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라면 이것이 기본이다. - 온보딩
'디자이너라면 이것이 기본이다.' 시리즈에서는 언젠가는 디자인을 그만두더라도 디자인을 하는 동안에는 이것만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지키자.라는 마음가짐 + 디자인을 할 때 필요한 절대적인 기초 상식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내 머릿속을 항상 떠도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왜?', '무엇을?', '어떻게?'
한 때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하기엔 내가 너무 진지한 사람인건지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막연한 고정관념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내 머릿속은 너무 딱딱하고 철학적이었다. '난 엄청나게 창의적이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이 직업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아직도 종종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0년을 지속하다 보니 내린 결론이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전제는 다음과 같다.
Design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설계하다', '디자인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풀어서 생각하면 [목적을 위해 설계, 실체화하는 것]이다. 단어 풀이에서 주는 힌트가 항상 머리에 떠올려야 하는 기본적인 대전제다.
'내가 디자인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목적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생각되는가?
Q. "내가 이 홈페이지를 작업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A. "우리 회사를 홍보하는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다음 질문을 생각해 보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Q. "회사 홍보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
A. "회사의 규모, 회사에서 하는 일, 직원들에 대한 복리 후생..."
이것은 디자이너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Q.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을 잘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복리후생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사진을 사용할 수도 있고, 일러스트를 활용해 나열할 수도 있다. 질문과 예시는 포괄적으로 잡았지만 실제로 업무를 진행할 때는 좀 더 세밀하게 정의하고 답을 내려야 한다. 단순히 회사를 홍보를 위한이 아니라 구체적 대상을 고려하면 방향성을 잡기가 더욱 수월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목적(WHY)과 내용(WHAT)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디자인 방향(HOW)을 잡기 어렵다. 그저 손이 가는 대로, 다른 사람이 한 작업물을 차용하기만 한다면 괜찮은 디자인 작업물이 아닌 그저 그런 작업물만 계속 생성하게 된다. 나에게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가 일잘러와 일못러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세상엔 수많은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디자이너 수가 몇 명인지 아는가? 디자인 산업 통계에 따르면 21년 12월까지 확인된 디자이너만 34만 6천 명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일하는 업종 (디지털/멀티미디어)은 16,251명의 디자이너가 존재한다. 거기에 매년 새로 배출되는 디자인과 졸업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AI 디자이너(디자이너라고 해야 할지 로봇이라고 해야 할지...)의 수까지 더하면 우리는 16,251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경쟁 중이다. 이런 시대에서 내가 원하는 날까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물음을 통해 확실한 목적성을 인지한 채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적의식 없이 하는 디자인은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린다. 여기서 휘둘린다는 의미는 실제 작업물에서 끊임없는 수정 요청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포함한다. 아무 생각 없이 디자인을 하고 다른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바꿔달라고 해서 수정하게 되면 스스로의 디자인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순간 디자이너는 슬럼프에 빠진다. 그렇게 때문에 목적의식을 갖고 디자인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