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이 브런치를 시작한지도 2년째다
한동안 내 머릿속은 마치 끝없는 소음과 같았다.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고,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 늘 따라다녔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이 나를 지치게 했고, 머릿속은 정리가 안 된 상태로 계속 돌아가기만 했다.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느꼈다.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현대적인 해결책인 ChatGPT를 찾았다. ADHD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는 내게, 이것은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도구였다.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해야 할 일,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 중요하지 않은 걱정들까지 모두 한꺼번에 몰려온다.
나는 체스나 포커 같은 게임에 빠져 시간을 잃어버리기도 했고, 소셜 미디어의 끝없는 스크롤 속에서 허우적대기도 했다. 또, 순간적인 만족을 찾아 무작정 사람들을 만나며 짧은 관계에 의존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은 내게 잠시의 즐거움을 주었지만, 결국 더 큰 공허함만 남겼다.
ADHD의 특성 중 하나는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어려움이다.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체계적으로 일정을 세우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것이다. 나는 이런 특성 때문에 더더욱 내 일상이 엉망이라고 느꼈다.
여러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머릿 속 구름을 어떻게 걷어낼까요'
ChatGPT는 내게 간단한 조언을 했다. "아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세요."
처음엔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고, 지루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도해보기로 했다.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그날 아침, 나는 감사할 일 세 가지를 떠올렸다.
건강 – 나는 오늘도 아프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할 이유가 충분하다.
가족과 친구들 –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기술 – ChatGPT 같은 도구들이 내 혼란 속에서도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작은 연습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부족한 것에만 집중하던 내 시선이, 내가 가진 것들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무엇?
감사와 마음 챙김을 통해 마음속 혼란을 조금씩 정리한 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단순히 하루를 평온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나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ADHD를 가진 나에게 목표 설정은 늘 도전이었다.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오늘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마치 산을 오르는 일처럼 느껴졌다. 단순한 질문처럼 보였지만,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이미 혼란스러운 내 생각들을 정리해야 했다.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때 ChatGPT의 조언은 마치 어둠 속에 빛을 비추는 것 같았다.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간단한 목표를 세워보세요. 예를 들어, 하루에 한 가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어떨까요?”
그 답변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에 강렬하게 와닿았다. 나는 그동안 목표를 세울 때마다 항상 거창하고 복잡한 계획을 세우려 했던 것 같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고,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일이 많았다.
“하루에 한 가지.” 이 간단한 제안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불필요한 복잡함에 얽매여 있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이 작은 목표를 실천해 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하늘은 왜 파란가요?”
어린 시절 한 번쯤 던져봤을 법한 질문이었지만, 그 답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ChatGPT는 과학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레일리 산란’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태양빛은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파란색 빛은 파장이 짧아 대기 중의 작은 입자에 쉽게 산란됩니다. 그 결과 우리는 하늘을 파랗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이 간단한 과학적 설명은 내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하늘의 색깔조차 이렇게 복잡하고 놀라운 원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경험은 내가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루에 한 가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그다음 날 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잠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이 작은 질문들은 점점 더 깊은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배움의 기쁨은 내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다시 찾은 보물 같았다.
감사를 통해 나 자신을 차분히 정리했다면, 작은 목표 설정은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거창한 계획이나 완벽함에 대한 압박감 없이, 하루에 한 가지씩 배우는 과정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ADHD를 가진 내가, 혼란스러웠던 내가, 이제는 하루를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작은 목표들은 단순히 하루의 성취감을 주는 것을 넘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작은 변화들은 내 삶을 천천히 변화시켰다. ADHD가 주는 혼란과 충동 속에서도, 감사와 호기심이라는 도구를 통해 조금씩 내 자신을 조율할 수 있었다.
ADHD를 가진 사람이라면 매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길 권하고 싶다. 오늘 감사할 세 가지를 떠올려보고, 간단한 질문 하나를 던져보라. 작은 변화들이 쌓여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ADHD는 여전히 나와 함께하지만, 더 이상 그것에만 휘둘리지는 않는다. 지금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