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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Jul 30. 2022

강봉수 판사를 아시나요?

에세이 #69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기사는 강봉수 판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평생 판사로 재직했습니다. 은퇴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66세에 로펌을 관두고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7년간 공부를 마치고 73세에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중력 속 양자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저 몇 줄로 요약하기에 그가 보낸 7년의 시간은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터뷰에서 밝히듯 영어 공부부터 쉽지 않았고 입학하고 학위를 받기까지 끊임없는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퇴직 후 영어 학원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60대 중반의 전직 판사를 상상할 수 있나요? 기사 읽고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인간에 대해 존경심을 가져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법조인들은 퇴직 후에 법무법인의 자문역으로 자리를 옮겨 전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당연히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보상을 받 것이죠. 가 그 길을 걸어도 누구 하나 욕하는 이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가만히 상상해봅니다. 예순이 넘은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성이 토플 학원에 앉아 영어 공부를 합니다.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토플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받아봅니다. 미국 대학원에 입학 가능한지를 살펴보며 입학 원서를 준비합니다. 하나하나가 쉽지가 않았을 겁니다. 미국 유학을 시작하며 또 다른 도전을 직면했고 극복했을 겁니다. 참, 쉽지 않은 선택을 하고 결국 이뤄낸 그가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인간은 익숙함을 선호합니다. 기호와 취향은 물론이거니와 이직을 준비하더라도 동종업계에 더 좋은 회사를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더 높은 연봉을 기대하거나. 대체로 비슷한 부류의 사람과 어울리고 유사한 업계에서 경력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온 한 인간이 자기 분야에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성공을 거두고 전혀 관련이 없는 물리학을 배우기 위해 다시 준비를 한다는 것그저 언론 기사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는 평생따라다니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또한, 나라는 존재는 사회 속에서 나이에 맞는 말과 행동을 요구받습니다. 렇지 않을 경우 자연스레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은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길을 나설 때 찾아옵니다. 새로운 을 열고자 한다면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사람과 함께해야 합니다. 때론 그것이 크나큰 불편을 초래하더라도.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는 결국 누군가에게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존경과 찬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바라보는 단 한 사람이라도 크든 작든 선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이가 들어가며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성하는 중요한 동력은 비난과 힐난이 아니라 기대와 관심입니다. 나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인간이 성장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망을 충족하며 자연스레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평생 동안 유일하게 인정받고 싶은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강봉수 판사는 은퇴 후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며 익숙함을 떠나 불편한 공간으로 자신을 떠나보냈습니다. 만약 내가 그의 후배라 법관으로 이룩한 성공보다 은퇴 후의 결정에 더 큰 존경심을 가졌을 겁니다.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길을 걷고자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나 자신입니다. 모든 선택은 찬반이 나뉘고 언제나 찬성만큼 반대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반드시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나의 선택이 옳은 결정이 되도록 만드는 겁니다. 적어도 내 삶을 꾸려가는 자기 결정권을 포기하지 않아야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료출처 :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홈페이지 게재 사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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