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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May 01. 2020

DAY+14 / I GOT A CARD!

 평일 기준으로 딱 여드레 만에 은행에서 보내 준 데빗 카드를 받았다. 계좌를 개설하고 어언 2주 만이었고, 은행에서 아이디 체크를 하고 대략 1주일 만이다. 오기 전 카카오 뱅크의 체크카드를 발급했던 기억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늦는 시스템이다. 계좌 개설을 대면 없이 할 수 있는 카카오 뱅크는 정보를 입력하고 신분증 사진을 업로드하면 거의 바로 계좌가 사용 가능하게 오픈됐다. 계좌오픈과 동시에 체크카드를 신청했다. 계좌 개설보다 카드 디자인 선택이 더 오래 걸렸다. 완료 버튼을 누르고 이튿날 저녁에 담당 배송기사님을 통해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며칠전 아이디체크를 하러 은행을 다녀온 후 카드를 빨리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금방 잊었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환전해온 현금을 사용하고 있어서 기다리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이 집을 떠나야 하는 시점이 가까워지니 이 집을 떠난 후에 카드가 배송되는 사태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리아에게 얘기해서 우편함을 매일 체크했지만 영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오늘 집에 들어오는 길에 우편함에 빼꼼 내민 종잇조각을 봤다. 봉투의 하얀 끄트머리만 보이는데 왠지 저게 내 우편물일 거란 확신이 들었다. 봉투의 끝을 잡아 꺼내자 은행명과 내 이름이 보였다. 만세!

캥거루와 코알라, 무성한 유칼립투스 그리고 에어리 록의 나라

 카드를 받아 사용 방법을 읽고 앱 등록과 애플 페이 등록을 마치니 산 하나를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카드를 받은 것도 물론 기뻤지만, 해외 은행에서 사전 인터넷 계좌를 열고, 은행에 방문해 카드를 신청하고 카드까지 받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 모든 건 블로거들의 도움 덕분이다. 그들의 수고로운 포스팅이 없었다면 나의 이런 대책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라이프가 가능하지 못했다. 비자를 받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그들이 나를 이끌었다. 하하. 검색창에 [호주]만 입력해도 연관 검색어로 [호주 워홀]이 자리하고, 비자 취득부터 현지 생활까지 모든 체험담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오스트레일리아 적응 일기를 보며 여기의 생활을 대강 가늠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보다 보니 관심 없던 이 나라에 꼭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커먼웰스 뱅크의 인터넷 계좌 신청도 그랬다.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일을 하려면 현지 계좌가 대부분 필요하단 것도 난 몰랐었다. 한국과 달리 계좌 유지에 다달이 금액이 발생하는데, 인터넷 신청을 통해 1년 동안의 계좌 유지비를 면제받을 수 있다든가 하는 내용은 오스트레일리아를 생각했을 때 캥거루와 코알라, 무성한 유칼립투스 그리고 에어리 록만 떠올리는 내가 전혀 몰랐을 이야기다. (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온라인 선배들은 나에게 해외 송금과 애플 페이를 알려주기도 했다. 애플 페이는 정말 신세계다.)


일상의 하나부터 스스로 세우기

 한국에 있었다면 굳이 일상적인 것에 있어 새로운 장르에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평소 불편하지 않으면 관심사가 아닌 것들에 업데이트는 현저히 늦은 편이었다. 간혹 신문물에의 접근이 필요해지면 이미 알고 있는 친구나 동생에게 배우거나 부탁했다. 살던 대로 아날로그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는 일상의 하나부터 세워야 한다. 아무 생각과 판단 없이 거래은행을 선택했던 스무 살 때와는 달리 정보를 검색해 내게 좋은 은행을 찾아 계좌를 만들었다. 어디에 터를 잡을지 살아보며 결정하고 있다. 무엇이든 부지런히 혼자 헤쳐나가는 중이다. 새로운 도화지를 펼쳤으니 스스로 정보를 모아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조금씩 어른이가 되는 중. /04MA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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