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학자금 대출 전액 상환
"그 날은 반드시 온다."
MBA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빚을 졌던 내가, 드디어 8만 불의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그 날 느꼈던 감정이다. 값비싼 MBA를 위해 빚을 지게 되었을 때, 대출을 극도로 꺼렸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부채를 나쁜 것으로만 여기며 살아왔던 나에게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타국에서의 생활비를 포함해 2년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나는 8만 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국내 은행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인 Discover를 통해 연 이율 13%의 대출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정말 높은 금리였지만, 그만큼 MBA라는 선택이 나에게 큰 기대와 ROI에 대한 계산을 동반한 결정이었기에 가능했다. 이 8만 불은 장학금, 인턴십 급여, 퇴직금 및 저축한 금액을 제외한 2년간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쓰였다.
<2년간의 MBA 비용 breakdown>
학자금: $140k (장학금과 인턴십 급여를 제외하고 약 $80k 소요)
렌트: $2.5k x 20개월 = $50k (온캠퍼스에 살았다면 절약할 수 있었겠지만, 중요한 2년을 원하는 환경에서 보내고 싶어 다소 사치를 부렸다)
생활비: $3k x 20개월 = $60k
여행 경비: $10k (여행지: 하와이 마우이, 멕시코시티, 프랑스, 캐나다 밴프, 그리고 여러 스키 여행)
원금 8만 불에 더해 이자까지 갚아나가는 과정은 나에게 많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나 그동안 막연하게만 여겼던 ‘돈’, 특히 ‘부채’의 속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해준 경험이었다.
나만의 대차대조표 (Balance Sheet) 만들기
어떤 상황이든 먼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MBA를 시작하고부터 매달 나만의 B/S를 엑셀에 업데이트해나갔다. 자산 항목에는 모든 소유 자산을, 부채 항목에는 대출 원금과 이자, 신용카드 잔액 등 단기간 내에 나갈 비용까지 세세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매달 기록을 남기니 빚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자산과 부채 상황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수입이 생길 때도 이를 다 써버리지 않고, 순자산에 맞게 소비를 조정하게 되었다. 문제 상황의 ‘가시화’는 항상 큰 도움을 준다.
부채와 친해지는 법: 자산 상승 속도 > 부채 증가 속도
‘빚’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가졌지만, 재무적 관점에서 부채도 자산의 일부이다. 부채를 통해 자산을 더욱 빠르게 증가시킬 수 있다면, 그 부채는 ‘좋은 부채’가 될 수 있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면서, 나는 이 부채를 지게 된 ‘동기’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MBA를 통해 내가 원하는 직무와 환경에서 나의 가치를 키워가는 것.” 이 목표에 집중하다 보니 매달 상환일이 나에게는 나태함을 채찍질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철저한 계획과 실행
현 상황을 인지했다면, 그다음은 철저한 계획과 실행이다. 이자를 포함해 총 9만 불 이상을 상환하기 위해 목표 기간을 설정했다. 목표 내에 상환하기 위해 월별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이후에는 변동 사항이 있어도 반드시 계획을 따랐다. 높은 금리 때문에 (중간에 SoFi에서 7%로 리파이낸싱하기도 했다), 나는 2년 내에 모든 대출을 상환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켜나갔다.
부채 = 0. 중요한 건 그 이후
모든 빚을 청산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부채 상환의 참된 가치는 이후의 삶에 있다. 상환을 하며 자리 잡은 ‘건강한’ 소비습관, 자산 분배 노하우, 나만의 투자습관이 내게 진정한 자산이 되었다. 실제로 상환 기간 동안, 소비 습관을 재조정하고, 조금 더 ‘나은’ 재무적 환경을 만들어갔다고 느낀다. 부채가 0이 된 이후, 이런 자산들은 앞으로의 자산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 8만 불 대출금은 나에게 꽤 쓰디쓴 ‘레몬’이었다. 이제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자신이 생겼다.
이 경험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세상은 언제나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고통을 준다는 것. 그 고통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킬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