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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Feb 27. 2023

논리에서 시간의 역할

머릿속 논리에서 시간 요소의 역할

우리 인간의 머릿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연결의 타당성으로까지 논리를 진전시키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올바른 지식을 얻기 위함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올바른 지식이나 의사소통을 외면하고 제멋대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굳이 논리적 타당성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공부해서 좋은 지식을 얻기를 원하거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그것에 걸맞은 논리가 필요하다.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이것’과 ‘저것’을 주어와 술어로 무엇이든 연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연결이 지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타당한 연결이 지식을 만든다. 내 머릿속에서 연결된 의미를 타인이 항상 납득하는 것은 아니며, 타인의 생각을 내가 언제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당한 연결만이 의사소통에 기여한다. 잘못된 연결이라면 타인이 공감하지 않는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간적인 요소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연결 다발에 순서를 부여한다. 연결에 시간이 관여하기 때문에 지식이 만들어지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엄마는 아들에게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가르친다. 


①도구를 준비한다. 드리퍼, 필터, 컵, 커피원두, 분쇄기, 주전자, 포트, 그리고 물이 필요하다. ②포트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③그사이 필터를 끼운 드리퍼를 컵 위에 올려두고, ④분쇄기로 커피원두를 분쇄한 다음 분쇄한 커피가루를 드리퍼 안에 담고, ⑤뜨거운 물을 옮겨 담은 주전자를 이용해서 드리퍼 안으로 천천히 온수를 붓는다. 


아들은 엄마의 가르침에 따라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지식을 얻는다. 


인간의 대부분의 지식은 시간 순서로 이루어졌다. 순서가 없다면 지식을 얻지 못하고, 결국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없다.


지식은 사물 그 자체의 존재의 비밀을 아는 게 아니다. 드리퍼, 필터, 컵, 커피원두, 분쇄기, 주전자, 포트, 물이라는 사물들은 각각 별개의 물건이며, 서로가 서로를 반드시 전제해야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지식이 인간의 행위를 거쳐 사물들의 관련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머릿속에서 하나씩 정리가 되는 순서에 의해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형식은 누구의 머릿속에서나 존재한다. 그러므로 지식이 모종의 시간 순서를 갖고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에게로 전해지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성적이 좋은 학생은 대체로 암기량이 많다. 무작정 공부하고 무턱대고 외우려고 하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금방 까먹어버린다. 지식을 습득하는 인간의 공통 도구는 시간이며, 지식은 시간적으로 정리된다. 사건의 배경과 발단과 과정과 결과와 영향은 모두 시간적인 요소이다. 그러므로 공부하면서 의도적으로 시간적으로 지식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인물이 나올 때마다 대략적인 생몰일이나 적어도 몇 세기 인물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물, 제도, 정책, 역사적인 사건을 공부할 때마다 마찬가지로 그때의 연도와 세기를 매번 확인하면서 무엇이 앞에 있고 무엇이 뒤에 있는지를 기억하면서 공부한다. 그렇게 공부해야 하는 까닭은 인간의 머리가 연결의 타당성을 시간으로 검증하기 때문이요, 각종 평가는 결국 이러한 연결의 타당성을 묻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시간 순서에 맞지 않거나, 무엇인가가 빠져 있거나, 순서를 모르는 경우에는 지식을 얻지 못한다. 이해도 못한다. 이것은 알고리즘과 같은 것이다. 알고리즘은 대표적인 시간 순서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인터넷에서 있는 수많은 인간들의 언어를 학습해서 모종의 결과를 제시해 주는 기술을 생각해 보자. 인공지능은 데이터 수집, 데이터 전처리, 데이터 분석, 분석 결과 출력이라는 일련의 순서에 따라 정해진 일을 한다. 데이터 전처리라 함은 문장에서 형태소를 분석하고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는 각종 잡음과 오류를 걸러내서 더 정확하게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사전에 데이터를 정제하는 기술을 뜻한다. 데이터 개발자 손오공이 이 지식을 타인에게 설명하려고 한다. 


손오공은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당사자임에도 신기할 정도로 자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알고리즘을 설계하지만, 설명할 때에는 그 순서를 건너 뛰어 중요한 기능과 특징을 위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기로 데이터 수집이나 데이터 전처리 같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개발 툴의 프로세스를 위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은 못 알아듣는다. 전체적인 순서를 모르기 때문에 지식을 구성하는 연결 다발을 정리할 수 없다. 순서를 좇아 하나씩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의외로 잘 알아듣지 못한다. 


<엄마는 화났다>


이런 문장에서 우리는 엄마를 화나게 한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앞선 무엇인가를 연결시킴으로써 원인을 밝힌다. 그런데 하나만 연결되는 게 아니라 다발로 연결될 수 있다. 어째서 우리는 무엇이 진짜 원인인지 추론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머릿속에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개가 연결되었을 때 — 그것이 단어의 연결이든 문장 혹은 단락의 연결이든 — 인간은 그런 연결을 ‘시간적으로’, 즉 순서와 방향성을 부여하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이어서 순서에 맞는 연결이라면 쉽게 이해하지만, 순서에 맞지 않는 배열이 있는 경우, 무엇인가 빠져있는 경우, 그 순서를 모르는 경우에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설명을 해주면 또 금방 이해한다. 어떤 의미가 우리들 머릿속에서 다발로 묶여 하나의 의미를 가질 때, 그런 다발 연결을 머리는 시간적인 순서로 배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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