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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i Nov 23. 2021

매그놀리아

향기의 언어


1.

아직 찬기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

누구보다 먼저 꽃을 피우기 위해

모두가 동면하는 추운 날씨에도

겨울눈옷을 입고

홀로 밖에 나와 앉아있습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고독함을 잘 알지만

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칠흑보다 어둡고 깊은 밤

잔잔하지만 농후한 향을

조심조심 발산하기 시작합니다.


그 향은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그윽하게 멀리 더 멀리 퍼지며 말합니다.


'나 여기 있어요....'




2.

혹독한 겨울을 이겨냈지만

웬일인지 활짝 피어나기를 게을리합니다.


겉보기엔 단단해 보이는

매그놀리아 나무지만

때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나를 양지로 데리고 나와주세요.'





3.

그녀가 지금 무얼 하든

어떤 힘든 시기를 겪어 왔든

전혀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녀의 온화하고 따뜻한 성품입니다.


늘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어도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에게 겨오는 고귀한 매그놀리아  때문인가 봅니다.









향에 관한 일을 몇 년 전까지 해왔습니다. 사업은 결국 접었지만, 나의 기억 속의 향기들에 대한 그리움은 접을 수가 없어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꽃말이 있는 것 처럼, 향기 나는 식물들과 식물의 정유(=아로마에센셜오일)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가봅니다.




Photo by Andrey Grushnikov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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