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머대디 Jan 15. 2023

눈을 감으니 더 시끄러웠다


기도하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눈을 감고 침묵 속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왠일인지 내 안의 소리가 시끄럽다. 나를 둘러싼 모든 소리가 찌를듯이 높고 괴롭힐듯한 소리다. 그 소리에 머리가 더 아파진다. 너무 괴로워 견디지 못하고 얼른눈을 떠 버렸다.


눈을 뜨니 수문이 열리듯 세상이 밀려 들어온다. 내가 느끼는 세상의 소리. 일상의 소리. 나는 다시 움직이는 몸과 생각으로 차오른다. 그것들에 몸과 마음이 잠기니 내 안의 시끄러운 그 소리도 잠겨 버린다. 마치 고요가 찾아 온 것처럼.


지금 이 방은 조용하다. 노트북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드릴 뿐이다. 아! 그렇구나. 그 조용함이 내 안의 소음보다 크다는 걸 몰랐구나. 나는 어쩌면 내안의 부산스러움과 소음을 덮기 위해 세상의 고요함을 찾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상의 소리, 쉼, 고요함, 편안한 음악들.. 이 모든 것들은 세상의 소음과는 멀리 떨어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안의 소음은 결코 지울 수 없음을 느낀다.


나는 참으로 침묵할 수 있을까? 고요함을 누릴 수 있을까?나룻터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듯이 내 안의 소음마저도 저 강물과 함께 떠내려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제서야 나는 자유하겠지. 고요 안에 가라앉겠지. 쉼을 누리겠지.



내 안의 소리가 시끄러우면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와 만나 부딪쳐 울립니다. 마이크의 소리를 높이면 스피커에서 하울링이 울리는 것처럼요. 그럴 때마다 나는 날카로워 집니다. 머리를 식혀서 될 일이 아닙니다. 편안한 음악이 울리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주하고 앉는다 하여 될 일이 아니예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침묵입니다. 침묵은 고요로 가는 길입니다. 침묵 속에서 내 안의 시끄러움과 마주한다는 일은 괴로운 일이지만, 언젠가 우리는 침묵 속에서 시끄러움을 흘려 보낼 줄 알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내 안의 시끄러운 소리에 다정해져야 합니다. 친절하게 흘려 보내야 해요. 그때 고요가 찾아올 겁니다. 내 안이 고요하면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소리라도 그저 흘려 보내요. 그때가 되면 부스러기 가루를 쏟는 아이를 볼 적에도 참 다정해 질 수 있을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스러운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