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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뽀로리 Aug 04. 2022

테스터 풀 모집의 기록

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대체 어디서 모집할 건데?


이직한 회사에서의 첫 리서치는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을 믿어준 데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고,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기도 했다.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리서치 설계를 했다. 가설, 인터뷰 방법, 질문지에 카메라 세팅까지 전부 꼼꼼하게 체크했다.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할지도 함께 결정했다. 리서치 설계에 따르면,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초보 사용자가 필요했다. 당당하게 리서치 설계서를 제출했고, 이대로 진행해도 좋다는 피드백이 왔다. 참 뿌듯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의 기분 좋은 얼굴에 대고 팀장님이 질문했다. “그런데, 어디서 모집할 생각인가요?” 


그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헐, 그러게요. 마음은 혼란스러울 지언정 저런 대답을 할 수가 없으니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예상치도 못한 구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전 회사에서는 이미 탄탄한 참가자 풀이 있었다. 운영관리 팀에 문의를 넣으면 알아서 기준대로 참가자를 선정해서 전달 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머리 속에서 진행 중이던 인터뷰 진행과 꽃 길 같았던 분석 프로세스가 모두 흔들렸다. 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디서 모으지? 


이 고민은 신생팀과 함께하고 있는 모든 UX researcher 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 인맥을 총 동원해보겠습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는 인맥이었다. 자사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직접 제안을 하면 좋았겠지만, 회사는 개인정보에 극히 민감한 편이었다. 사용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서 인터뷰에 참가해 주십사 부탁을 하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용자들의 화면에 인터뷰 안내를 띄우는 것도 그때 당시에서는 무리였다. 팀 빌딩이 막 시작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이때 당시에 첫 출범한 팀이라 참 서러운 일이 많았는데, 이후 천천히 다루겠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인맥이었다. 참 다행이도 리서치는 ‘이 서비스를 사용해 본 적이 없거나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최대한 나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리서치 대상자로 선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리서치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인맥도 금방 동이 났다. 주변 사람들의 지인이라는 매우 폭 넓고 맘 넓은 기준으로 모집했어도 한계가 있었다. 거기다가 자사 서비스는 B2C뿐만 아니라 B2B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었다. 내 주변에 B2B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매번 구해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울고 싶은 마음으로 주변 리서처들이 어떻게 B2B 인터뷰 진행을 하는지 조사했다. 그쪽도 결론은 하나였다. “인맥이 답입니다.”, “주변에 연락을 취해보세요.” 인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입사한지 한 달 차. 초보 UX Researcher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리쿠르팅 업체를 이용하게 해주세요!


인맥이 아니라면, 전문가를 찾아가면 되지! 나의 다음 선택지는 리쿠르팅 업체였다. 정해진 기준에 맞춰서 사람들을 모집하고, 스케쥴링을 해주는 업체가 하나쯤 없으랴. 괜찮은 몇 군데를 골라서 연락을 넣어보면 되겠지. 그런 마음을 가지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리쿠르팅 업체를 이용할 수 없었다. 리서치에서 꽤나 잔뼈가 굵은 업체들이 모두 직접 리서치 모집 공고문을 올리고 있던 이유를 먼저 알아차려야 했는데 말이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생각보다 리쿠르팅 업체는 많지 않았다. 사실 리쿠르팅 만 진행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이후의 리서치 진행을 함께하는 외주 개념의 업체가 많았다. 업체에 연락을 넣을 때마다 담당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사실 리쿠르팅만 진행하는 건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 라고 설명했다. 결국 돈이 별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이해할 수 밖에.


두 번째 이유로, 겨우 찾아낸 리쿠르팅 업체와 조율이 매우 어려웠다. 간신히 찾은 곳이라 되도록이면 계약을 하고 싶었다. 해당 업체 쪽에서도 흔쾌히 리쿠르팅 및 스케쥴링 업무 진행을 허락했다. 놀랄 만큼의 수수료를 추가하긴 했어도 가능은 하다고 했다. 참 다행이었다. 해당 업체를 즉시 상부 보고하고, 정확한 금액 조정을 위해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이 업체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율 과정에서 의견이 매우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자사 서비스를 사용할 줄 아는 전문가 등급의 사람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해당 리쿠르팅도 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정확한 리쿠르팅을 위해 몇 개월 이상 사용자인지 물었고 해당 업체는 6개월이란 답을 내놓았다. 헉, 6개월 사용자인데 전문가 등급이라니? 일반 서비스라면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자사 서비스는 메뉴와 기능도 매우 많고, 단순하지도 않았다. 1년을 모두 지나고 나야 세금 프로세스도 익힐 수 있었다. 6개월 사용으로는 택도 없었다. 6개월 사용자를 전문가로 가정하고 50만원 이상의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용 기간이 더 긴 분들을 전문가로 가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메일에 업체는 이렇게 답했다. “6개월 정도면 많이 쓴 거 아닌가요.”


이러한 맥락의 메일을 수 개(전화는 더 많았다.) 주고받고 난 뒤, 나는 다른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크몽, 위시캣 같은 전문가 매칭 플랫폼에서 대상자를 찾기로 한 것이다.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 리쿠르팅은 모집 글을 게재할 수가 없었다. 전문가 매칭 플랫폼이지, 리쿠르팅 업체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이용해도 불가하다고 했다. 결국 리쿠르팅 업체 찾기도 물 건너 갔다.








세 번째, 돌고돌아 카카오톡 채널으로.


대체 어디서 어떻게 원활하게 모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고민을 하다 다른 회사의 방식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자사 서비스 사용자 중 기준에 맞는 사용자에게 모집 인터뷰 참가를 권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 로직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인터뷰 참가 모집을 하지 않는 게 기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널을 사용한다는 다른 리서처 분의 조언을 들었다. 검색해보니 과연!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카카오톡 채널을 사용하여 인터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테스터 풀을 만들기에도 아주 적합해 보였다.


벤치마킹을 위해 찾았던 리서치 채널들


마음을 다잡고 만들어보자니 어떤 것부터 고려해야 하는지 몰랐다. 처음 하는 일이라서 더 그랬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있나? 최대한으로 머리를 짜낼 수 밖에! 나는 다른 채널들을 직접 사용해보면서 필요한 작업들을 골라내었다. 그 중 가장 먼저 처리가 되어야 할 일은 개인정보 동의서였다. 사실 UX Researcher가 개인정보에 어마어마하게 민감한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나만 그랬나?). 개인정보 동의서가 필요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몰랐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그냥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법무팀, 개인정보보호팀이 들으면 천지가 개벽할 소리다. 절대 마음대로 아무 항목이나 선택해서 채우면 안 된다.


잘 몰랐던 과거의 나(지금은 알았으니 부끄럽지 않다!)


제공해야 하는 개인정보, 그 개인정보의 유지 기간, 테스터 풀 보관 기간, 혹시 대면이라면 촬영 시 녹화되는 개인정보(주로 초상권)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일회성 인터뷰(인터뷰 진행 후 즉시 개인정보 삭제 기준)와 테스터 풀 모집(개인정보를 일정 기간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도 나눠서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나는 일회성 인터뷰 참가 동의서는 필수로 받고, 테스터 풀 참가 동의서는 선택으로 나누어 받았다. 선택 동의를 거부한 경우, 1회 인터뷰 진행은 가능하지만 장기간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인터뷰 진행 후 해당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한다. 이에 대한 관리 및 검수를 꾸준하게 받고 있다. 참 귀찮은 작업일 수 있으나, 개인정보는 되도록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잃으면 안 된다.


다음으로 한 일은 사내 BI 가이드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디자인 팀에게 “리서치 채널 만들 건데, 대충 잘 만들어주세요~” 라고 요청하면 안된다. 다른 서비스와 통일성을 잃어버리게 될 뿐더러, 열심히 제작해둔 디자인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팀과 함께 회사의 서비스라는 BI 본질은 살리되, 리서치 채널임을 알려줄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어야 한다. 사내 BI 가이드가 있다면 가이드를 직접 주면 더 좋다. 이 역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나 반드시 챙겨야 하는 요소기도 하다. 리서치 채널만 혼자 다른 서비스처럼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후에는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비즈니스 채널을 신청하고, 안내사항들을 작성한다. 쉬운 관리를 위해 FAQ는 메뉴 버튼을 이용하면 좋다. 메뉴 버튼은 카카오톡 채널 관리자 센터에서 제작할 수 있다. 특별한 개발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가능하다.








그래서 홍보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비즈니스 채널을 만들었다면, 홍보는 자사 서비스에서 하면 된다. 배너여도 좋고, 이벤트를 열어도 상관 없겠다. 모 회사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이용하기도 했다. 홍보의 방식은 서비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다소 무책임한 발언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인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테스터 풀을 채널로 관리하는 건 홍보에 대한 고민을 할 가치가 있다. 연락을 번거롭게 문자 메시지로 하지 않아도 되고, 전화를 돌릴 필요도 없다. 거기다 카카오톡 연동 스케쥴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해당 서비스는 차후에 기술하겠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장점이 있으니 리쿠르팅을 고민하는 리서처라면 한 번쯤 고려해보면 좋겠다.


이 글이 홀로 팀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후에는 팀 빌딩의 기록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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