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프로 Jun 27. 2024

오늘은 과자 치팅데이

그런데 말입니다

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라면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건강한 식습관'에 진심인지.


16:8 간헐적 단식을 4년째 하고 있고, 하루 2끼 중 한 끼는 건강하게 먹으려 노력하며, 식품을 살 때도 성분표를 꼭 들여다보고 산다. 술, 커피, 담배를 하지 않고 저녁 8-9시 이후 야식도 먹지 않는다. 가끔 지인들과 약속 있을 때만 제외.


못 지키는 부분도 물론 있다. 밀가루를 줄이려 하지만 빵과 케익을 좋아해서 종종 먹는다(피자랑 치킨도 좋아한다). 먹고 싶을 땐 그냥 맛있게 먹으면서 즐긴다. 적당히 자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결혼하기 전까지는 과자도 잘 먹지 않았다. 딱히 땡기지 않았다. 그러다 결혼하고 남편과 TV 보면서 까까 먹는 재미에 빠져(왠지 까까라고 쓰고 싶어!) 한동안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았다. 특히 저녁 먹고 후식으로 과자를 먹는 아주 안 좋은 습관이 들어버렸다. 나는 살이 많이 안 찌는 체질인데도 과자를 자주 먹으니까 지방이 생기는 게 눈에 보이더라. 당연히 건강에도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과자를 끊어보기로 결심하고 최근 몇 주 동안 먹지 않았다. 중간중간 빵과 케익은 먹었지만. 끊기 힘들 것 같았는데 막상 안 먹으니까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불현듯 과자를 먹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올라왔다. 목요일이라 저녁 먹고 남편하고 '나는 솔로'를 보는 날인데, 딱히 간식으로 먹을 게 없어 입이 심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침 남편에게도 카톡이 왔다.


'과자 땡겨. 오늘 나솔 보면서 뭐 먹을 거 필요하지 않남?'


풉. 이런 텔레파시는 또 기가 막히게 잘 통한다니까. 그래서 오늘은 과자 치팅데이를 갖기로 했다.




남편이 퇴근 후, 헬스장에서 같이 운동을 하고 마트로 향했다. 오랜만에 과자를 고르려니까 너무 설렜다. 과자 코너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서 그럴까.


무엇이 무엇이 맛있을까!


오늘 먹을 거 2개 정도만 사려고 했는데 신이 나서 4개를 담아버렸다. 예상보다는 많이 샀지만 치팅데이인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야 뭐. 참고로 저 '구운 양파' 진짜 맛있다. 콘칩은 기본으로 구비해줘야 하고. 누가크래커는 예전에 먹었을 때 맛있어서 사봤다. 부피 제일 큰 쌀과자는 남편이 집어왔다.


코너를 돌고 돌며 고르고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잘못 골랐다. 누가크래커는 다시 먹으니 그냥 그랬고, 쌀과자는 좀 심심한 맛이었다. 두 개 빼고 홈런볼이나 살걸!!!! 아니면 비쵸비나 구운 감자나 칙촉이나 고소미 살걸... 소중한 기회를 이렇게 놓치다니. 치팅데이라 했지만 최대한 밀가루나 당이 많은 과자는 자제하려는 내 버릇이 나온 탓이다.


TV 보면서 크래커 몇 개랑 구운 양파, 쌀과자 하나를 먹고 남은 것들은 간식 서랍에 넣어두었다. 오랜만에 다시 먹은 과자는 그다지 맛있지 않았다. 과자에 대한 식욕이 떨어진 느낌이랄까. 다른 걸 먹었으면 감흥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다.


과자 치팅데이에 얻은 교훈. 역시 과자도 중독이라는 것. 맛있어서 계속 먹는 게 아니다. 탄수화물과 당에 중독성이 있어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안 먹다 버릇하면 안 먹는 대로 괜찮다.


당분간은 과자를 다시 멀리하려 한다. 가끔 맛있는 빵을 디저트로 먹는 게 만족도 면에서 더 나은 것 같기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