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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Mar 25. 2022

#01. 윤석열 '국민의 힘' 입당

<대표 승인 없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직원이 있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입당한 날 촬영한 사진이다. 왼쪽부터 김병민, 장제원, 윤석열, 권영세, 박진이다. 김병민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의 입으로 대선 전반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후보를 지켰다. 장제원 의원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끌어낸 전권을 가진 협상 대표이다. 권영세 의원은 총괄 선대본부장으로 이번 대선 캠프의 실질적인 리더였다. 박진은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입안했다.


 지금 이 사진에 나온 모든 사람은 개국공신이다. 묘한 기시감이 든다. 이제 이들은 곧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를 운영해갈 핵심 인사들이다. MB의 귀환이라는 말이 크게 틀리지 않다.

<이미지 출처 : 2021. 7. 30. news1 인용>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김기현 원내대표는 어디에 있는가? 이준석 대표는 이 날 호남 일정으로 당사를 비우고 있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를 떠났다. 당 지도부가 당을 비운 사이 기습적인 입당이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대통령 지지율 1위 후보가 이렇게 입당한 적이 있는가? 결코 없다. 여의도 문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어떤 조직도 이렇게 구성원을 맞이하는 경우는 없다. 윤 당선인은 여의도 정치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문법을 탈피했다.


 쉽게 생각해보자.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대표 승인 없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소고기 회식을 하려 해도 부서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쉽게 수용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윤 당선인은 매우 전략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당 대표를 완전히 무시했지만.


'내 앞에 줄 서라.'


 권영세 위원장은 오랜 시간 윤 당선인과 알고 지낸 관계이다. 쉽게 말해 친분 관계가 두텁다. 검사 출신이자 노련한 정치인이다. 반면에 윤 당선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이준석은 당 대표라 할지라도 30대 중반의 얼치기 정치인에 불과하다. 그와 손잡고 국민의 힘에 입당한다고? 그건 안 되는 일이다. 적어도 검찰에서 허다한 정치인을 무릎 꿇게 만들었던 윤석열 총장 입장에서는.


 국민의 힘의 원내 의원과 원외 당직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내 앞에 줄 서라. 대표고 뭐고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국민의 힘의 많은 정치인들이 실제로 줄 섰다. 당내 역학관계를 완전히 뒤엎었다. 흔히 민주 진영의 지지자들은 윤 당선인을 조롱하고 가벼이 생각하는데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니다. 검찰총장을 지냈고 정치 신인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며 마침내 대권을 차지했다.      


 그가 권력을 유지한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을 공격하고 자신보다 낮은 자리에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MB정부에서 출세했고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며 좌천됐으나 민주 진영 지지자로부터 일약 정의로운 검사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출세하였으나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며 성장했고 결국에는 대권을 차지했다.


 제1야당 대표를 패싱 하며 당내 위상을 가져오고 당 대표에게 불만이 있던 세력에게 자기 곁을 내주며 충성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 동일한 방법으로 매번 성공할 수 없다. 반사체로 성장한 정치인은 적이 많다. 권력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것은 한 줌의 재로 변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던졌던 말과 행동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정점에 올라선 권력이 자만하고 방심하면 그 결과는 언제나 불행했다.


 기존의 권위에 대항하고 공격하며 얻은 지지는 공격할 대상이 사라지면 그 동력마저 사라진다.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간단하다. 외부에 적을 만든다. 나는 그 적이 북한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윤 당선인은 이미 일본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대적하며 취임 초기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각오하기 힘들다. 미국은 영원한 우방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외부의 적은 북한이다.


 이 결과 자연스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는 증폭된다. 위기를 조장하고 외부의 적을 통해 내부 통치권을 단단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윤 당선인은 모든 사안을 나를 중심에 놓고 판단한다. 국민의 힘 입당 전후로 윤 당선인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본부장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고 지지율은 정체하고 있었다.


'나 먼저 생각한다.'


 쉽게 말해 나 먼저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국민의 힘에 입당했다. 정치적 대의명분, 정치 철학, 미래 비전 등과 같은 말 뿐인 이유도 언급하지 않았다. 당연히 당에 대한 충성심과 존중은 없다. 정당을 이용한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문재인 정부로부터 탄압받은 검찰총장이 야당에 입당하여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고 본인의 리스크를 관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그저 그런 정치인 중에 한 명일뿐.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나는 선, 나를 반대하는 자는 악이라고 규정하고 지지 세력의 분노를 자극해서 충성도를 높이는 선동 정치 성공했다. 권력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반대세력은 숙청하고 본인의 뜻을 거스르는 참모는 사라 남기 힘들다. 그렇다면 국민은? 아마,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50%의 국민은 고려사항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 세력을 무시하고 정치권을 혐오하며 권력에 취해가는 미래의 대통령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도 패싱 하는데 자기 아래에 위치하는 모든 존재는 어떻게 대하겠는가? 어찌 보면 불 보듯 뻔한 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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