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밥도 하기 싫고, 청소도, 빨래도 다 하기 싫은 그런 날.
옆에 누워 잠들어 있는 강쥐가 한없이 부러운 날.
주말이니까 뒹굴거리며 맘껏 쉬고만 싶은 그런 날.
몸을 움직이면 물젖은 솜뭉치마냥 무거워..조금만 움직여도 다시 주저 앉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
그런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강아지 산책을 다녀오고, 온라인 수업도 세시간이나 들었다.
쉬는 시간에 국을 데우고, 새 밥을 해서 오후에 학원에 갈 첫째 점심 준비를 했다.
밥조차 먹고 싶지 않은 그런 날.
무심코 튼 티비 프로에 빠져들어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나도 무의미하게 따라 웃어본다.
둘째가 도서관에 가자고 하니, 또 옷을 입고 나선다. 날씨가 좋으니 외출하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버스안은 이내 사람들로 꽉차고 버스는 길이 막혀 더디 간다.
도착한 도서관도 이미 사람이 많다. 앉을 곳을 찾아 전층을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결국 다시 나왔다.
13분을 기다려야 하는 버스..둘째가 내미는 손에 소리없는 가위바위보를 하고, 묵찌빠를 하며 기다려본다.
마침내 도착한 버스엔 이미 사람이 많다. 묵직한 몸이 점점 가라앉는 것만 같은 순간 집에 드디어 도착했다.
어지럽혀진 집을 보니 눈을 감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런 날은 왜 이리 할일이 더 보이는걸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런 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만 했던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엄마가 되고부터 그런 날은 없어진 것 같다.
늘 우리 밥을 챙기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분명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냥 쉬고만 싶었던 날이 있었을텐데, 엄마는 그런 내색을 한적이 없다. 엄마가 내색했을지라도 무딘 내가 몰랐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까?
오늘 저녁은 배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