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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writer Mar 16. 2022

[넷플릭스]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2021)영화리뷰

전쟁 속 개인의 정체성



 졸업식 파티에서 공짜 샴페인을 마시며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 피를 나눠 피던 3명의 청년은 “미친 세상”에 소리를 지른다. 뜨거운 심장을 갖고 변화를 갈구하는 독일인과 누구보다 이성적이라 자부하며 토론을 즐기는 영국인, 그리고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어여쁜 유대인. 불붙은 담뱃불과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며 소리친 “미친 시대”는 이들 개인의 삶에 어떤 잔상을 남겼을까? 영화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는 전쟁의 위협이 유럽 전역에 만연한 시대에, 세 청년을 제각기 둘러싼 갈등과 상처,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처연하게 풀어나간다.


졸업식 파티에서 "미친 세상"을 외치는 주인공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으로, 여타 전쟁을 소재로 한 장르 영화와는 다르게 그 흔한 폭격 장면이나 전투 장면이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키스트 아워>(2017)처럼 특정 정치적 인물을 영웅적인 서사시로 그려나가지도 않는다. 영화는 전훈이 감도는 시대에 두 주인공이, 각각 독일의 말단 외교관과 영국 총리 말단 보좌관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다. 평범한 개인이 전쟁과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겪는 사건들은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두 사람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히틀러를 막는다는 대의를 위해서 스파이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전투 장면 없는 전쟁영화에서 신선한 서스펜스로 작동하여 극적 긴장감을 고취 시킨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핵심 인물들이 어떻게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지, 그 과정에 집중해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보다 선명하게 주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파울리



 먼저, 세 명의 청년 중 ‘파울리’(자니스 니에브외너)에게 사랑하는 조국 독일은 “정체성, 그 이상”인 나라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할 정도로 똑똑한 청년이지만, 자신의 조국이 ‘패전국’이라는 사실에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래서 그 누구보다 독일을 다시 부흥시킬(국가적 자존감을 높일) 변화를 바란다. 따라서 파울리는 독일과 관련된 일에 다소 ‘열정적’, ‘감정적’, 그리고 ‘급진적’이다. 우정의 끈으로 묶여있던 인연이 잠시 끊어졌던 것도 파울리가 갖고 있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극 중 파울리의 모습이 당시 독일 국민의 정서를 대변했던 것일까? 히틀러(울리히 매슈스)는 독일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파울리들이 싹 틔운 열등감을 잡아먹고 독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레가트



 레가트(조지 맥케이)는 “감정에 거리를 두는 영국인”이다. 이성적이고 토론을 좋아하는 청년으로 언제나 감정보다 이성적인 토론을 원하는 그는 몸보다 말이 먼저인 사람이다. 그는 아내(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와의 결혼기념일에도 “샤블리 와인 반병”만 주문하는 남편이다. 그에 삶에서 가족은 딱 반병이다. 나머지 빈 반쪽은 공무원으로서 일과 역할에 충실하다. 합리적인 그에게 ‘반병’은 그런 의미다. “가족보다 중요한 건 없지 않냐?”라는 아내의 물음에 선 뜻 감정적으로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 이런 그의 반응에 서운하고 서러워하는 아내에게 그가 한 대답은 고작 “이성적으로 굴라”는 답변이다. 이 대사 한 줄이 극 중 그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파울리와 레가트는 정 반대 성향을 갖고 있다. 이 둘의 연결고리는 무엇이었을까?



 

레나




 그 열쇠는 레나(리브 리사 프리에스)가 갖고 있다. 레나는 극 초반부와 후반부에 잠깐 등장할 뿐이지만, 두 사람에게 레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지 않기에 두 사람과 모두 융화할 수 있는 인물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녀는 남성의 싸움에서 자유롭기에, 그녀가 가져온 샴페인과 그녀가 함께 피우자던 담배는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을 표현한다. 또한, 그녀는 승전국인 영국인도 아니고 패전국인 게르만 독일인도 아니다. 그녀는 유대인이기에 중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그래서 더욱 두 남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하기에 공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따라서, 두 사람에게 레나는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의 존재다.

 

 특히, 그녀가 나치에게 고문당한 사건은 파울리가 자신의 내면세계의 결함을 깨닫는 극적 사건이다. 후버 호프집에서 나치와 히틀러를 찬양하던 파울리가 6년 후 후버 호프집에서 정반대로 히틀러를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반히틀러주의자로 돌변한 것도, 바로 그가 겪은 극적 사건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은 파울리에게 히틀러가 변화시킨 독일과 자신이 사랑한 독일이 다른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파울리가 히틀러에게 총을 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에게 총을 쏜 적 없는 파울리는 자신이 토끼를 저격한 적이 있다는 말과 함께 “원리는 같잖아”라며 능청스럽게 총을 건네받지만, 토끼와 사람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자신은 나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치 자신이 사랑했던 레나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고문당하기 전까지, 히틀러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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