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회사에서 출판팀이 해체됐다.
회사에서는 보직 변경할래 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다른 팀에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어쩌지?
이직을 해야 하나?
이 나이에 날 뽑아줄 데는 있을까?
그동안 한번도 일 쉰 적이 없으니 일단 쉬자!
1인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장단점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단점
1. 돈은 돈대로 쓰고 매출이 없으면 어쩌지?
2. 좋아하는 고기를 사먹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3. 숫자에 약한데 회계 관리도 내가 해야겠지?
4. 노는 시간마저 줄어드는 거 아닐까?
장점
1.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누구의 간섭도 컨펌도 없이 만들 수 있다고?
장점은 하나뿐인데, 장점 하나가 단점 모든 걸 이겨내는 듯하다.
까짓것 해보자!! 할 수 있겠지?
아내에게 3년간 생활비를 못 가져올 수도 있겠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흔쾌히 해보란다.
그래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출판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출판사 이름을 정해 보자.
좋은 우리말도 찾아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해보아도 마땅한 게 없다.
괜찮다 싶은 이름은 찾아보면 이미 비슷한 이름의 출판사가 있다.
그러다 알던 저자가 내 이름을 써서 ‘영수책방’이라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손사레를 쳤다.
대표 이름으로 출판사 이름을 짓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냐고.
게다가 처음 저자를 섭외하기 위해 메일을 보낼 때도
“안녕하세요. 영수책방의 O영수 입니다.”
라고 내 소개를 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마땅한 출판사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데 자꾸 영수책방이 생각났다.
내 이름이다 보니 왠지 정감이 가고 좋다.
음, 영수는 보통 명사라고 해도 좋을 법하니 괜찮지 않을까?
결국 영수책방으로 정하고,
출판 등록을 했다.
출판 등록을 할 때 담당 공무원이 출판사 이름이 좋다며 립서비스를 해주었다.
어찌됐든 이렇게 1인 출판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