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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 Jul 22. 2020

우선순위

끊임없이 '우선순위' 너란 아이 

1.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2.

10대 때에는 뭐 여느 한국에 사는 학생들이라면 대부분이 그렇듯 눈뜨고 학교 가고 언젠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짜인 스케줄대로 또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살았던 것 같다. 

20대 때에는 적당히 허락된 자유로 나름 어른이 되었다는 허세와 함께 성격상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무작정 달려갔었다. 항상 적절한 핑계는 따라왔다. '앞으로 내가 이런 일들을 하고 싶으니까, 미래에 나는 이렇게 살고 싶으니까.. 등등' 합법적인 나이가 되었으니 욕구들을 채울 돈이 당장은 없어도 대충 쌈짓돈이라도 벌어가며 뭔가를 배우고 싶으면 배우고, 사고 싶으면 사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먹고 마시고 싶으면 또 먹고 마시고 그렇게. 

30대가 되고 중반을 바라보니 글쎄... 이제 최저임금제에 맞춘 꼬장꼬장한 쌈짓돈이 아니라 나름 허세도 정상적일 수 있을 만큼이 되어 할 수 있는 게 늘어났음에도 모순적으로 '겁'이라는 아이와 '책임'이라는 아이가 따라왔다. 이제는 떠나고 싶다고 무턱대고 밥줄을 한퀴에 탛 끊어버리고 훨훨 날아가긴 그렇다. 생뚱맞은 어떤 분야를 예능에서 우연히 접하고 무작정 번 돈을 한방에 기관에 갖다 드리고 투자랍시고 배우기도 그렇다. 속 시원하게 다 관두고 날아갔다가 후에는 쭉 홀로 각설이 인생을 걸어야 한다면 어쩌나, 또 투자랍시고 힐링이랍시고 큰돈 뙇뙇 갖다 드리며 배웠다가 막상 꼭 필요한 곳이 생겼을 때 카드빚 말고는 방법이 없으면 그 빚은 또 어쩌나. 용감무쌍하고 신기할 만큼 대범했던 20대에는 없던 '겁'과 '책임'이라는 아이들이 왔다. 


3.

대학원 과정 중에 Project Management and Control, PPMC라는 과목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게 과장, 부장, 이사 등등으로 크게 나뉘지만 외국에서는 매니저 중에서도 Project manager라는 좀 더 세부적인 명칭이 붙는다. (물론 분야에 따라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건설 회사에서 특히 이 분야에 대한 경영법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PPMC 과정 동안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 시행, 컨트롤, 완성까지 과정에 필요한 경영 방법과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해 배웠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스케쥴링'이다. 쉽게 말하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상품을 제조해서 유통, 판매되기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일, risk가 높은 업무, 순서를 바꿈으로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과정 등등을 먼저 추려내어 lead time과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업무이다. 적절한 '우선순위' 정리의 중요성이 전부인 필수적인 작업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제일이다. 

하지만 그중의 우선은 뭘까?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가 있을진대 '그중의 우선은' 이라는 구절은 없으니 적힌 순서대로 추측을 해 본다. 믿음이 우선이다. 

믿음이 있어야 소망도 생기고 사랑이 스며들고 덮고 다스리니까.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그렇다. 

믿음이 먼저 무너지면 상대와 어떤 미래를 그려갈 수 있을지 소망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늘 스며들어 존재하던 사랑이 무슨 소용일까 사랑은 계속 있을지라도 진실된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일에서도 그렇다. 

이 일이 올바른 일인지 맞는 일인지,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일 하는 것이 건강한 일인지 확신이 없고 믿음이 없으면 일에 대한 기대와 소망도 없다. 당연히 일에 대한 애착과 사랑도 없다. 쉽게 무너진다. 

친구 관계에서는 두 말이 필요 없다. 

믿음과 신뢰가 없는 친구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친구라는 편리한 단어 속의 그저 '아는 사람'일뿐, 소망도 없고 더 깊어질 사랑도 없다. 



20대는 계획, 리서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뭘 좋아하는지, 어디가 나에게 잘 맞는지, 어떤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 등등 발로 뛰면서 느끼면서 다치면서 또다시 일어나면서 그렇게 자료 수집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겁'도 없었고 옵션으로 약간의 '책임감'은 있었던 터라 넘어지고 다시 서고를 반복하며 나쁘지만은 않은 지금의 모습까지라도 왔던 것 같다. 

30대 중반이 되니까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여태 발로 뛰며 수집해 왔던 것들에 대한 효과적인 스케줄링을 필요로 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회사원으로 돌아갈 것인가, 부모님과 시간을 더 보낼 것인가, 좀 더 쉬어볼 것인가, 먼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것인가, 아니면 아직 좀 더 공부하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볼 것인가 등등...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은 건 20대나 지금이나 매 한 가진데 '우선순위'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새로운 난제가 생겼다. 후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내 인생이 재밌었다고 미소 짓기 위해 내 인생에 대한 효율성을 도입해야 할 시간인 것이다. 이제는 여러 번 넘어지고 털고 일어나서 또 다른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볼 것이 아니라 예측하고 넘어지는 횟수를 최소화하고 확실한 방향으로 꼿꼿하게 이양이면 좀 더 빠르게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제 인생의 우선순위, 어떤 아이를 먼저로 하고 어떤 아이를 뒤로 해야 할까? 

내 선택에 대해 나는 얼마큼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도 시시한 '우선순위'를 생각한다. 밥을 먼저 먹을지 커피를 먼저 마실지 허허 

삼일을 꼬박 새워서 공부를 했으니 오늘의 우선순위는 1번도 2번도 '쉼'.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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