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날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 부부의 14년차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
평일이었으면 남편 퇴근 후 맛있는 저녁이나 먹으며 집에서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 같은데 올해는 딱 빨간날과 겹쳐 쉬게 되니 더 기념일스러운 기분이 들어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를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14년 전을 떠올려 본다. 우리가 결혼했던 2010년 4월 10일은 토요일이었다. 날씨도 오늘만큼이나 좋았고 양가의 첫 번째 결혼식인만큼 하객분들도 많이 찾아주셨었다.
그 때 난 평생 남겨질 웨딩사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독하게 마음 먹고 살도 빼고 얼굴 마사지도 받고 안하던 네일도 받으면서 관리를 했다. 지금도 인상적이었던 건 스드메를 진행하면서 강남에서 메이크업을 받았었는데 분명 두껍게 화장을 해주지 않았는데 어찌나 얼굴이 맑고 깨끗하게 보이게 해줬는지 '아~ 이래서 연예인들이 다 강남에서 메이크업 받나보다~' 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노력과 스드메의 도움으로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다.
그렇게 온갖 정성을 들였던 나의 웨딩사진들은 결혼하고 한 1년 자주 보다가 그 이후 아이 낳고는 아이한테 엄마, 아빠 모습 보여준다고 하면서 5~6번 꺼내 본게 전부이다. 그리고 지금은 웨딩사진이 서랍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지만 남는 건 사진이라고 그 때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보면 어찌나 만족스러운지.. '나 참~ 예뻤었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든다 ^^
나 뿐만 아니라 웨딩사진 속의 남편도 순딩순딩 호리호리 잘생긴 청년이었던 걸 보면 남편도 그 때가 인생 최고의 리즈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연애하는 내내 한 번도 싸우지 않던 우리가 결혼하고 나서는 숱하게 싸우고 화해하고 새로운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음을 느끼는 과정들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14년차의 부부가 되었다.
시간이 빠른 거 같으면서도 앞으로의 우리의 기대수명이 긴 걸 감안하면 얼마 안 살아온 거 같기도 하다.
지금은 둘 다 나온 배를 걱정하며 아침마다 체중계를 번갈아 올라가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서로 챙겨먹는 40대 중후반이 되었다. 14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서로를 계속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서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 소개해 본다.
사랑의 힘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사랑을 얻는 대신 다른 무엇을 잃기도 한다.(P161) 결혼은 행복을 위한 지름길이 아니며 이혼은 불행의
종지부가 아니다.(P169) 인간관계에 꼭 필요한 약간 냉냉한 거리 두기를
쇼펜하우어는 '정중함과 예의'라고 말한다.(P175)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4년 살면서 제일 중요하다고 느낀 건 가까운 사이일수록 '정중함과 예의'가 필요하구나 였다.
전형적인 말이지만 '늙어 파뿌리가 될때까지, 백년해로하는' 그런 부부가 되려면 지금부터는 남편과 서로 배려하며 존중하는 부부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