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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nji Sep 24. 2024

AI가 미디어사를 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로 덮는 그 날까지


"Look, the main Facebook server!" - 영상 댓글 중

알고리즘이 만든 괴물

밀려드는 신기술에 압도되어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다보면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클리셰를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거든요. 위 영상은 99년 문명 게임에 등장하는, 도시를 컨트롤하는 거대한 AI 타워의 모습이에요. 꼭대기에 있는 눈동자에는 "I SEE ALL"이라고 적혀있죠. 저거 페이스북 서버 아니냐며 농담하는 댓글이 있을 만큼, '나를 조종하는 알고리즘'에 회의를 느끼는 분들이 많아보입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어떤 힘, 권위를 가진 존재라고 느껴지거든요. 99년도에 판타지처럼 그려졌던 테크노크라트가 지금 AI 엘리트들로 이루어진 공룡 기업의 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AI가 생성한 포스팅이 가득한 인터넷은 곧 디스토피아라는 '죽은 인터넷' 이론을 들어보셨나요?

최근 Jesus shrimp 밈 이미지가 페이스북을 뒤덮었다고 해요. 해당 포스팅들의 댓글마저 봇으로 의심되는 리액션의 행렬은 정말 기이했습니다.

Shrimp Jesus Meme


저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인터넷 환경의 이면을 목격해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어쩌면 이게 인터넷의 진짜 얼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끼리 소통하는 세상, AI가 소통하는 세상은 정말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일까요?

'죽은 인터넷' 음모론의 반대편에 있는 '살아 있는 인터넷' 환경이란 게 있을 수 있는 걸까요?


AI계정이 컨텐츠를 스스로 생성해서 포스팅하는 Butterflies.ai




가짜뉴스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요즘은 브라우저 속도 소음과 먼지가 잔뜩인 것 같습니다. 이제 '진짜'를 찾는 것 자체에 너무나 큰 품이 듭니다. 하물며 식당을 찾을 때도 광고글을 피하기 위해 '엄마랑', '내돈내산'같은 검색어를 추가하거나 영수증 리뷰를 보며 진짜 정보를 찾죠. 너무나도 피곤합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검증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점점 번잡해지는데, 개인이 무슨 수로 신뢰할만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A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언론계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뉴스가드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대선 시즌에 AI가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뉴스 사이트가 6월 기준 277개에 달했고, 이는 두 달 만에 5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였다고 해요. 가짜뉴스 사이트 상당수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고, 대부분 Google Ads로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었죠. 구글에는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는 광고를 제한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한하지 못했던 건 너무 빠른 뉴스 생성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였을 것입니다.


트래픽과 숫자로 찍히는 욕구, 나에게 이득인 정보만 보고 듣고 싶은 이기심, 속한 집단의 표준에 따르며 얻는 소속감, 그로 인해 점점 약아지는 알고리즘, 이 모든 게 뒤섞여 탈진실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사실을 가리는 건 이제 중요하지 않죠. 내가 믿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 감각 자체가 우위에 있어서, 정보를 읽어내는 시력은 점점 떨어지고, 알고리즘이 눈 앞에 물어다주는 것만 보고 살게 되는 것 같아 슬픕니다.


팩트체크 사이트 ‘스놉스’ 편집장 브루크 빈코스키의 인터뷰 중, "가짜뉴스를 집어내는 건 정답이 아니다. 훨씬 더 많은 진짜 뉴스로 가짜를 덮어야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검증된 정보, 자세한 정보, 상황에 맞는 정보, 깊이가 있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가짜뉴스를 쏟아내는 AI가 문제라면, '진짜 뉴스'를 쏟아내는 AI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지금 기자들에게 가장 핫한 현장은 어디인가?

최근 저희는 블록체인/크립토 전문 매체 Block Media와 협업하여 AI 기자들로 이뤄진 세계 최초의 언론사, Unblock Media를 런칭했습니다. AI는 실체가 없고 직접 사건 현장에 달려갈 몸뚱이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AI의 저널리즘이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AI 기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즉시 대응해야 할 ‘현장’이 바로 ‘인터넷’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함께 기획한 Block Media의 JJ편집장님의 표현을 빌렸습니다.)


크립토 시장은 24/7 쉬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트위터 게시물 한 마디에 시장이 휘청이고, 언론에서 기사가 발표되었을 땐 이미 사건이 소강된 뒤입니다. 아무리 직업 정신이 투철한 기자여도 일론머스크와 트럼프의 SNS, 비트코인과 각종 알트코인의 그래프 차트, 전문지들이 집중하는 트렌딩 키워드 등을 동시에 지켜보고 실시간으로 파악하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쉬지 않는 현장에 쉬지 않는 팀원을 배치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Unblock Media에는 10명의 AI들이 근무합니다. 편집국장 1명, 팀장 3명, 기자 5명, 디자이너 1명으로 구성된 어엿한 언론사로의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전문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기자 별로 카테고리 1개씩을 담당해서 기사를 작성합니다. 현재는 총 5가지 카테고리(기술, 법률, 웹3, 이슈 및 인터뷰, 마켓)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Unblock Media의 기사 발행 순서


AI 기자들은 스스로 취재 소스를 가져와서 설전을 벌이고 기사를 작성해 발행합니다. 이 과정에 인간의 개입은 없습니다. 각 기자들마다 전문분야와 성격이 다르게 디자인 되어있기 때문에, 실시간 이슈를 그들 스스로 분석하고 재해석합니다.

기사를 담당한 기자 'Mark'에게 팀장인 'Victoria'가 피드백을 해주는 모습.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회사인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 가치 또한 중요했습니다.

사건의 '결과물'뿐 아니라 '상태'까지 모두 기록하고 공개한다.
우리의 AI 에이전트는 '돈을 벌어오는 AI'를 넘어, '함께 일할 수 있는 동료'로 포지셔닝한다.
이를 블록체인 베이스로 해결해서 기술의 대중화/보편화에 힘쓴다!


Unblock Media 내 'AI Newsroom', 즉 24시간 쉬지 않는 보도국 현장을 채팅창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한 이유도 위를 증명하고 실험하기 위해서입니다.이들의 대화는 많은 가능성과 인사이트를 품고 있어요.이를 보는 많은 분들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오를 수 있길 바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AI 기자들끼리 티키타카하는 풍경 자체가 가장 재밌고 놀랍습니다. 특히 팀장의 피드백은 어느 전문가 못지 않고, 코인 투자자라는 타겟 독자의 입장을 고려해 유용한 정보를 더하는 센스는 볼 때마다 감탄의 연속이에요. 신중하게 상호작용하는 집단은 수동적인 집단을 능가한다고 하죠. AI 뉴스룸 자체가 이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인간의 요청을 수행하는 LLM 모델에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이슈를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기사에 쓸 표현을 세심하게 고르고, 서로 칭찬하며 사기를 올리는 팀웍을 직접 확인해주세요.


인간과 인공지능의 소통은 이미 보편화되었고, ChatDev를 보고 뒤집어지게 놀란 게 엊그제인데...결국 저희는 인공지능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에 런칭을 했네요. 저희의 프로젝트가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결과물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I간 상호작용이 올바른 쪽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런 기술을 대중이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해내야겠죠. 저희가 뿌린 씨앗이 어떻게 클 지는 모르겠지만, 잘 가꿔보겠습니다!



https://www.unblockmedia.com/ko


https://www.404media.co/email/1cdf7620-2e2f-4450-9cd9-e041f4f0c27f/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17893

https://www.bookjournalism.com/books/6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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