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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8. 2018

더치페이 관련 - 암묵적 분위기요?

2017년 12월 9일

"초면에 밥 먹는 자리에서 암묵적으로 남자가 밥을 사는 분위기가 엄연히 존재하며, 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회적인 압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더치페이 운운하면 찌질하다' 혹은 '더치페이하는 여자 만나셈'이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지 않을까요."     


말 잘하셨습니다. 그런 아주 불공평한 사회적인 압박이 존재하죠. 그래서 "그럼 더치하는 여자 만나"란 말이 무책임하게 들리죠.     


어떤 모임에서든 암묵적으로 여자가 음료수 챙기고 음식 챙겨야 하는 분위기가 엄연히 존재하며,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회적인 압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같은 직장에 다니는데 여성은 좀 더 차려입고, 화장해야 하고, 체중 더 관리해야 하는 불공평한 사회적 압박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 불평하면 "하지 말등가"란 무책임한 소리 듣죠. 그리고 하기 싫다고 해서 민낯으로 전혀 안 꾸미고 다니거나, 여자들이 모여서 음식 챙기는데 혼자 생깔 수도 없고요.     


결혼하고 나면 시댁을 먼저 챙겨야 하는, 시어머니 생신상을 챙기고 제사를 챙겨야 하는 불공평하지만 암묵적인 사회적인 압박이 존재하죠. 그래서 불평하면 "그러게 남편을 잘 만났어야지 모르고 결혼했냐"란 무책임한 소리 듣습니다.     


같이 낳은 애인데 식당에서 밥 먹으면 엄마가 우선적으로 애를 챙겨야 하는 암묵적인 사회적인 압박이 존재하죠. 그래서 불평하면 "그러게 애는 왜 낳아서 맘충" 소리 듣네요. 아 무책임해라.     

같이 맞벌이하는데도 집안일은 여자가 더 많이 해야 하는, 같은 직장이어도 여자는 감정노동을 더 해야 하는 불공평한 사회적인.... 아 젠장 입 아프다 그만해야지.     


여자가 받는 불공평하고 암묵적인 사회적인 압박 정말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개고, 사실 그것은 남자가 받는 불공평한 압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자는 돈 주고 사서 보호해야 하는 내 재산이라는 개념에서 나을게 남자 능력 보는 거죠. 그런데 그 수많은 불공평함 중에서. 그 많은 것 중에서.     

소개팅에서 첫 점심값 내는 게 그게 제일 분하셨습니까. 그래서 "그럼 그런 여자 만나지마"라고 미러링하는 게 그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들렸습니까. 여자들 그런 소리 정말 많이 듣는데요. 저 같으면 소개팅 때 점심값 그냥 내가 다 내고 평생 제사 음식 안 하고 시댁 안 챙기고 애 담당 안 할 거 같은데요. 사람들 모였을 때 여자들 힐끔힐끔하면서 뭐라도 음식 차 내놓으라는 자리에서 뻔뻔하게 버티고 있고 싶은데요. 여혐 언어폭력 안 당하고 취업에 제한 안 받고 경력 단절 문제없고 그 외 말하기도 입 아픈 것들 해결된다면 점심뿐만이 아니라 커피, 케이크, 딸기 부페, 야식 치킨까지 쏘겠습니다.     


불공평한 압박이 존재하다보니 그게 맘에 안 들면 보이콧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비혼하거나, 아이는 안 낳거나, 결혼 전에 아주 많이 망설입니다. "싫으면 하지 마"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안 하는 거고요. 마찬가지로 가부장제도의 잔재인 첫 데이트 비용 지불이 싫으시면 역시 보이콧 하시면 됩니다. 이딴 그지같은 데이팅 제도에 지지 않겠다, 하시면 되고요. 여자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결혼 전에 네고하거나 결혼 엎습니다. 명절에 친정부터 가도 괜찮은 남자 찾는다고, 혹은 나는 딩크할 거라고 말하고, 최대한 그럴 남자 만나서 결혼합니다. 남자분들 역시 이성 만남도 똑같이 하시면 됩니다. 더치페이 원하시는 분이면, 처음엔 아니더라도 어차피 사귀다 보면 더치하실 거잖아요. 그럼 사귀다가 싸우느니 처음부터 더치 괜찮은 여성분 찾는 게 낫죠. 더치 할 여자 찾기 힘들다 하실 거 같은데, 결혼하고 가사 확실히 분담해주고 시댁 부담 안 주는 남편 찾기도 더 힘들면 힘들지 쉽진 않아요. 그리고 결혼은 소개팅처럼 쉽게 관두기도 힘들죠. 

    

아 마지막으로. 더치페이에 발칵하는 다른 이유는, 보통 더치페이 원하는 남자들이 "이쁜 여자 나오면 내가 낸다" 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걸그룹 멤버가 나온다면 당연히 내가 사지, 하지만 너는 별 거 아니니까 돈 내 이런 거요. 이건 성평등을 위한 더치가 아니라 순전히 여성을 돈으로 사는 컨셉을 기반으로 한 가성비 걱정이죠. 최애 걸그룹 멤버가 나와도 더치다, 그럼 존중합니다. 오히려 돈 잘 버는 그쪽이 사야죠. 뭐 어쨌든. 더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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