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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BA Apr 06. 2018

도전자 동진의 이야기

1. 동진이 물었다. 
=형 다카르 랠리 아세요?”
+다카르 랠리라… 그거 사막에서 자동차 경주 하는 거 아닌가.
=맞아요. 경기때마다 두세명씩 죽는 사막 레이싱인데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회예요. 
저 나중에 그거 한 번 해보려구요.  

이 말에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다카르 랠리’, 
검색해보니 오프로드용 차량을 타고 파리에서 세네갈의 다카르까지 가는 경기다. 
하루 이동거리가 800~900km에 달하고 결승선까지 거리는 약 8500km. 
실제로 대회 도중 사망한 사람도 굉장히 많다. 
별로 아는 사람도 없고 있다해도 ‘아 이런 게 있구나’ 하고 그냥 넘길 무시무시한 대회.
이런 걸 동네 슈퍼가듯 “이거 한 번 해보려구요”라니…
하지만 동진의 눈빛을 보니 이놈은 진짜로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동진을 처음 만난 건 잠실에 있는 올림픽 수영장에서였다. 
필리핀 모알보알에 프리다이빙 여행을 떠나기 전 수중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한 모임이였는데 강연을 많이 하러 다니는 동진은 그날도 정장차림으로 나타났다. 수영장 프론트에 있던 아가씨가 동진을 알아보고는 ‘어 그 유명하신분 아니세요? 저 페북친구예요’ 하며 반가워했다. 확실히 유명인은 다르구나.


3. 필리핀에선 동진이와 둘이서 방을 썼다.
같은 남자라도 덥고 좁은 방에 넣어두면 불편한 게 하나쯤 있을법한데 
동진에게선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우린 서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단 하루만에 마음이 단단히 연결될 수 있었다.


4. 평소에도 파이팅 넘치던 동진이는 물 안에서 더욱 살아났다. 
물론 ‘프리다이빙’이 (아마츄어에게) 물속 깊이 들어가는 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남자들의 승부욕이란 게 어디 그런가. 
우린 조금이나마 더 아래로 내려가보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내심 깊이에서 동진이를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동진이는 두려움보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가 장착되어 있었고
‘힘들어도 한번더’ 하는 투지가 있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난 13m언저리에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었는데 
동진은 그보다 3m를 더 깊이 잠수했다.


5. 하루는 내가 너무 무리를 해서(캐녀닝에서 파이팅 하느라 고함을 너무 질러) 목이 찢어질 듯 아파 괴로워 하고 있을때였다. 
동진이는 슬며시 방을 나갔다 들어오더니 뜨거운 녹차를 한 잔 내밀었다. 
물을 끓여 한국에서 가져온 녹차 티백을 담궈온 것.
그땐 모두들 아직 잠들어 있는 새벽이였다.


5. 동진은 머리가 좋다. 
대화를 통해 상대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건 그에게 너무도 쉬워 보였다. 
베푸는 것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고
생각나면 바로 행동해버리는 실행력은 누구보다 월등하다. 
서울로 돌아와 밥을 먹고 차를 한 잔 하는데, 
“형 제가 친한 형이 있는데 소개시켜 드릴게요”
하더니 대뜸 전화를 건다. 
왜 그분에게 영상이 필요하고 그게 어떻게 그분 사업에 도움이 되며 왜 ‘히바픽쳐스’를 통해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지 한 시간 가량 설득이 이어지는데 그 노련함이 기가 막혔다. 
마치 내 머릿속을 보이지 않는 케이블로 연결해 그대로 투영하는 듯했다. 
영상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저렇게 영상 제작에 대한 정수를 뽑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순간 동진에게서 일본 만화에서나 보던 ‘영업의 신’ 모습이 보였다.


6. 동진의 직업은 ‘도전자’다. 
실제로 명함에 그렇게 쓰여 있다. 
2010년부터 매년 큰 도전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고 있는데 그 중엔 히말라야 K2 등정, 울진-독도 수영 횡단, 아마존 정글 마라톤, 뉴욕-LA 자전거 횡단, 말타고 몽골 횡단 등이 있다. 
올해는 미국에서 파일럿에 도전한단다. 
그 과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모든 건 마음에 달려 있다'는 영감같은 소릴 자주 하는 동진이. 
영감정도 되는 나이가 되어서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걸 
진작에 깨달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동진의 인생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 만으로도 빛난다. 
온 마음을 담아 동진의 다음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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