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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D Mar 19. 2020

500일의 썸머: 이건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마크 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


"그녀는 오직 두 가지만 사랑했다. 첫째는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었고, 둘째는 그걸 너무나 손쉽게 잘라낼 수 있으며, 아무런 고통도 없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



영화의 초반,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 속에 있는 개인을 나누어 보여준다. 이는 그들이 사랑을 시작한 후 ‘연인’이라는 프레임에 함께 가두어졌지만, 결국엔 개인일 수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밝혀주는 장치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이 서로 호감을 가졌고, 사랑을 했음은 변치 않는다. 그러나 내레이션은 ‘이건 사랑이야기가 아님’을 재차 강조한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500일의 썸머. 그래서 더 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우리는 같은 곳을 살아가지만 다른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그 꿈은 자신의 텅 빈 속을 채우는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그건, 연인관계에서도 쉽게 꾸게 될 수 있는 그런 꿈이다.

그러므로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누군가 채워주었으면 하는 욕망은 연인관계에서 생겨나기 쉽다.


앞서 남자 주인공에 대한 ‘이 남자, 뉴저지 주 마게이트 출신 톰 핸슨은 자신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는 날까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으며 자랐다.’라는 내레이션만 봐도, 그가 그녀에게 바라는 사랑의 모습은 그런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썸머는 어땠는가. 관계야 그냥 머리카락처럼 끊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남자 주인공의 사랑 방식이 꼭 들어맞을 순 없다. 그렇다고 아예 못 맞춰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것이 자꾸 덧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될 게 뻔하다.


*타인을 발견하다


우리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한다는 건, ‘그 사람을 만난다.’의 의미보단 ‘너와 내가 만난다.’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결국 관계라는 건, 내 욕심이 들어가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누군가는 타인의 욕망을 맞춰주려고만 하다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자신에게 타인이 맞춰주길 바라며 독재자처럼 통제하려들지도 모른다.

그런 관계는 결국 한 명이 지치기 마련이다. 그리곤 ‘너와 나는 안 맞아.’하며 떠나가겠지. 하지만 그 관계가 끝난다고, 모든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다. 또한 그 관계의 어긋남이 다른 관계에서 또 문제가 꼭 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는 복잡하게 얽혀있고, 누군가는 그 얽힌 줄을 풀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런 거다.


그러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듯이 우리는 스스로의 성장을 맞으며 새로운 이해를 갖고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by. UD(유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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