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성규 Aug 28. 2019

HSK(한어수평고시)에 관하여.

아이들과 함께 걷는 세상 

멀쩡히 잘 접속이 되던 브런치가 로그인이 되지 않고 계속 튕겨 나기 시작했다.

물론 카카오와 다음의 접속을 막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브런치에 접속을 하기 위해서는 VPN을 이용하여 우회 접속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애초에 바로바로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편리함에 시작을 했던 브런치인지라 몇 번의 과정을 거쳐 접속을 한다는 것에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그렇게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는 횟수가 뜸했지만, 지금은 그런 제약이 없는 한국땅으로 돌아왔으니 슬슬 글을 다시 시작해 봐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살 일을 걱정하다 25년간 버텨온 곳이 중국 땅이라 중국어를 가르쳐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중국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보았지만, 막상 한국에서 중국어를 가르쳐 보겠다는 생각을 하자, 나의 실력이 과연 다른 사람을 가르칠 만한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친척이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다는 말에 HSK를 위주로 공부를 가르쳐 보기로 하고는 책을 둘러보았다.

HSK.

나에게 있어 HSK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24년 전 처음 HSK를 볼 때, 사실 나는 그런 시험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고, 그 시험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알지도 못했다. 그저, 나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을 쳤을 뿐이었다. 그 시험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무했다.

HSK를 보고, 등급을 받고 나서 한참을 지나도록 나는 HSK 관련 문제집이 있고, 그것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 말은 시험을 보는 순간까지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 시험의 형태가 어떤지도 알지 못했다는 말이다.

HSK 6급을 받고, 그것으로 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저 다행이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그 이후로 HSK 시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6~7년이 지난 뒤 지인의 부인이 HSK 고급 시험을 치려 하는데 혼자 치는 것이 두렵다며 접수비를 줄 테니 함께 시험을 쳐보자는 제안을 했다.

접수비까지 대신 내어 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었기에 고급 시험을 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나마 알고 있던 HSK 중급(1급부터 8급까지)의 유형과는 전혀 다른 고급(9급, 10급, 11급) 시험의 유형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중급 시험에서는 없던 작문 시험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말하기 시험이라고 해서 녹음기에 대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부터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로 고급의 최고 점수인 11급을 받기는 했다.


지금의 시험은 신 HSK라고 해서 급수별로 시험을 신청하고 쳐야 하지만, 그때는 성적에 따라 등급을 나눠주는 시스템이었다.

사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HSK 고급 시험에서 11급을 받게 된 것은 이유가 있었다.

HSK 중급 시험은 동일한 시험 문제지로 시험을 치고 점수에 따라 1급에서 8급까지 급수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닌 것이 중급 시험의 문제를 풀고 8급을 받기 위해서는 출제된 중급 시험 문제의 대부분을 알아야 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급 시험에서 8급을 받기 위해서는 최고의 점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급 시험은 단 세 개의 등급으로 나눈다. 각 등급 간의 점수의 폭이 넓어진다.

중급에서는 한 문제의 오답이 한 등급을 나누어 버리지만, 고급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중급 시험에서는 최고의 점수를 받아야만 8급이 되지만, 고급 시험에서는 최저 점수를 받아도 9급이 된다.

만약 자신이 7~8급의 실력이 된다면, 바로 고급 시험을 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는 말이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11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HSK 시험에 대한 별 다른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 HSK의 시험이 바뀐 것을 알지 못하고, 큰 아들이 몇 급을 쳐야 하는지 물었을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6급만 받아도 충분하다는 말을 해주었고, 나중에서야 새로운 HSK 시험은 6급이 최고 등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아들이 시험을 치러 가는 날 아침. 시험장까지 데려다주고는 근처 커피점에서 6급 샘플 문제를 다운로드하여서 쳐 보았다.

듣기 시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내가 예전에 보았던 시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큰 아들도 분명 당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큰 아들의 표정은 멘붕 그 자체였다.

물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시험을 치렀던 큰 아들은 6급을 받기는 했었다.



중국어를 배우고 생활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시험을 쳐 볼 생각이다.

물론 6급 문제집을 사서 풀거나 공부를 하지는 않겠지만, 대충의 유형은 알고 들어갈 생각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에나 잘 되어 있으니 말이다.

결과가 어떨지는 나도 잘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시험의 결과가 HSK 시험을 위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론을 내어 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결과가 나오면 다시 관련 글을 써 볼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