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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Jan 05. 2024

입김

사우디에서 날씨가 추워지면 그리워지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입김’은 특별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은 제법 쌀쌀했다. “이 정도면 입김이 나올까?” 생각하며 가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호~’하고 내뱉었다. 그러나 추위는 생각보다 덜한지, 입김은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숨을 깊게 모으고, 입을 크게 오므려 따뜻하게 숨을 내뱉어봤다.


입김 한 번 만들기가 쉽지 않다. 외부에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몸부림도 신통치 않자 답답함에 "후~" 하고 숨을 뱉어버린다. 마음이 냉랭해서 그런가 보다.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라 말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이 쉽게 상처받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기가 내겐 참 어렵다. 격려보다 비난이 앞서고 칭찬보다 비판이 앞선다.


그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맥주를 한 번 만들어보자. 꿀꺽꿀꺽 넘겨 버리고 소비해 버리는 그런 맥주 말고, 한 모금 한 모금 입김을 만드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목으로 넘기는 맥주, 따뜻한 입김이 가슴속으로 전해지는 듯한 그런 맥주.


이 맥주는 30도 이상에서 발효되는 Kveik 효모와 풍부한 몰트, 벨지안캔디슈거로 만들어 따스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진다.


올해의 목표는 ‘따뜻한 말 하기’. 마음을 따뜻하게 가꾸고, 말을 더 따뜻하게 전달하려 한다. ‘입김’을 마실 때마다,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푸드페어링과 함께, 음악페어링으로는 묵직한 첼로 연주곡을 추천한다. 책으로는 ‘서정노트’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곁들이면, 마음이 한결 더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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