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재 Jan 01. 2020

2019년 회고

올해 연말은 어쩐지 영 회고나 계획을 세우게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으니 그냥 이렇게 지나가지 뭐 했는데 그래도 1월 1일을 잠만 자다 보낼 순 없다고 생각해서 호다닥 한 번 써보는 2019년 돌아보기.


1월

요가를 시작했다. 1일 1불닭볶음면 불량 생활을 탈출하여 건강하게 먹는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김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4기 시작. 한겨레 방문 때문에 공덕을 종종 갔다. 공덕 컴포트 커피를 알게 됐지

명상을 열심히 하던 시기


2월

해시온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매 주말은 합정 찌라살롱으로 출근

요가와 명상이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었던 시기

새벽 수영좀 해보겠다고 5시부터인가 체육관에 줄 섰는데 내 앞에서 마감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3월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옴. 후쿠오카의 요가원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요가 수련을 했다.

다은이, 미정이랑은 첫 해외 여행이었다.

제주에 다녀왔다. 말로만 듣던 타시텔레에 갔고 아침 요가 수련을 했다.

이상한 일을 겪었지만, 거기에 지지 않고 좋은 여행을 해냈다. 실언니와의 잊을 수 없는 만남도.

제주 딱새우 최고

조조영화를 자주 보았다. 작은 즐거움.

원고 작업이 지지부진하여 하루에 얼만큼 글을 써냈느냐에 따라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함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네 번째 졸업식. 펠로우들을 보며 뭉클

메디아티 퇴사, 무소속이 되었다!

루틴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일상에 익숙해지기 위해 몸부림 치며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을 실감


4월

여섯 시즌을 꼭 채운 채로 민주주잉 파트너 졸업.

삼각지에서 관율님이 사다주신 케이크와 함께 멤버들과 쫑번개를 했다. 히히

여러 회사와 인터뷰를 보며 나와 맞는 팀이 어디일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이직이 결정되었다

슬슬 요가 수련을 막 미루려고 하다가 박여사에게 혼나고 그랬나보다. 일기에 써있음..

메디아티 퇴사 후 처음으로 구글 뉴스랩 회식겸 다같이 만나 술을 마셨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피터 드러커 책을 다 읽었던 한 달

박리세윤 금손 메이드 영상 편지를 (뒤늦게) 보고 눈물 찔끔 했음

무소속 마지막 달. 좋아하는 사람들을 틈만 나면 인천에 초대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냄

양꼬치와 고량주에 빠져 지내던 한 달


5월

트레바리 입사! 좋은 선택을 내렸다고 믿고 있다.

왈이네의 새로운 터전 소월로에서 요가를 하며 봄바람을 맞을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던 날씨

입사 후 1907시즌 론칭 때문에 몹시 바빴던 것 같다. 별 기록과 기억이 없네...

잠깐이지만 성수에서 일할 수 있어 좋았다

바빠서 5월의 끝을 잡고 아오 모임에 못 갔다 슬퍼


6월

태어나 처음으로 위염에 걸려봄.

머리를 아주 짧게 자름.

성수로 출퇴근하며 건대입구에서 내려 1정거장을 따릉이 타고 다니는 것에 재미 들림. 자전거 최고

바삐 지내는 것이 걱정된다고 깎은 사과 한 통을 들고 왈이네 두 인간이 성수에 왔다

용인에서 열린 umf에서 세상 고생을 다 했다는 소식

할리 데이비슨을 타봤다. 언젠가 오토바이를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아님)

성수동 요가웨이브를 등록. 민희샘과의 수련은 늘 큰 위로고 힘이었다.

비행기에서 몇 달 전에 쓴 엽서가 집으로 도착해서 기분이 좋았다


7월

강남에서 일하기 시작. 그리도 피하고 싶었던 강남이건만!

마라샹궈의 맛을 알아버리기 시작. 돌이킬 수 없음

으으 이렇게 느리게 길 줄 알았으면 안 잘랐을 텐데 라고 후회를 해본다.

'~를 위해'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좀 더 즐기고 싶다! 고 써놓았네

마음이 복잡했던 시기였나 봄. 희진이 형부네 가게에서 울고불고 주책을 부렸다고 일기에 써있네

위워크 돼지코 카푸치노에 빠져 지냄

홍대 진만두를 알게 되고 만두에 빠져 지냄


8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외치고 한강진 썬나 요가를 다니기 시작함

시집을 열심히 읽음

명상을 아주 열심히 함

자기 전에 유노윤호-최강창민 짤을 보며 혼자 피식피식 웃곤 함

빌리언스 킬링이브 기묘한 이야기 도망부끄 를 봄.


9월

추석 연휴

솔님이 강남 사무실에 놀러왔고 시집을 선물로 주고 갔다

노랬던 머리를 새카맣게 염색함.

왈이네 오프라인 멍상 클래스 - 호흡편을 등록함. 귀견 '자네'의 실물 영접

강아지를 잘 키우기 위한 노력이 명상을 위한 노력과 닮은 점이 많다고 일기에 써놓았다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을 연습하려고 했던 시기 같음

9월 2일, 세상에서 제에일 아름다운 노을을 봤음. 양화대교 위에서. 말로 설명이 어려울 만큼.


10월

유독 마음이 힘들었던 달

인생 첫 책이 나왔고. 더 열심히 오래 잘 써야겠다고 다짐함

혼자 몰래 서점에 가서 책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지만 어디에도 올리지 못했다는 후문

노력이 노력에서 그치지 않고 작게나마 결실을 맺는 경험이 개인에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았던 시기

약간 절박할 정도로 명상을 열심히 했던 시기. 그중 한 번의 강렬한 경험이 있었다.

생일이 있었다!

속초에 다녀왔고 88생선구이를 처음 가봤다. '스타일러'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됨.


11월

3주 정도 sns를 안 보고 안 올렸던 시기.

이래저래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 잘 이겨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내 안의 방어기제나 여러 깊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아주 오랜만에 (트레바리) 독서모임에서 '와 너무 좋았다'는 말이 나오는 토론을 했다

여러 충동들을 이겨냈지만 하나 못 이겨내서 베를린행 티켓을 끊음

명상을 열심히 했다

요가는 열심히 못했다

일을 열심히 했다

건강하게 먹는 습관은 지키지 못했다

새해부터 새로 쓰고 싶은 소설을 구상했다


12월

인스타를 다시 부지런히 하기 시작....

건강검진을 받았고, 너무 피로누적이었던 나머지, 수면내시경을간절히 기다렸음

부산에 다녀옴. 특이한 택시 기사님들을 많이 만남

베를린을 다녀왔다. 아아~

작년과는 사뭇 다른 올해 연말 나의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는 새에 2019년이 끝나버렸다

가죽공예! 엄마의 이름을 새긴 카드지갑을 첫 작품으로 만들었다. (근데 엄마 왜 내가 준 거 안 써)

강남에 또 놀러온 솔님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고, 거기 적힌 시는 올해 내 최고의 시였다. 헤

올해의 대방어를 도연님과. 이것은 이제부터 우리의 리추얼!


기타

올해 하반기에만 살이 6kg이 쪘다.. ㅠㅠ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다는 걸 알아냈다. 

다이어리와 일기를 1년 내내 빼곡히 부지런히 썼다. 안 빼먹고. 놀라운 일이야

어느 하나에 매몰되려 할 때마다 옆에서 내게 꼭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좋은 변화

꾸며야 한다는 생각, 예뻐보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

과거보다는 그래도 제법 깨끗이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중요한 것이 중요한 자리에 놓여있을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을 일 년 내내 지켰다.


올해는 단정한 언어로 정리하기에는 참 빠르고 정신없고, 복잡한 한 해였다. 근데 돌이켜 보니 여러모로 애쓰며 지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2020년에는 조금 덜 애쓰기로 했다. 노력하지 않고 대충 살겠다는 말은 아님. 그보다는 나 자신을 좀 더 다정하게 아껴주며 지내야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작년 이맘때 세운 2019 계획을 보니 나 너무 욕심이 많았네.


올해는, 1번 건강한 몸과 마음 지키기 2번 나와의 관계를 다정하게 유지하기 3번 소중한 사람들과 맛난거 많이 먹고 좋은 술 많이 마시며 진심으로 살기 4번 훌륭한 동료 되기 를 상시 목표로 삼으면서 그때 그때 차오르는 열정과 의지에 물을 잘 주어야겠다. 그거면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