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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zie Kim Jul 12. 2023

영국에서 한국어를 하는 아이 키우기

영국인 남편은 영어만 하면 될까요?


임신을 하고 나서 우리 커플은 서로의 문화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남편은 한국의  복잡한 임신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선, 임신 기간 동안에 좋은 음악만 듣고, 좋은 음식만 먹고, 좋은 말만 들어야 한다는 태교.


물론 영국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리고 나도 적당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한창 유행하던 조선 좀비 시리즈도 보면서 임신 기간을 보냈다. (지금  딸이 울기면 하면 좀비로 보인다는 것은 비밀.)


하지만 주워들은 동냥으로 나는 가끔씩이나마 한국어로 뱃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려고 노력했으나, 사실 너무 어색했다. 손이 오그라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부끄러웠다.  목소리를 처음으로 녹화해서 듣는 그때  기분이 든다. 아아악, 그만, 얼른 꺼죠! 그렇지만 아이가 나중에   쉽게 한국어를 하리라는 상상을 하면서, 생각날 때마다   마디씩, 안녕,  있니? 정도의 이야기는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당시의 남편의 한국어였다. 남편   한글을 읽을  , 약간의 기초적인 단어와 문장 정도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름은,,,,) 가능한 정도였다.  한국인 부모님에게 영국사위로서 인사드릴  있는 정도. 이제까지는 나의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대화하며 지내왔으나, 아이가 태어나면 상황은 역시 복잡해진다.


보통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울 때 가장 대표적으로 추천되는 방식이 있다. 바로 [한 부모, 한 언어]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영국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니까 아버지는 항상 일관되게 영어로만, 어머니는 한국어로만 아이와 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일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아이는 부모 각각과 그 언어를 연결시켜서 양쪽의 언어를 다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나의 경험상, 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대표적인 방식에는 중요한 결점이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나 어머니 쪽에서 상대방의 언어를 모를 경우, 상대방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게 되어서, 부모의 일괄적인 양육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나중에 내 딸이 18개월쯤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들을 때,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황: 아이가 밥 먹기 전에 책을 보고 싶다고 요청한 적이 있다.

나(한국어): 밥을 먹고 나서 책을 읽자. 밥 먼저 먹어.

남편(영어): 그래, 책 읽고 나서 밥 먹어도 괜찮아.


두 대화를 모두 이해하는 나는 왜 이 사람이 날 무시하고 아이에게 전혀 상반되는 지침을 전달하는 걸까, 하고 오해해서 화를 낸 적이 종종 있었다.

물론, 남편은 바로 30초 전에 내가 한국어로 아이에게 밥을 먼저 먹으라고 한 것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자, 이런 경우 한쪽이 영어로만, 다른 한쪽은 한국어로만 한다면 일관적인 육아가 가능할 것인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임신 기간 중에 문제를 남편과 상의했다. 난 아기에게 한국말을 90%로 대화할 것이고, 당신이 그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고, 마침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이어서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을 바로 시작했다. 아직까지 남편의 한국어는 아주 유창하진 않다. 서른 후반에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시간 한국어를 온라인으로 배우고 주말에 숙제를 두 시간씩 하는 것으로는 언어를 배우기에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한국어의 기본적인 단어와 문장 정도는 구사하는 정도는 되어서 사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내가 아기와 한국어로 대화할 때마다 남편은 한국어 듣기 수업을 한다고 생각을 해서 소외받는 기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같이 공부하는 것 같아서 같이 참여하는 육아가 될 수 있었다.


우리 가정이 한 사람만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는 정도로 상황이 간단(?)한 편이지만, 주변의 나의 많은 친구들의 가족은 더 복잡한 경우도 많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영국 외 다른 나라에서 왔어 서로의 언어를 모르고 그냥 영어로 소통하는 경우, 아이들은 3중 언어를 배우게 된다. 중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브라질 어머니와 폴란드 아버지, 기타 등등. 우린 적어도 영어 + 한국어만 커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멀티 링구얼 가정은 영국에서 생각보다 흔하다.


다음 편에는 내 주변 친구 가정들의 예시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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