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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플 Mar 22. 2022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던가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친절한 브런치는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꾸 부르는데,

2020년에 시작한 첫글이 공무원시험에 떨어지고 얼마 안되어 쓴 글이었으니

연달아 두개의 글을 간신히 썼을 뿐, 그 이후는 글을 읽을 시간도 쓸 시간도 없었다.


재작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코로나 확진자가 이백명이 넘어 아이들이 원격수업을 했었구나,

지금은 이십만이 되었는데도 최정점보단 떨어진 숫자라고 안도하니 나만 정신없이 산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시험에 한번 떨어지고 다시 시작한 수험생활은

이번에 떨어지면 절대 다시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을 수 밖에 없었던,

만화에서처럼 내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부는 얼음바람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매일 새벽 다섯시반쯤 일어나 잠든 아이들 이불 덮어주고 스터디카페로 걸어가 자리에 앉아 두시간쯤 공부하고, 다시 집에와서 아이들 챙겨 아침먹여 아이들이 학교로 나설때 같이 나와 다시 좁은 책상으로 돌아가 앉는다.

양팔을 좌우로 뻗을 수도 없을만큼 좁은 공간에서 열서너시간을 보내고나면 코로나 지침으로 정해진 하루의 마감시간이었던 열시쯤 일어나 다시 나와 할머니네서 하루를 보낸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게 오랜 일과였다. 평일도 주말도, 방학도 명절도 없었던.



그리고 나는 그렇게 공무원이 되었다.

동화의 끝처럼 그 모든 역경을 뚫고 공주와 왕자는 결혼했고 그 이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마무리되는 게 삶이 아닌 걸 아는, 


다시 글을 읽고 쓴다.

시험에 떨어지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았던 서른살의 내가 쓴 글을 보며

서른 두살의 내가 위로받는다.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은 서른 두살의 나를 기록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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