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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 Jun 22. 2020

12. 팜므파탈 하늘이 열 일하는 발리

예민충의 somehow 하늘 힐링.

 그동안 부산, 서울, 미국, 유럽, 카리브 해안, 동남아 나라들, 여러 곳에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하늘을 

목격했던 나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주는 위대한 힐링을 사실 호주에서 배우고 느꼈다. 

물론 파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즐거워지고 상쾌해지니 기분이 좋아지고

또 가끔 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면 왠지 모르게 울적하다가도 

어떨 땐 비 오는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괜히 편안함을 가져다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아주 힘들 때 선택했던 지구 상 대표적인 청정지역 호주에 가서

 멍하게 하늘을 바라봄이 주는 참된 위로의 특별한 맛을 알게 된 것이다. 


맑은 아침 하늘

호주에서 하루를 시작한 순간부터 하루가 끝나는 순간까지 수시로 

의식적으로라도 하늘을 찾아보고 바라보는 행위에 대한 중요함을 배우고 난 후 

발리의 하늘을 맞이했기 때문인지

발리 하늘 본연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여태껏 수많은 나라의 하늘을 보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발리의 하늘은 왠지 내 마음에 신기한 종을 울렸다.

 일몰보다는 일출을 선호하고 일몰엔 일출만큼의 큰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일몰로 나를 울렸던 황홀했던 하늘이었는가 하면

 멍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큰 들개 한 마리가 내 신발 위에 발을 올리고 앉아있었던 것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순식간에 나를 무감각하게 할 만큼 

발리의 하늘은 나에게 새빠알간 노을만큼이나 뜨거운 감동과 쉼을 선물해줬다. 




 발리는 높은 건물이 없다. 즐겨보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Guru Bali’님이 주신 정보에 의하면

source : Guru Bali TV https://www.youtube.com/channel/UCbff1wZX6jfWyJqS3dRnY2A

발리 규정상 높이 15m 이상의 건물은 애초에 지을 수 없도록 법이 형성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상 4-5층의 건물이 높은 건물로 지을 수 있는 최대 허용치인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법이 생긴 이유이다. 

발리는 지금까지도 전통 힌두교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조상들이 높이 뻗은 야자수를 밟고 다닌다고 믿는다고 한다.

 높은 건물들이 많아지면 조상들이 야자수를 밟고 자유롭게 다닐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건물 높이 규정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순간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천사소녀 네티와 야자수를 밟고 다니는 발리니즈 조상님들이 

오버랩되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발리의 건물들이 나지막하고 자연친화적인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아름다운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동남아 특유의 스콜성 날씨로 갑자기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칠 때도 많은데

그럴 땐 하늘이 갈라지며 번쩍번쩍하는 번개가 생생하게 보여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이내 두려움은 뒤로 하고 넋을 잃고 보게 된다. 

하지만 비가 막 쏟아질 때도 에어컨을 잘 쓰지 않고 웬만하면 자연 바람을 즐기는 발리의 건물들에서

 크게 꿉꿉함이나 불쾌함을 느끼지 않고 하늘을 즐길 수 있다. 

오히려 굵은 빗줄기, 빗소리, 모두가 자연 친화적으로 디자인된 발리의 건물들과 아름답게 어울린다.


비가 올 듯 말 듯 먹구름이 몽글몽글



날씨가 맑을 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저 멀리까지 펼쳐진 파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걱정거리는 순식간에 달아나고 속이 뻥 뚫린다. 

숲 속에서 맞이하는 빗소리 가득한 하늘은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복잡했던 머릿속을 알아서 잠잠하게 정리해준다. 

바다에서 맞이하는 일출과 함께 서서히 부서지는 웅장한 하늘은 없던 용기로 채워주고

당당한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씩씩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인 생 노 을 


핸드폰으로 막 찍은 사진인데도 하늘이 열 일 했다. 보라색이라니 

숲에서나 바다에서나 일몰은.. 일몰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경이롭다. 아름답고...

또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어 저렇게 멋있는 일몰을 선물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땐, 특히 서울에서 일을 할 땐

 빌딩 숲에 둘러 쌓여 하늘을 볼 수도 없고 

내 눈앞에 있는 듀얼 모니터로 아침을 맞이하고

 해가 지고 나가서 지하도로로 걷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 다시 아침이 되면 지하도로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일을 무한 반복했었다. 

하늘을 볼 시간도 볼 생각도 없었다. 

지금은 뭐든 할 때 잠깐씩 나가려고 한다. 

시간마다는 나가지 못하지만 두세 시간 정도에 잠시 5분 만 이라도. 

너무 바쁜 와중이라도 하늘을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또 새 힘이 생기니까.


 빌딩 숲에서 일에 치여 사람 관계에 치여 재정적인 어려움에 치여 스스로를 불행하게 생각하고 있거나

 도저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큰 노력 없이 멍하니 하늘을 보는 의식을 수시로 행해 보는 것을 권한다.

 여건이 된다면 내 마음에 종을 울린 발리 하늘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본 발리의 하늘은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 하는 순간부터 밤이 되어 잠이 드는 순간까지

온종일 결코 지루하지 않을 팜므파탈의 매력을 마음껏 자랑하고

그 어떤 순간도 버릴 것이 없을 만큼의 고농축 비타민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하늘을 마주 한다고 해서 당장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대충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지혜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하늘을 좀 멍하게 보고만 있으면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건 

짧은 순간이라도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또 하루가 간다. 내일도 돌아오렴 예쁜 노을아 


하늘을 바라보기만 해도 하늘은 바로 그때 내가 필요한 만큼의 위로를 준다.

 엉킨 호흡을 고르게 해 주고 다시 생각해 볼 용기도 준다. 


흐린 하늘이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던, 구름이 너무 예쁜 파란 하늘이던, 번개가 치는 센 하늘이던,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나 스스로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스스로를 축복할 수 있도록 나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지나가다 엽서 상점에서 찍었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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