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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a Nov 21. 2020

내 집은 어디에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 숙소 구하기  

바르셀로나에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 다녀왔다. 왠지 대도시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발렌시아로 도착 한 날부터 이력서를 돌렸는데 연락 오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대도시에도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었다. 


'나는 일을 하러 온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할까?'.. ' 그냥 지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내 머릿속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대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그래서 서울에서 이곳으로 도망쳐 온 건데 다시 한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바르셀로나 역시 대도시였다. 나는 대도시라는 파도에 한번 더 휩쓸려 들어갈 뻔했다. 


일단은 마음을 다잡고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천천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스페인어를 배우러 왔고 내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다. 일 년 동안 취업준비를 하고 다른 일 년은 회사에 다녔다.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남들과 발걸음을 같이 해야 했다. 이제는 감옥에 갇혀 있던 나를 감옥 밖으로 꺼내 놓고 싶었다. 또 바닷가 근처에서 살았으면 했고 날씨가 따뜻한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발렌시아가 적절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마음을 굳혔다. 


'일단은 발렌시아에 살자.. 그리고 최대한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알아가자' 

그리고 다시 발렌시아행 기차를 탔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발렌시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굉장히 무료하다. 그래서 아침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었다. 말바로싸를 향해 아침마다 걷기 시작했다. 말바로싸 근처에는 노점 카페들이 많았는데 가장 현지스러운 곳으로 들어가 판콘 토마테를 시켰다. 


스페인 사람들의 아침 식사는 판콘 토마테와 (pan con tomate) 카페 콘레체 (café con leche)


사실 나는 한국에서 아침마다 여러 가짓수의 반찬과 찌개와 밥을 먹고 다녀서 너무 적은 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을 적은 양을 먹다 보니 익숙해져 갔고 아침은 오히려 적게 먹는 편이 나았다. 카페 콘 레체는 말 그대로 커피에 우유를 탄 것이다. 그렇게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되지은 않았지만 잠을 깨우기엔 적당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해변에 털썩 잘 앉는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명상, 요가 각종 스포츠를 하고 있었다. 신기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준비해 온 타월을 펴고 앉아 명상을 했다. 사실 명상을 할 때는 자연 소리라던가 잔잔한 음악을 듣는데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에 명상 음악을 따로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명상이 끝나고 요가를 시작하려는데 전 날 봐 두었던 요가 동작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데이터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데이터를 켜고 싶지 않았고 이상한 동작들만 연습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내 로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말바로싸에서 아침 명상을 하다 


발렌시아에 살기로 마음을 굳히고 나서 숙소를 알아봐야 했다. 살고 있던 임시 숙소는 너무 비쌌다. Badi라는 어플리케이션과 Idealista라는 웹사이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컨택을 했다. Badi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 집주인들이 곧바로 나에게 답변을 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곧바로 답을 해주었다. 


숙소 구하는 사이트인 Idealista와 룸 렌트 어플리케이션 Badi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임시숙소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 숙소에 같이 살던 레베카가 스페인어도 잘 안 되는 내가 불쌍해서인지 같이 가주겠다고 했다. 레베카가 잘 생각했던 것 같다. 가는 길은 조금 위험해 보였고 주인아주머니도 스페인어밖에 할 줄 몰랐다. 나는 바디랭귀지를 해가며 금액이 얼마인지, 물은 잘 나오는지,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금액이 조금 비쌌고 결정적으로 숙소가 5층이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레베카도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했다. 조급해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그다음으로 컨택이 온 곳은 임시 숙소와 정말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숙소는 청소가 너무 안되어있어서 비위생적이었다. 이곳도 거절을 하기로 했다. 두 번째 집을 보고 나니 조금씩 내 마음도 조급해지고 지치기 시작했다. 

세 번째로 연락이 왔다. 집주인이 조금 젊은 듯 보였다. 그리고 영어도 가능하다. 이곳은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처음 와 보는 곳이었다. 부촌인 듯 보였다. 신축건물들로 보였고 거리도 깨끗했다. 같이 사는 사람들도 젊고 분위기가 좋았다. 이곳에서는 꼭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주인은 내 직업을 물었다. 그 당시에는 직업이 없었기 때문에 직업이 없다고 솔직히 말했는데 아차 싶었다. 집주인은 다른 사람들도 연락을 줘서 그 사람들과도 얘기해 봐야 한다며 나에게 연락을 기다리라고 했다. 분위기는 좋았는데 느낌은 좋지는 않았다. 연락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숙소를 뒤로 한 채 다른 숙소들도 연락을 했다. 

한 숙소의 주인이 자신은 과테말라에서 왔는데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집을 보러 오라고 했다. 집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고 바로 앞에 수영장과 공원이 있는데 내가 살게 될 방은 지하방이었다. 햇빛도 들어오지 않았고 왠지 바퀴벌레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역시 이곳도 거절을 했다. 내가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인가 싶었다. 

점점 지쳐갈 때 즈음 친구인 쌤을 만나자고 했다. 다행히도 쌤은 차가 있었고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스페인의 저녁 식사는 보통 저녁 9시가 넘어야 시작된다. 쌤은 근처에 맛있는 레스토랑이 있다며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가는 도중 한 숙소 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10시 이후에 집을 보러 올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쌤은 밥을 먹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일단은 지친 마음에 저녁을 먹었다. japique라는 퓨전 요리와 레몬 맥주를 마셨다. 지쳤지만 다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맛이었다. 그리고는 쌤과 레스토랑 근처의 숙소로 향했다. 집주인들은 젊은 부부였다. 남자는 아일랜드 출신의 영어 선생님이고 여자는 스페인 사람이었다. 물론 여자는 영어도 가능하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남자 집주인이 집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었다. 집에 고양이도 두 마리가 있다고 했다. 나는 고양이를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데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스페인 사람인 쌤과 조금 더 상의해보려고 며칠 뒤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좋아 보이는 숙소라고 했다. 나도 고양이가 있고 집에서 바다가 보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다음 날 바로 연락을 했다. 집주인들도 흔쾌히 이틀 뒤에 이사를 오라고 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고양이와 바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Badi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찾은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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