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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든 Nov 30. 2020

출간 후 이야기 #1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출간 작가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책을 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브런치 덕분이다. 내 주위에는 아직도 브런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약 2년 전에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다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작가 승인을 받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인지는 몰랐다. 가만히 앉아 뭔가를 시청할 수는 있어도 잘 읽지는 않았던 나는 브런치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내고 있었다. 평범하게 회사와 집을 왕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2018 Kakao 클래스'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고 나에게 참여를 권유하였다. 딱히 재미있는 일도 없던 차에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클래스 신청 단계에서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의 주제와 목차를 써서 내야 했는데, 글을 쓴다면 평소에 늘 관심이 있었지만, 자세히 파고들지 못했던 환경 관련 글을 쓰고 싶었다. 그 당시 처음 알게 되었던 '축소주의(Reducetarian)'에 많은 공감을 하였던 터라 축소주의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궁금했던 분야들을 추리니 목차가 저절로 쓰여졌다.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넣고 기다렸다. 결과가 발표됐고 주제가 흥미로웠던 건지 운이 좋았던 건지 카카오 클래스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곳엔 다양한 주제를 들고 온 다방면의 작가 지망생들이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사회 초년생이었고 어떤 사람은 삼촌뻘의 건축가였다. 평범한 주부나 학생도 있었다. 이들이 쓰려했던 주제는 전부 흥미로웠고 클래스도 무척 재미있어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총 3~4회 클래스를 참여했던 것 같다. 처음 수업에서는 브런치 가입과 브런치 사용 방법 등의 기본적인 기술 수업(?)을 받았고 브런치에 올라왔던 글이 출간까지 이어진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이때 브런치 작가가 진짜 출간 작가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알게 되었지만, 아주 먼 우주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카카오 클래스도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내가 책을 내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클래스의 주된 목표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마지막 수업까지 첫 화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수업을 통해 한 화의 적정 분량과 사진 넣기, 제목 짓기 등의 팁을 배울 수 있었고, 멘토였던 자유지은 작가님의 지도 하에 첫 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의지박약에 자신감 저하로 1화마저 완성하지 못했을 텐데, 매번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유지은 멘토님 덕분에 쓰게 되었고, 어쨌든 클래스에 참여한 이상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했기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클래스를 듣는다고 모두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클래스 참여와 무관하게 브런치 작가 심사를 정식으로 거쳐야지만 작가 승인을 받을 수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더구나 내 주제는 조금 뻔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주제는 무척 특이하고 흥미로워 보여서 부럽기도 하고 위축되었다. 작가 승인이 상대평가는 아니었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나는 역시 글쓰기와 맞지 않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하였다.


다행히 브런치 작가 신청의 결과는 '승인'이었고,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글 쓰는 기회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준비해뒀던 첫 화를 발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클래스는 끝났지만, 앞으로는 내 의지대로 써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환경 전문가도 아닌 내가 축소주의라는 주제로 환경 관련 글을 한 편 쓸 때마다 가장 도움을 받았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명목으로 미뤄뒀던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첫 화를 올리고 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회사에서 일하던 중, 낯선 아이디에서 DM이 도착했다.


"작가님, ㅇㅇㅇ출판사입니다. 작가님과 책을 출간하고 싶습니다."


오잉? ㅇㅁㅇ!!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거슨 말로만 듣던 출간 제의인가? 아직 첫 화만 올렸을 뿐인데 이거 진짠가?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끼며 화면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 다음 화에 계속 -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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