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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누 Dec 31. 2020

책 속으로의 산책

promenade, 이정호 글, 그림(상출판사, 2016)

거기에서 분명 낯선 목소리가 들렸어.
거기는 이제 몇몇 사람만 알고 있는 곳인지도 몰라.
돌아올 때는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전부 기억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을 거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겠지.
낯설어도 불안하지 않다면 즐거울 거야.
수많은 저녁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듣게 될 거야.
알게 될 거야.

이정호, 『Promenade 산책』중에서

수업 목표

‘우리 모임이 책을 읽는 모임이니까 ‘책’을 얘기해 볼까?‘

이번 수업에서는 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나누고 책이 중요한 이유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책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산책하듯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책을 펼쳐 놓고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즐기며 책의 유익을 찾을 때 책과 친구가 되지 않을까요?




수업 흐름                   내용

수업 열기          ① 나에게 책이란?

수업 펼치기      ②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고르기

                          ③ 마음에 든 카드 고른 이유 말하기

                          ④ 책 천천히 읽기

수업 다지기      ⑤ 내가 생각하는 책이란?




수업 속으로

나에게 책이란?

‘책하면 떠오르는 것’ 말해보기. “나에게 책이란?”이라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과 연결 지어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나 재미를 위해 읽는 책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만 읽어야 할 책이나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던 경우는 그다지 좋은 점수는 아니네요.

만약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아 말하기 어려워할 때는 이미지 카드를 보고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며 생각을 떠올리도록 돕는 거죠. 음식이 잘 차려진 사진을 골라 ‘책은 맛있는 음식이에요.’라고 시작한 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얘기하면 그냥 ‘좋다, 싫다, 그저 그렇다’에서 벗어나 훨씬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책이 좋다’는 느낌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에 품을수록 자발적으로 책을 볼 것이라는 신념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분명해집니다. 독서의 고된 순간을 넘어서는 힘, 그럼에도 ‘책이 좋다’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고르기

아이들에게 각 장면의 그림만 보여주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고르게 합니다. 이 책의 그림들은 굉장히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책이 조각 케이크가 되어 접시 위에 있고 커피 한 잔이 옆에 놓인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아이들은 이것저것 들여다보느라 쉽게 고르지 못합니다. 당연히 오랫동안 보고 뭘 고를지 망설여야 합니다. 단번에 바로 결정하지 않도록 해야할 정도로 천천히 보게 해주세요. 아이들 머릿속은 방금 전 자신이 말한 것과 비교를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니까요.     


마음에 든 장면 고른 이유 말하기

각자 마음에 든 장면을 보여주고 왜 그것을 골랐는지 이야기합니다. 새로 알게 된 것이나 느낀 점을 덧붙여 설명했고요. 아이들은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에 드는 표시를 하기도 하네요. ‘나도 이거 고르고 싶었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더 흐뭇해하셔도 됩니다.

아이들 마음속에 ‘책’은 어떤 장면으로 남게 되었을까요?


책 천천히 읽기

이제 다시 책을 꼼꼼히 읽습니다.

대부분 장면은 한두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화면 가득 그려진 그림을 보며 한 문장 한 문장 느린 걸음으로 읽습니다. 이때 선생님이 읽어주는 것보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기가 훨씬 재미있고 집중이 잘 됩니다. 편안하게 산책하다 보니 책에서 별빛처럼 반짝이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이렇게 읽다가 ‘넌 어떻게 생각해?’, ‘이건 무슨 뜻일까?’, ‘이 그림은 왜 이렇게 그렸을까?’하고 가볍게 물어봅니다. 가르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순간순간 아이가 갖고 있는 생각과 느낌을 공감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책이란? 이야기로 창작하기

마지막 활동으로 빈 카드를 하나씩 주었어요. 우리도 작가가 된 것처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창작하기로 했거든요. 수업 시작할 때 던졌던 질문, ‘내가 생각하는 책이란?’을 생각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제 막 산책을 끝내고 뭔가 한아름 얻어 온 것 같아요.

 저만 행복한 건 아니겠죠?

 자, 이제 마지막으로 돌아가며 끝인사를 해야겠어요.     

“오늘 우리가 알게 된 것, 느낀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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