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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Dec 23. 2020

서울과 지방의 차이

나는 어디에 살아야 하나.

*서울 외 지역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단어로 '지방'이라 씀. 비하의 의도 아님.



우리 작은아버지들은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다 서울로 올라오셨다. 서울에 산지 30년이 넘었는데 아직 사투리를 쓰신다. 내가 고딩때까지만 해도 좀 이상했다. 말투는 여전히 사투린데 서울사람인 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하지만 같은 입장이 되어 보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사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영어도 어설프지만 한국말까지 어눌해진 걸 보고 사람들이 약간 비아냥댔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남들이 보기에 나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그런 과도기가 온 것만 같다.


난 상경한 지 이제 10년이 됐다. 길다면 길지만 전체 인생에서 보면 짧은 기간이다. 그렇지만 20대 초중반에 올라온 서울에서의 생활은 부모님 밑에서 지낼 때보다 훨씬 많을 걸 감당하고 책임져야 했다. 일단 말투부터가 아예 다른.. 낯선 문화에 적응하고 거기서 경쟁해야 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3번의 이사를 했고 어느새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나는 좀 늙었다^^ 일만 한 것 같은데 돈도 별로 못 모았다.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벌써 결혼해서 아기도 몇 명씩 낳았고 서울선 엄두도 못 낼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뭐 되게 부럽지는 않다)



가장 큰 차이는.. 삶의 가치관?

나는 고딩 친구들과 가장 친하다. 시시덕 농담도 재밌고 우리만 아는 추억 얘기도 너무 즐겁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알고 지낸 친구들이지만 생각의 결이 많이 다름을 부쩍 느낀다. 내가 20대 때 생각한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일자리의 수나 임금 수준, 물가 차이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 차이가 생활 방식과 가치관까지 바꾼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의 친구들은 비교적 일찍 결혼을 했고 아이 2명은 기본. 3명까지 낳은 친구도 있다. 거기다 남편 외벌이로 사는 친구들도 많은 반면 서울에는 맞벌이 부부가 1명을 낳아서 키우는 것도 너무 벅차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나만해도 결혼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짊어져야 할 억 단위의 대출이 너무 무섭게 느껴진다. 그런데 친구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 오버하지 말라며 '하면 다 된다'라는 식의 우리 부모님 같은 반응을 한다. 이럴 때면 뉴스에 나오는 취업률, 결혼률, 출산률 같은 수치는 수도권 중심의 통계가 맞구나 실감된다.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하고 싶다.

내가 부산에서 일했을 때의 경험과 현재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쨌든 서울의 직장이 인권을 존중하고 진보적임을 느낀다. 어떤 부산 친구의 회사는 연차가 없다고 한다. 쉬고 싶을 때는 대무자를 구해놓고 쉬어야 한다고 했다. 이건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근로자의 기본권까지 박탈하는 회사라고 생각해 애초에 취업도 안 했겠지만 몰랐다면 당장 그만뒀을 텐데..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직해도 별다른 데가 없다며.. 근데 심지어 임금도.. 경력 10년이 다됐는데 너무 낮았다..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이직을 하며 몸값을 올린다는 인식도 크게 없고 한회사를 안정적으로 꾸준히 다니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친구는 유통업계에 일했는데 회사에서 유니폼(블라우스+치마+구두)을 입는다고 했다. 친구는 서비스직도 아니고 민원인을 상대하는 포지션도 아닌 사무직일 뿐인데 왜 때문에 그렇게 다녀야 하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아무튼 몇 가지 예시이지만 이 외에도 여러 부분들을 비교했을 때, 너무 시대착오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물론 내가 비교적 사회적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아직은 지방이 훨씬 보수적인 거 같다. (물론 지역에 상관없이 회사바이회사..)



아직 따스함이 남아있는 지방.

오랜만에 내려가면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싸우는 거 아니지?' 싶을 때가 있다. 그만큼 사투리는 서울말보다 세다. 하지만 말투가 셀뿐, 그 속에는 분명히 정이 있다. 지난여름 부산의 한 백화점에 간 적이 있다. 매장 직원은 마치 원래 나를 알기라도 하는 듯 사이즈를 추천해주고 안내를 해주셨다. 만약 서울이었다면 “사이즈 교환은 7일 이내로 택 제거하지 말고 오세요"라고 했을 텐데, 그분은 "안 맞으면 다시 오이소~ 택 떼지 말고 일주일 안에 오셔야 됩니데이"라고 하셨다. 단순히 친절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아닌 서울에선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친근함이 느껴졌다. 쇼핑을 끝내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서도 비슷했다. 정감 어린 주인장의 응대. 이게 바로 초코파이가 그렇게 외치던 '정(精)'이겠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이에 굳이 말을 걸어오면 오지랖과 참견 같아서 싫었는데 이제는 이런 게 따뜻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너무 치여 살아서 그런가.


 

사회적/정치적 견해가 너무 달라.

우리는 잘 맞다고 생각했고 친한 친구인데.. 선거에서 저런 사람을 뽑았다고! 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떻게 저런 잣대로 얘기를 하지? 어르신도 아닌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사실 지금도 이해는 안 된다. 언론이 짜 놓은 프레임대로 믿고, 이면에 대해선 관심 없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좀 답답하지만.. 그냥 그 자체를 인정하려고 한다. 그들도 날 이해 못하듯.. 삶의 환경과 지역에 따라 가치관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각자 삶에서 필요한 게 다르고 중점적으로 보는 게 다르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지역별 선호 정당이 있고 지역색도 있는 거겠지. 요즘은 코로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너무 달라서 톡방에서 그런 주제가 나오면 확진자 늘었네~ 줄었네~ 이런 형식적인 말만 하고 주제를 돌리게 된다.






곧 집 계약 기간이 끝나는데 이사할 곳을 찾아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일단 전세는 없고 있다 해도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도 얼마 안 나고, 대출 없이 가려면 집이 구리거나 월세가 세다. 지금 가진 돈으로 지방에 내려가면 더 좋은 환경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또 일자리가 마땅찮겠지.. 서울에서 좀 살았다고.. 막상 내려가려니 쉽지가 않다. 객관적으로 장단점을 나열해보면 서울의 단점이 더 많은데..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건 생각보다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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