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굿 오피스

우리는 백업(back-up)의 민족인데 또 서버화재 !

Contingency Plan

by 김홍재

우리 민족은 백업(back-up)의 민족입니다. 컨틴전시 상황이 발생해도 조선왕조 실록이 완전히 소실되지 않도록 4부를 더 필사하여 전국의 사고(실록 보관 장소)에 분산하여 보관했습니다. 조선 초기에는 한양, 충주, 성주, 전주에 실록을 보관하였고, 광해군 때에는 5부를 필사로 만들어 한양, 강화 마니산, 오대산, 태백산, 묘향산에 보관하였습니다. 필사로 사본을 만들고 한양에서 먼 곳에 있는 보관 장소까지 운반하여 업로드하는 노력을 수백 년 동안 지속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종이로 된 실록에 곰팡이가 피거나 습기가 차는 것을 막기 위해 3년마다 ‘포쇄’라는 작업으로 햇볕에 말리는 노력도 잊지 않았습니다. 조선왕조 실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자랑스러운 문화재입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는 백업(back-up)의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컨틴전시 플랜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있었습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선조들의 그런 노력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실록에 있는 왕과 관련한 많은 기록들을 토대로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관상>,

‘중전마마 납시오~’ <상의원>

‘이제 이 터는 내가 가져야겠소’ <명당>


모두, 조선 왕가의 기록을 영화로 제작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아직도 2,000권이 넘는 조선왕조 실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될 재미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합니다. 조선 왕조를 기록으로 남기는 노력, 그리고 컨틴전시 사고가 발생해도 후대에 기록을 전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존되고 있는 조선왕조 실록은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창작자들에게 앞으로도 대단한 보물창고의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고려 시대에도 왕조의 기록을 2부로 만들어 궁궐과 합천 해인사에 보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21세기 서버 화재 사고들


2022년 카카오 화재 사고와 2025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 사고는 모두 서버에서 발생한 화재인데, 대응이 모두 너무 아쉽습니다. 즉시 백업한 데이터를 가동시킬 수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네요. 조선 시대에도 네 군데, 다섯 군데에 필사로 백업 자료를 업로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더욱 아쉽습니다.


Risk Management


기업의 Risk Management 전문가와 경영자가 컨틴전시 플랜을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기업 활동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두고 어떠한 상황에도 비즈니스가 단절되지 않게 하거나, 단절되는 상황이 와도 그 시간을 최소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실제 사고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조선왕조 실록을 필사로 사본을 만들고 분산하여 보관하던 노력도 같은 목적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경영자가 아직 우리 기업에 발생하지 않은 비상 상황에 대해 미리 상상해 보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사전에 교육을 하기 위함입니다. 동시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multi-year plan)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컨틴전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해 두는 일입니다.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재해


최근의 경험만으로도 다양한 원인과 유형으로 기업 활동과 우리 일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컨틴전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자연재해 : 태풍으로 포항 포스코 공장의 가동 중단

화재 사고 : 카카오 서비스의 중단

팬데믹 : COVID 19

사이버 리스크 : SKT, KT 해킹 사고

화재 사고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서비스 중단


모두 최근 3년 안에 경험했던 일이랍니다. 어떤가요?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 장애를 주고, 구성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심각한 정도로 발생합니다.


앞으로도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컨틴전시 상황은 자주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컨틴전시 시나리오는 다양합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RM 조직(Risk Management Team, RM Committee, CRO)에서 고려하고 대응 방법을 미리 연구할 때 크게 여섯 가지를 생각합니다. *1)


1. 자연재해

2. 대화재와 폭발사고

3. 전쟁

4.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5. SRCC(Strike, Riots, Civil Commotion)

6. 팬데믹


다행히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지난 겨울에 교과서에서나 읽었던 'Political Risk'의 실제 상황도 경험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여섯 가지의 위기 상황은 우리가 예상하기 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그리고 자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내부의 문제 상황이 아니라, 외부의 힘에 의해 발생하는 위기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 조직들은 조직 내부의 문제를 연구하는 일에는 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직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력 있는 구성원들을 갖추고 조직문화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 큰 충격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RM팀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대기업 중에서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자연재해, 화재, 팬데믹은 조직의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안전에도 위협이 되는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조직문화, 인재개발팀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외부 충격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RM 조직에도 투자와 관심도 잊지 않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세 줄 요약,

1. 우리는 백업의 민족

2. 카카오, 국가정보자료 관리원의 컨틴전시 플랜에는 문제가 발견됨

3. 기업은 위험관리 전문가와 RM 조직을 갖추고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Reference>

*1) P62 컨틴전시 플랜, <굿 오피스>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플랜비디자인, 2022,

*2) 커버 사진 출처-오대산 사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54974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직구 피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