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n Feb 29. 2024

첫 이직을 준비하다 (1)

이직을 준비하며 내가 느낀 4가지

난 애초에 '이직'에 익숙치 못하다. 첫 직장도 6년을 넘게 한 포지션으로 다녔고, MBA를 통해 (반강제적) 이직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기에 벌써 미국에서만 인턴쉽을 포함 세 번째 이직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물론 이 세 번 중 인턴쉽이 2번이었고, Full-Time은 지금 직장이 처음이다.


과거 포스트했던 글들에서 내가 '미국 근무환경'에 대해 느낀 것처럼 미국은 더욱 이직에 적극적인 환경이다. 미국 'blind' 앱에서는 "같은 직급인데 누군 얼마받네", "어딘 얼마주더라" 식의 thread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그냥 묵묵히 자기 직무를 기계처럼 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가 '적절히' 평가받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게 내가 느낀 가장 한국과의 큰 차이점이다. 물론 조직 내 turnover가 자연스레 높아지니 조직적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좋게 해석하면) 역동적인 미국 노동시장은 본인의 가치를 높이기 좋은 환경임은 확실하다. 나는 이게 적성에 맞는듯한 느낌을 받았고, 계속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고 느끼게 한 주요 요소 중 하나다.


내게도 최근 3주간 변화가 하나 있었다. 2가지 다른 인더스트리 리쿠르터가 연락해왔고, 그 중 한 포지션은 현재보다 하나 더 높은 직급과 나은 Comps 패키지를 제시해왔다. 무엇보다 끌렸던 점은 '직무'였는데 Manager of Finance & BizOps로서 최근 성장세가 높은 APAC 팀들과 긴밀히 협력 (엔터이고 각종 EnterTech 회사들의 아시아 Original Content들의 최근 흥행들을 보면 놀랄 것도 아닌)하며 그들의 재무적인 성장 전략을 짜주고 필요한 리소스를 내가 일하게 될 본사에서 긴밀히 협의해 이끌어내는 것이다. 내겐 좀 더 상급자의 위치에서 더 많은 주도권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는 일이라 매력적으로 보였고, 인더스트리 (엔터테인먼트)도 끌렸다.


처음 해보는 미국에서의 이직이라 공유하고 싶은 insight가 많았다.


1. 빠른 인터뷰 프로세스  

리쿠르터가 연락해 온 것은 1월 말쯤이었다. phone screening 콜을 15분 정도하고 (사실 이 때부터 난 직무 & 회사에 끌렸다) 다음 본격적인 hiring manager와 인터뷰 잡히기까지 1주 정도 걸렸다. 아마 이 1주일 동안 나 뿐 아니라 경쟁력있는 후보자들을 찾아 올렸을 거라 추측한다. 2명의 매니저와 인터뷰를 하고 바로 다음 날 Financial Modeling 테스트 1시간 (너무 복잡하기 보단 내가 짜는 logic이 주 평가요소였을 것이라 생각), 1주일 후 CFO & EVP on-site 인터뷰 각 45분씩, 마지막으로 그 다음 주 HR 파트너 & APAC 매니저와 최종 인터뷰를 마쳤다. 이 모든게 총 2주가 조금 넘게 걸렸는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인터뷰 때마다 느낀 것은 끊임없이 검증하려든다는 느낌이었다.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 커리어적 비전과 얼마나 현 직무가 일치할 지?". 지금 직장 offer를 받았을 때도 비슷했던 것 같다. 공통점은 잘 될 회사는 "초반 떡잎부터 다르다". Fit이 잘 맞으면 그걸 본인도 느끼고 인터뷰어들도 느낀다.


2. 급한 건 '회사'여야 한다

첫 FT 오퍼를 받을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되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인적자원을 빼내려하는 회사입장에서는 한 번 밑지고 들어가는 입장인 것이다. 그걸 알고 이번엔 '베짱'을 가지고 인터뷰 프로세스 내내 본인의 포지셔닝에 신경썼다. 현 직장에 큰 불만보다는 만족하지만 더 나은 기회를 찾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크게 간절해 보이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게 중요했다. 대부분 내가 MBA 시절 잘 안됬던 회사들의 경우 굳이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너무 간절해' 보였다는 것 (제발.. 정말 간절해도 너무 간절해지지 말자..)이다. 이 간절함은 열정을 보인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 차이를 분명히 알고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어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desired salary & role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 Reasons for leaving?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다. 동시에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현 직장/직무에 '불평'만 늘어놓는 식의 떼젱이가 되기 보다는 건설적인 사고를 가진 '갈구형'이 좋아보이는 것 같다. 지금도 좋지만, 나의 이런 커리어적 개발에 맞는 더 좋은 기회를 찾고 있다는 식이 듣는 상대방도 이해하기 편하다. 이 때 너무 모호한 말로 떼우려고 하기 보다는 물론 구체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가고자 하는 회사/직무의 fit과도 함께 고려해 답할 줄 알아야한다. 가장 준비가 많이 필요한 질문이기도 하며, 인터뷰어들 또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인 것 같다.


4. 이직은 머리보다 '마음'으로

이직 시 기본급이 올라봤자 사실 몇만불, 직급이야 올라가봤자 어차피 C-level로 가는 것이 아니다. 즉, 아무리 비교해봤자 사실 정량적인 요소로만 본다면 '도찐개찐'이라는게 내 결론이다. 이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 커리어 끝을 봤을 때 의미있는 스토리를 차지할 수 있는가?" 였다. 내 커리어적 종착점은 물론 나도 알 수가 없다. 바라는 종착점은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직무의 정의와 중요성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내게 더 맞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너무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된 의사결정보다는 마음이 더 가는 쪽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다시 새로운 일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니 아마도 옳은 결정이지 않을까 싶다.


Newport와 San Clemente 사이 위치한 office. on-site 마지막 주를 앞두고 들른 라구나 비치의 노을은 너무 아름다웠다. 서부 직장생활의 묘미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