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봉투의 추억
학부모로 처음 겪는 스승의 날
울 애기가 속한 0세반 아가들은
6명 정원에 2명의 담임선생님을 두고 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자
어린이집 밴드에 이런 공지가 떴다.
<선물 안됩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회사언니한테 문의했다.
"그래도 선생님들 선물을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언니A)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러냐? 가만있어"
"(언니B) 아무도 안 볼 때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앞치마에 봉투를 꽂아넣어야돼"
어린시절, 직장맘인 울 엄마가 부린 봉투의 흑마법을
익히 느껴본 바 있는지라
봉투, 촌지에 꺼림칙함이 있다.
회사를 가야하니 학부모모임에 자주 올 수 없었던 엄마는
가끔 점심시간에 득달같이 학교로 와서
선생님께 그 당시 맛나던 '씨트론 과자점" 표 케익을 드렸다.
케익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담임선생님은
단체기합에서 나를 유일하게 빼주시고
손도 안들었는데 발표도 막 시켜주시고
안 예쁜데 예쁘다고 칭찬해주셨다.
아마도 케익안에 들어있는 봉투로
케익보다 더 맛있는 걸 사드셨는지 모르겠지만
난 불편했다.
엄마는 상관없었다.
"(돈도 별로 없지만) 돈으로 떼울 수 있는 건 돈으로 떼워야 편해"
90년대 초는
수요도 확실하고 공급도 원활한 시장이 굳건히 형성되어 있었으니
뭐 그렇다해도
지금은 아니지 않을까?
거기다, 애기는 그냥 가서 먹고 자고 싸고 오는게 다인데..
혹시 내가 뭐라도 드리면
기저귀 갈 때 항균 티슈로 한 번 더 잘 닦아주시려나..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뭐라도 안챙기면 울 아기, 사랑과 정성으로
살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해서.. "
남편이 뚱한 표정으로 보며 한 마디 한다.
"누가 사랑과 정성으로 살펴달래?
우리가 맡긴 물건 소중히 보관했다가 잘 돌려주면 되는 거야.
이상한 짓거리 하지마"
냉정하기로는 이쪽을 따를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