사실상 쉼터 종사자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없어 종사자들이 걱정하는 마음으로 입소를 거부 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 성소수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활동을 통해 기반을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고민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서울시청년허브의 지원을 받아 포괄적 성교육에 대한 공론장을 운영했습니다. 그 행사의 패널로 온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류은찬 사무국장이 “교육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차별과 혐오를 없앨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에 더욱 확신을 갖고 성평등교육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프리랜서 교육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N개의 공론장: 포괄적 성교육, 우리의 목소리로 고민하자! 
https://brunch.co.kr/@n-talk-with/15

N개의 공론장: 포괄적 성교육, 우리의 목소리로 고민하자! 행사스케치 영상

https://youtu.be/tLIaiIhgcj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