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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프로 May 09. 2024

신기한 꿈을 꿨다

5분만 더 잘걸!

며칠 전에 신기한 꿈을 꿨다. 꿈 내용이 신기하다기보다는, 꿈에서 깬 타이밍과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특이했다.




나는 학생이었고 교실에 앉아있었다. 내 자리는 1분단 맨 앞줄이었는데, 유독 내 자리만 앞으로 더 튀어나와 있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우주 어쩌고, 행성 어쩌고...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주제가 '나를 우주의 행성으로 비유하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발표자를 찾기 위해 주위를 휘휘 둘러보셨고, 나는 그 레이더망에 걸리고 싶지 않아 애써 시선을 피했다. 제발 내 이름을 부르지 않길. 그러나 내 꿈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던가. 선생님은 나에게 앞으로 나와 발표를 하라고 하셨다.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말이다.


나는 즉석에서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준비하면 그래도 곧잘 하는데, 즉석에서 말하라고 하면 어버버버하는 경우가 현실 세계에서 종종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유독 눈에 띄었던 내 자리를 탓하며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 뭐라고 해야 하지?'


앞으로 걸어 나가는 몇 초 동안, 발표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이 나를 엄습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앞에 서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명료해지면서 내가 얘기하고 싶은 내용이 머릿속에 줄줄줄 정리가 되는 게 아닌가! 아주 순식간에. 내가 평소에 항상 생각하던 내용이라 얘기하는 게 어렵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른 내 생각을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나는 발표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드디어 입을 떼려는데!


... 잠에서 깨버렸다. 아놔. 꿈이었네. 발표 한번 기똥차게 해보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 평소 일어나는 시간 10분 전이다.


꿈에서 깼는데도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내용이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잊어버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아 핸드폰 메모장에 발표하려던 내용을 단번에 줄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모두는 우주에 떠다니는 먼지 같은 존재가 맞습니다(칠판에 그런 내용이 있었음). 저는 제가 우주에 떠다니는 하나의 먼지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먼지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고요. 아주 작고 소중하고 예쁜, 아! 존재가 예쁜 먼지요. 그래서 제가 삶을 살아가는 목적은 하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작은 먼지로서 이 우주를 최대한 즐겁게 체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작은 먼지로서 매일을 기쁘게 살면서 이 우주의 구석구석을 최대한 많이 보고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저를 행성 중에 하나로 비유하자면 '금성'으로 하겠습니다. 요일하고 행성이 연결되는 거 아시죠? '월화수목금토일' 중에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금요일이기 때문입니다(데헷)."


아, 마무리 센스 있었다. 발표했어야 했는데. 5분만 있다 깨지 그랬니.


안타까우면서도 신기했다. 꿈에서 깰 때 이렇게 긴 문장이 한 번에 생각나는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을 꿈속의 나도 똑같이 하다니. 놀라웠다. 현실 세계에서의 나 역시 내가 우주의 한 부분이라고 믿으며, 이 세상을 최대한 즐겁게 체험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꿈은 가짜, 현실 세계가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식과 영성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꿈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꿈은 가짜가 아니다. 꿈과 현실 세계는 의식의 다른 차원일 뿐이다. 마치 '흑과 백' 같달까. 때로 꿈을 통해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일을 통해 내 평소의 신념이 어느 정도 무의식에 심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신념대로 잘 살아가고 있나보다. 꿈에서 무의식적으로 저런 생각을 했던 걸 보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잠시 후 알람이 울렸을 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즐겁게 세상을 체험하며 살아야지!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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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꿈보다 해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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