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0년에 제 미디엄에 발행했던 글이며, 기록용으로 브런치로 옮겨왔습니다.
요즘 저는 스티비 팀 디자이너 외에 ‘weekly D 뉴스레터 발행인’으로도 소개되곤 합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 발행 2년 차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디자이너로서 제품을 더 많이 써보고, 애정을 가져보자’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종종 뉴스레터를 어떻게 시작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제 대답은 ‘선 발행, 후 고민’입니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국내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레터가 있는지?’라고 물었을 때, 마땅히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제가 해보죠’라고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제 글 ‘프로덕트 디자이너 적응기’를 읽어주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뉴스레터이다 보니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고, 어느 정도는 해결된 문제도 있습니다. 이번 글은 그동안 겪었던 몇 가지 문제와 그 해결책을 공유하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발행 준비~첫 번째 뉴스레터 발행 후
뉴스레터를 발행하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콘텐츠뿐인 줄 알았는데, 구독 신청 페이지도 필요하다는 것을 발행하기 직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뉴스레터를 받으면 흔히 보이는 ‘구독하기’ 버튼에 연결할 페이지가 없던 것인데, 이때만 해도 스티비 서비스에서는 구독 폼 페이지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급한 대로 구글 폼을 이용해 간단히 이메일을 수집하는 페이지를 만들어 연결했습니다. 구독 신청 페이지가 생기자마자 첫 번째 뉴스레터를 구독자 5명(지인..)에게 발행했습니다.
일단 발행하고 나니 구독자를 모을 준비가 다 된 것 같았습니다. 뉴스레터와 구독 신청 페이지 링크를 알고 있던 커뮤니티와 회사 슬랙에 공유하며 구독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모은 구독자가 2주 차 때는 60명 정도 됐습니다.
구글 폼으로 수집한 이메일 주소는 수동으로 스티비의 weekly D 주소록으로 매일 틈틈이 옮겼습니다. 처음엔 크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직전에도 확인을 해서 업데이트하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뉴스레터를 예약하는 시점과 발행하는 시점의 차이가 클수록 확인을 여러 번 해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스티비 팀에게 구독 폼 페이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쉬운 방법을 찾다가 재피어(zappier)를 이용해 구글 시트에서 자동으로 스티비 주소록으로 옮기는 조금은 난이도 있는 방법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피어는 쉽지 않아 팀원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겨우 연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재피어로 연결하는 방법은 스티비 블로그의 ‘스티비로 시작하는 이메일 마케팅 자동화 #1 준비하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이즈음 스티비에서도 구독 폼 페이지를 관리하는 기능을 업데이트하였고(드디어!) weekly D에 바로 적용했습니다. 재피어에서 훅을 설정한다던가 뭔가 이것저것 설정을 할 필요 없이 구독 폼 관리 페이지에서 바로 설정해서 쓸 수 있어서 편하고 쉬웠습니다.
구독 신청 페이지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에게 필수적인 페이지입니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지난 뉴스레터를 볼 수 있는 페이지의 링크도 추가해놓으면 구독자를 쉽게 모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구독자가 1명이라도 있다면 ‘발송하기’ 버튼을 누를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뉴스레터 발행 한 달쯤
뉴스레터를 발행한 지 1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오픈/클릭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발송 완료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트위터로 공유하기’가 클릭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클릭 데이터만 봐도 공유하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았는데 갑자기 높아져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weeklyd2019@gmail.com을 발신자 메일 주소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발신자 주소만 Gmail일 뿐 실제로는 스티비 서버의 도메인을 이용해서 발송하고 있었습니다. 구독자의 수신 서버에서는 stibee.com에서 발송하면서 gmail.com이라고 하니까 스팸인지 아닌지 검사를 하게 됩니다. 이때 봇이 모든 링크를 클릭하면서 제대로 된 이메일인지 확인하는데 이러다 보니 ‘트위터 공유하기’가 클릭 1위가 되게 된 것입니다 � (물론 트위터로 공유하기의 클릭 1위가 사실이라면 너무너무너무 좋겠지만요….)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도메인을 구입한 뒤, 도메인의 이메일 주소를 발신자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국내에서는 도메인은 보통 카페24나 가비아 등에서 많이 구입합니다. 저는 이벤트 기간에 xyz 도메인(weeklyd.xyz)을 가비아에서 1,500원에 살 수 있었습니다. 도메인을 구입하고 끝이 아니라 이 도메인을 발신자로 지정한 뒤(hello@weeklyd.xyz), 스티비 서버를 통해 발송되더라도 발신자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설정을 따로 해주어야 합니다.
이 설정이 SPF(Sender Policy Framework)와 DKIM(DomainKeys Identified Mail)인데요, 사용하는 이메일 발송 솔루션의 설정 방법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스티비를 사용하는 혹은 사용할 예정인 분들은 요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스티비 도움말)
일단 저는 도메인을 구입하고 DKIM 설정을 통해 클릭 결과 값이 잘못 나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일차적인 문제는 해결했습니다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회사 메일 주소로 구독 신청을 하신 분 중에 수신 서버에서 자체적으로 스팸처리를 하는 경우입니다. 발행하는 쪽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한 거라 더 할 수 있는 게 없어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방법의 하나는 스팸 처리되는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서 다른 주소로 구독 신청을 하라고 권유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회사 메일로 구독하는 이유는 자주 메일을 확인하기 때문이기도 해서 구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후에라도 더 나은 해결 방법을 찾게 되면 꼭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뉴스레터 발행 3개월쯤
도메인 문제도 해결하고 발행한 뉴스레터가 점차 쌓여갈 때쯤,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전에 발행한 뉴스레터를 좀 살펴봐야 weekly D를 구독할 텐데 현재 구독 신청 페이지에서는 단순히 지난 뉴스레터를 목록처럼 링크로 나열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한 링크 나열보다는 weekly D에서 소개한 글을 분류별로 모아놓거나, 노동요 제보받은 것들을 리스트로 쭉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말 그대로 ‘뉴스레터 아카이빙 페이지’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팀에서도 노션을 쓰기 시작해서 weekly D 소개 페이지를 노션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노션에서는 메뉴처럼 페이지를 하위로 둘 수 있어서 쉽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6월에는 사두었던 도메인(weeklyd.xyz)을 노션으로 연결해서 구독 페이지에도 링크를 추가했습니다.
사실 뉴스레터 아카이빙 페이지는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페이지인데, 발행한 뉴스레터가 쌓이다 보니 필요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당장 안 만들어도 좋지만 언젠가는 꼭 만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에 하지 못했던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이것저것 발행한 콘텐츠로 꾸미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아카이빙 페이지도 스티비 서비스 내에서 만들 수 있도록 팀에 건의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뉴스레터 발행 6개월쯤
뉴스레터를 발행한 지 6개월이 넘어갈 때쯤부터 구독자의 반응이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나름 만족하며 보내고 있는데 뭔가 더 추가했으면 하는 코너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구독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 졌습니다. 약 4주간의 집중 피드백받는 기간을 정하고 매주 뉴스레터에서 홍보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얘기들을 써주셔서 정말 정말 좋았습니다. (weekly D 구독자 여러분 최고예요!) 사실 개인으로서 뉴스레터를 만들다 보면 지칠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바빠졌다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뉴스레터를 만들면서도 ‘이게 맞나?’ 이런 의문도 들고요. 이럴 때 정말 구독자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메일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게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메일은 언제든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보니 가끔 날아오는 답장이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반갑습니다. 되도록 noreply를 발신자 메일 주소로 설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항상 답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weekly D는 집중 피드백 기간 이후 매번 뉴스레터 아래쪽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링크를 추가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방법은 ‘좋았어요 / 보통이에요 / 별로예요’ 이런 식으로 3가지 답변에 구글 링크를 걸어두고 피드백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3단계로 나눌까 고민하다가 ‘좀 괜찮았어요’만 표시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링크를 클릭하면 좋았던 이유와 별로인 이유를 다 적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긴 하지만요. 콘텐츠를 제가 직접 만드는 뉴스레터가 아니다 보니 좀 가볍게 접근하고 싶기도 하고, 만족도 조사의 개념이 아니라 단순히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이라서 구독자분들이 고민하지 않도록(?) 1단계로 간단히 만들었습니다.
뉴스레터 발행인으로서 구독자의 피드백은 정말 중요합니다. 스티비 팀에서도 에디터를 통해 피드백을 좀 더 쉽게 받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금 기다려주세요!
아마 제가 겪은 문제들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개인이라면 언젠가는 모두 겪게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 문제를 겪고 계신다면 제가 실행한 방법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또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될 것 같은데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쌓이고 나면 나중에 두 번째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뉴스레터 발행의 작은 팁을 드리자면, 무조건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 오전 8시에는 구독자가 반드시 메일함에서 weekly D를 발견하게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큰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구독자도 조금씩 늘고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를 이미 발행하고 계신 분들, 또 발행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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