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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굉장히 맛있게 먹은 비건 음식이 있다. 바로 비건 또띠아롤이다. 어디 가서 사 먹은 건 아니고 그냥 집에서 해 먹어 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앵콜을 외쳤다. 비건 음식은 어렵지 않다. 평소에 하던 음식이나 시도해 보고 싶은 레시피에서 동물성 재료를 식물성 재료로 대체하면 된다. 그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럽다면 계속 그 음식을 비건으로 먹으면 된다. 또띠아롤은 치즈와 사워크림 대신 캐슈넛을, 고기나 새우 대신 렌틸콩을 넣어 정말 담백하고 감칠맛 나고 몸도 가벼워지는 비건 한 끼를 만들어 먹었다.
비건은 아니다. 엄마가 보내주신 멸치 반찬, 만두, 액젓이 들어갔을 김치도 매일 먹는다. 종종 외식도 하기에 고기도 사 먹고 가끔은 생선도 달걀도 우유도 사 먹는다. 다만 장을 볼 때 동물복지, 무항생제, non-GMO, 무농약, 유기농, 국산 등의 문구를 확인하며 조금 더 까탈스러움을 장착하는 것뿐이다. 사실 이런 것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귀찮아서 그냥 한살림에서만 장을 본다.
내가 사용한 비건 또띠아롤의 재료는 다음과 같다. 정확한 계량은 나도 모른다. ^^;
재료: 통밀 또띠아, 캐슈넛 크림(불린 캐슈넛 + 레몬즙 + 물 + 메이플 시럽 + 발사믹 식초 + 소금), 렌틸콩, 생채소, 구운 양파 및 피망, 고수, 토마토소스(토마토퓌레, 토마토 페이스트, 농축 토마토 등), 마늘, 허브 믹스, 설탕, 소금, 큐민(선택)
* 재료는 취향껏 혹은 냉장고 사정을 봐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날 해먹은 버전에는 피망이 빠졌다. 속에 들어가는 생채소는 그때그때 다르다. 집에 항상 샐러드 믹스를 만들어 놓는데 그 안에 뭐를 넣었냐에 따라 다르다. 어느 날은 로메인 + 케일 + 비트 + 비타민 채소가, 어느 날은 상추 + 양배추 + 부추 + 당근이 들어갈 수도 있다.
* 캐슈넛 크림을 만들려면 전날 저녁 캐슈넛을 불려 놓아야 한다.
1. 소금을 넣고 렌틸콩을 삶는다. 약 20분?
2. 캐슈넛 크림을 만든다. 재료를 모두 믹서기에 갈면 된다.
3. 달군 팬에 마늘을 볶다가 삶은 렌틸콩, 허브 믹스, 물을 넣고 설탕, 소금, 큐민 등으로 간을 한다.
4. 양파랑 피망을 볶는다.
5. 또띠아롤 위에 캐슈넛 크림, 토마토소스에 조려진 렌틸콩을 바르고 그 위에 볶은 양파, 피망, 나머지 생채소와 고수를 넣고 말아서 먹는다.
캐슈넛 크림을 처음 맛보고 완전히 취향 저격을 당했다. 캐슈넛만 있으면 우유 베이스의 크림이나 치즈가 웬만해서는 필요하지 않다. 캐슈넛 크림으로 크림 스파게티를 해 먹어도 굉장한 맛이 난다. 치즈와 맛이 정말 흡사하지만 쿰쿰하기 보다는 견과류 특유의 고급스러운 고소한 맛이다.
토마토소스는 시판 스파게티 소스보다는 토마토퓌레, 토마토 페이스트, 농축 토마토 등의 순수한 토마토소스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판 소스는 비건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동물성 재료가 첨가되었을 수도 있지만, 토마토가 GMO일 수도 있으므로. 나 같은 경우 GMO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 그냥 유기농을 산다.
처음 고수를 먹고 그 트라우마 때문에 거의 20년 동안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먹은 고수가 퍽 괜찮았다. 비빔 쌀국수에 들어 있는 야채를 비비다가 고수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도저히 골라낼 수 없을 만큼 섞여 있었다. 조금 뜯어먹을 땐 화장품 같던 그 맛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터프하게 먹어 버리니 의외로 다른 재료와 어우러져 그 참맛을 알 수 있었다. 이 또띠아롤에 고수는 정말 찰떡이다.
비건 또띠아롤은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몸이 가볍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눈이 튀어나오는 느낌을 받는데 이걸 먹고 그런 경험을 했다. 입맛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누구나 눈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할 거라고는 절대 장담하지 않겠다. 다만 비건식을 도전해보고 싶거나 동물성 식품을 줄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고기 없는 월요일로 이 메뉴를 적극 추천한다. 조화롭고 환상적인 맛에 눈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눈을 감고 음미해야 할 수도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