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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Feb 02. 2021

우리가 하고 있는 소통이 정말로 소통인지.

#서울무드, 여섯 번째 이야기. 소통에 대하여

서울. Nikon FM2, Kodak Proimage 100, 2020


요즘에는 시험공부를 하느라 인스타그램을 할 시간이 많이 없어졌다. 가끔씩 팔로워분들의 근황이 궁금해 들어가거나 사진들이 보고 싶어서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활동을 거의 안 하고 있다.


그러던 얼마 전, 어떤 팔로워분이 스토리에 하나의 스토리를 올렸다. 내용이 꽤 흥미로웠는데 아래는 그 스토리 본문의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이에요.
제 생각에 우리의 길이 언제 지나쳤는지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당신은 이 실험에 참여하고 싶을 거예요.
실험은 바로 제 스토리를 누가 지나치고 누가 집중하는지 보는 것.
우리는 너무 소셜 미디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관계라는 걸 잊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는다면, 이건 그저 짧은 실험이 되겠지만, 당신이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제게 '안녕'이라고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전 이 글을 당신에게 보내드릴 거고 당신은 당신의 스토리에 이 글을 공유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올릴 시간이 없다면 제게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누가 선뜻 그들의 시간을 써줄지 궁금해요.


간단한 인사로 시작한 글의 목적은 많아지는 팔로워와 더불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이 올린 스토리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읽어주고, 반응해 주는지였다. 스토리를 확인한 사람은 해당 스토리에 '안녕'이라고 답변을 보내달라 했고, 꽤 흥미를 느낀 나는 바로 답변을 보냈다.


답변을 받은 팔로워분은 나에게 위의 문장을 보내주었고, 나 또한 해당 글을 스토리에 올려 오랫동안 소통하지 못했던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의 스토리를 꼼꼼히 봐주셨고, 또 사진들을 많이 좋아해 주셨다. 나 또한 답변을 해주신 분들께 해당 글을 보내드렸고, 이대로 흘러가는 하나의 좋은 해프닝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SNS를 하면서 항상 고민하던 부분 '소통'

이천 명이 넘던 팔로워를 정리하고 새로운 계정으로 넘어간 이유가 바로 그런 소통의 부재에 있었다. 매번 처음 보는 사람이 '소통해요~'라고 댓글을 달고, 프로필에 들어가 보면 '과연 저 많은 사람들이랑 소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팔로워를 지닌 사람이 컴퓨터가 찍어내는 듯한 메시지로 댓글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절대로 안될 것 같았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의 게시글이나 스토리를 보고도 좋아요만 누르고 지나가는 일들이 빈번해졌고, 하루에 한 번 사진을 올리는 것이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던 때였기 때문에 이러한 실험이 더욱 눈에 띄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소통이라고 하는 것들이 정말로 소통 일지, 데이터로 표현되는 좋아요를 받기 위해 그저 영혼 없는 댓글과 영혼 없는 좋아요를 누르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하던 고민을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으로 변질된 실험

며칠 전부터, 내가 참여했던 실험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곳에서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괜찮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실험의 본질에 공감한 나에게는 이렇게 이벤트성으로 쓰이는 글들이 굉장히 아쉬웠다.


새로 나오는 스토리들에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원작자의 고민은 하나도 묻어있지 않았다.


팔로워 중 한 분은 이 이벤트성 스토리들만 참여해서 5개가 넘는 스토리들을 전부 이와 같은 이벤트 스토리로 도배를 해 놓았다. 비단 그 한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스토리, 그다음 스토리에도 이와 같은 이벤트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뭐를 그리 고민했는지, 온갖 브랜드들은 고민 끝에 올렸다며 해당 이벤트를 우후죽순 뽑아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본인들도 자신이 올리는 이 스토리를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걸까.


결국, 기존의 스토리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은 깊게 생각해볼 틈도 없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어차피 이벤트 글이겠거니 하고 스토리를 넘어가게 되었고, 원래 실험 스토리를 올린 나 자신도 싫어졌다. 시도는 좋았을지 모르나 1절, 2절, 3절을 넘어서는 이런 마케팅은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이게 무엇을 베낀 거냐, 비슷한 부분도 없고, '안녕하세요, 저는...입니다.'는 특별한 문장이 아니어서 누구나 쓸 수 있지 않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벤트들은 전부 해당 실험이 진행된 직후에 올라오기 시작했고, 바람을 제대로 탄 돛단배처럼 쭉쭉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 인기 있고, 유행을 하는 것들을 골라 해당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케팅 공부를 하면서 모든 플랫폼에서 당시에 유행하는 밈(meme)이나 유행어 등을 찾아보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먼저 진행된 해당 실험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고,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쩌면 진심으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색다른 시선으로 실험을 기획했던 사람과,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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