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elicia Nov 03. 2020

발렌시아, 첫 발을 딛다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발렌시아에 도착한 날의 날씨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발렌시아로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지인의 강한 추천도 있었고 일단은 바다가 있었으면 했다. 또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일을 구하거나 스페인어를 배우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페인에 도착했으니 말바로싸에 가기로 했다.


발렌시아의 대표 해변, Malva-Rosa (말바로싸)


 해변으로 가는 길에 즐비한 레스토랑 중 전통이 있어 보이는 곳에 들러 상그리아를 마셨다. 잘 살아보겠다는 자축 파티였다. 말 바로사의 날씨는 흐렸지만 바다는 예상대로 예뻤고 해변에서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암흑 같았던 내 마음에도 조금씩 평화가 찾아오고 있었다.


말바로싸의 어느 레스토랑


레스토랑에서 1~2 유로면 상그리아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할 수 있는 스페인어라곤 올라, 그라시아스뿐.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아무리 배워도 현지에서 사람들과 얘기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영어를 할 수 있는 나는 자신만만해서 갔는데 사람들과 아무런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무서웠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기로 다짐했다. 처음이니까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호스텔에서 2주 동안 지낸 뒤 아직 집을 찾지 못했기에 임시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다. 임시 숙소는 생각보다 비쌌다. 최대한 빨리 집도 찾고 일자리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 입맛에 딱 맞는 집을 구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깨끗하면 비싸고 오래되고 외진 곳에 있으면 가격이 저렴했다. 그래서 일단은 임시 숙소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이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레베카를 만났다. 말은 안 통하지만 엄마 같은 레베카 덕분에 조금씩 안정감을 느꼈다.

레베카는 아르헨티나 사람인데 자신을 건축가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스페인에서 건축. 관련 일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나와 같은 처지여서 더 그런 건지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꼈다. 레베카는 말이 안 통하는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데려가서 일 자리 관련 프로그램도 소개해주고 무료 스페인어 수업도 소개해 주었다. 또 가끔 저녁에는 아르헨티나식의 또르띠야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보통 스페인식 또르띠야에는 계란과 감자만 들어가는데 아르헨티나식  또르띠야는 당근과 양파도 들어간다. 레베카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항상 즐거웠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레베카와 저녁 식사, 아르헨티나식 또르띠야와 샐러드 그리고 바게트.


레베카는 매일 같이 2시간이나 떨어진 수영장까지 걸어간다고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의지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 아이가 둘이나 있는 레베카는 꼭 일을 구해서 스페인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베카와 말바로싸에서


임시 숙소를 떠나 내가 진짜 머물러야 할 곳을 찾아야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레베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스페인에 온 이상 도전을 해야 했고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그래서 이력서를 들고 바르셀로나로 이틀 동안 다녀오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