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은 친정엄마와 아이와 오차드에 유치원 투어를 갔다. 몬테소리를 기반으로 한 유치원이고 구글평도 괜찮아 방문을 했다. 마침 아이 담임이 될 선생님이 출근을 하셔서 그 분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의 열정과 차분함이 마음에 들었다. 투어를 마치고 옆옆 쇼핑몰에 있는 홍콩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몰을 구경하려 다녔다. 라운지 같은 곳에 아이들이 놀만한 회전의자들이 있었고 아이는 그곳에서 한 시간을 놀았다. 그리고 다시 조금 몰을 돌아다니다가 키즈카페가 눈앞에 나타났다. 아이는 온 힘을 다해 나를 키즈카페 입구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결국 친정엄마와 아이가 키즈카페로 갔고 나에게 무려 세 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한 주간 야근하랴 유치원 투어 다니랴 남편이랑 병원 가랴 일상이 정신이 없었다(참고로 남편과 이비인후과에 갔다가 병원비에 깜짝 놀랐다. 병원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로 적어보겠다). 휴식시간이 고마우면서 한편으로는 다 하지 못한 회사일이 생각났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노트북 가져올걸...’
하지만 집에 가서 노트북을 가져올 수도 없는 일이라 이 시간을 즐기자는 마음에 스타벅스를 갔다. 내가 좋아하는 오트밀크라떼를 주문했다. 혼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게 얼마만인지.... 라떼는 맛있었다. 부드럽고 쓰지 않았다. 혼자만의 커피타임을 한 시간 정도 가지니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담주에 입을 옷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라(zara)로 향했다. 막상 가니 입을 만한 옷이 없었고 그나마 괜찮아 보였던 자켓도 길이가 길어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오차드 쇼핑몰 안에서 모르는 브랜드들을 훑으면서 지나가다 망고(mango) 매장이 보여 들어갔다. 매장을 둘러보다가 아이보리 컬러에 셔츠모양을 한 롱원피스를 발견하였다. 다소 길이가 길었지만 구두를 신고 입으면 어울릴 것 같았다. S를 골랐고 입어보려고 줄을 섰다. 줄을 서는데 옆에 흰 짧은 원피스와 초록색의 롱원피스가 있길래 그것도 같이 입어봐야겠다 싶어 옷을 빼내어 손에 들고 있었다.
5분여를 기다리니 드디어 옷을 입어볼 차례가 되었다. 내가 처음 골랐던 원피스는 차분하면서도 카라가 있어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주었다.
‘이건 사야지! 월요일에 입고 갈래.’
그다음으로 흰 원피스를 입었고 무릎 위 10cm 정도의 짧은 길이라 포기. 엄마가 되고 나니 왠지 무릎 위로 오는 스커트는 잘 안 입게 된다.
마지막으로 초록 원피스! 이 원피스는 허리 양쪽이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태어나 이런 옷을 사본적이 없는 나는 호기심에 한 번 입어봤다. 역시나 어색하고 또 어색했다.
게다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허리가 그대로 드러나서 몸이 시릴 것 같아.’
아이를 낳고 내 몸은 정말 약해졌다. 조금만 추우면 몸이 시리다. 어쨌든 그래서 이것도 안 사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약 $120 싱가포르달러를 내고 롱원피스만 사게 되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과제를 하나 끝낸 느낌이랄까.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인 오늘 이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옆 팀의 한 동료가 아침에 내게 말했다.
“You look great."
옷을 잘 산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주말에 또 옷을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