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예능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진주 PD의 새 작품
* 해당 글은 <연애남매> 1화와 2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웨이브, JTBC에게 있습니다.
이진주 PD, 그 이름 하나 믿고 보게 된 <연애남매>.
말 그대로 한 공간에서 같이 거주하며 내 혈육의 연애를 지켜보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환승연애>라는 이름보다 더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애증 어린 나의 혈육이 내 눈 앞에서 연애를 한다는 게 -실제 남매인- 나로서는 불편하게 느껴졌고, 연애와 혈육이 동시에 같이 배치될 수 있는 단어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된 <연애남매> 1화를 보고, 당일 친구에게 웨이브 계정 공유를 요청했다. 친구는 기쁘게 “2화가 찐이야”라고 답했다.
<연애남매> 1화에 2화 역시 연애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내 곁에서 같이 재미있게 보았고, 나 역시 보면서도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과는 정말 묘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
<연애남매>는 여러 측면에서 그동안 방영해온 연애 리얼리티 예능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짧게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낯선 공간 속 익숙한 존재의 위안
기존 연애 프로그램들의 기본 포맷은 낯선 공간에 낯선 이들이 모인다,로 시작된다. 그런데 <연애남매>의 경우 원칙상 내 혈육이 그 공간에 같이 입주한다. 실제로 출연진들은 혈육의 존재로 낯선 공간에서 친숙함을 느끼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하고 잘 적응하고 있는지 세심히 살핀다. 적응해 가는 혈육을 보며 안도하고, 잘 지내는 혈육을 보며 기분이 좋기도 한 훈훈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날 아침 같이 스트레칭을 한 ‘세승’은 룸메이트 ‘주연’에게 “꼭 사촌들이랑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한다. 때문에 기존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1화는 낯설어 하는 입주자들의 묘한 긴장감으로 시작된다면, <연애남매> 1화는 나의 혈육이 이성 앞에서는 어떤 텐션인지 지켜보는 흥미진진함과 ‘적어도 여기에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사람 한 명 있다’는 편안함 그 사이에서 진행된다.
2 나의 연애보다 나의 혈육
<연애남매> 2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서로의 호감을 표현하는 문자 타임이 시작되었다. 리얼리티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문자는 굉장히 절대적인 존재이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와 함께‘몇 명이 나를 좋아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였다면 <연애남매>에서는 이와 동시에 ‘나의 혈육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도 중요한 사안으로 자리한다. ‘정섭’은 본인의 혈육을 제외한 3명 중 2표를 받았음에도, ‘세승’은 본인이 원하는 이성에게 표를 받았음에도 각자의 혈육이 일명 ‘0표남’, ‘0표녀’가 된 것을 인지하고 표정이 어두워진다. 실제로 입주했을 때 “내 혈육이 제일 예쁘다”고 한 ‘정섭’은 누나인 ‘윤하’가 한 표도 받지 못함에 속상하고, “남자들이 원망스럽다”고도 표현할 정도다. 나의 인기와 연애보다 나의 혈육이 이 공간에서 관심을 받고 잘 지내길 더 바라는 것이 여기 <연애남매>의 출연한 이들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확실히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는 다른 노선이다. 비단 ‘나’ 하나만의 연애가 아닌 나와 내 혈육의 연애와 안위로 확장되어 간다.
3 핑크빛 기류보다 더 잘 보이는 닮은 꼴
남편이 <연애남매> 1화를 같이 보게 된 것은 SNS에서 ‘주연’과 ‘용우’가 너무도 똑같이 생겼음을 보고, 더 관심이 간 것이 그 이유는 아닐까? <환승연애>에서는 서로의 X를 추리하는 게 시청의 중요한 지점이었다면 <연애남매> 속 서로의 남매 추측이라는 미션이 생긴다. 물론 2화에서 누가 누구의 혈육인지 모두 공개되었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닮은 두 사람 등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누가 서로 남매인지 그 추측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같은 배에서 나오고, 이미 많은 유전자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해서 그런지 여러 측면에서 닮은 남매들을 보면 핑크빛 썸의 기류보다 더 흐뭇해지는 것은 왜일까.
4 너는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자 혈육
<연애남매> 프로그램 특성상 부모님, 가족에 대한 포인트들이 많이 나온다. 입주 첫 날, 부모님께서 해주신 반찬과 국을 먹는 출연진들, 그날 밤 아빠에게 걸려온 통화 등. 그런 지점들을 미루어보았을 때, 다시 한 번 이들이 누군가의 귀한 자식임을 실감한다. 그리고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남매의 모습을 보면 아 이들은 비단 타인이 아닌 누군가의 끝없는 애정으로 빚어진 존재임을 인지하게 되고 더 각별히 애정이 가게 된다. 때문에 지금 당장 다른 이성에게 호감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연애시장에서- 부족한 존재로 느껴지거나 매력이 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 이름을 지독히 못 외우는 나이지만, <연애남매>에서 등장하는 과거 캠코더 영상, 부모님들 인터뷰를 통해서 출연진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자연스럽게 가서 이름을 그 어느 연애 리얼리티 예능 때보다 쉽게 외웠다..
5 알록달록 사랑의 색깔
위에서 이야기했듯 <연애남매>는 비단 이성 간의 사랑만을 다루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나와 몇 십년을 함께한 내 혈육과의 관계를 다시 짚어주고, 그 존재의 안위를 바라는 가족 간의 사랑을 자연스레 그려낸다. 이에 부모님의 인터뷰와 부모님들의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낸 출연진들의 과거 모습 역시 같은 선상에 놓여진다. 또 매형로망이 있는 ‘철현’의 나의 매형을 찾기 위한 과정도 사랑스럽게 영상 안에 담아지는 등 출연진들을 향한 제작진들의 애정도 엿보인다. 그렇게 기존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다양한 사랑의 빛깔이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어서, 이진주 PD의 휴머니즘을 잘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한 사람은 오직 그 한 사람으로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은 물론, 혈육과의 추억과 애정 등이 지금의 그 한 사람을 키워낸 것이다. 이를 알기에 그 어느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들보다 <연애남매> 속 출연진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지는 것 같다. 겹사돈이 되어도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혈육의 의리와 애정을, 더불어 이성 간의 호감과 연애를 응원하게 되는 <연애남매>이다. 연애 프로그램을 선호하지 않는 남편과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하게 같이 보는 콘텐츠가 생겨서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스럽고,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 나는 그동안 <하트시그널>을 나가야 할지, <나는 솔로>를 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내 남동생이랑 <연애남매>에 나가고 싶다, 출연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얘기하니 “이 아줌마가 왜 그래”라는 답변을 들었다. 땡큐.
++ 나에게도 5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어렸을 때 오지게 싸우고. 일방적으로 내가 괴롭힌 적도 많고, 서로의 존재로 인해 열등감을 느낀 적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내게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부모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동생은 존재만으로도 내게 큰 위안이 되고, 나와 달리 착한 심성과 올바른 인성을 보면 인류애가 조금은 충전이 된다. 그래서 <연애남매>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일 수도!
+++ <연애형제>, <연애자매> 등 <연애남매>의 번외 시리즈도 기대해 본다. 동성이 안 나오는 이유는 서로가 연적이 되어서일까.. 꺄... 그렇다면 <연애쌍둥이>는 어떠신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