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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Jul 07. 2024

매일 식사를 해도 매일 배고프니까

<프렌치 수프>


영화가 하루종일 요리를 만들고 또 먹기만 한다. 어쩌면 쿡방이니 먹방이니 하던 것들이 그냥 스크린에 그대로 불려온 수준. <프렌치 수프>는 그 정도로 요리와 식사에 진심이다. 뭐... 사실 프랑스인들이 특히 더 그렇다고 하지들 않나. 당신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미식의 나라라 부르고 또 요리를 공부하러 파리엘 가는 것 보면 그 곳에 정말로 뭔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그런 관점에서 보면 <프렌치 수프>는 제목이 상기 시키고 있듯 진또배기 프랑스 영화일런지도 모르겠다. 


쿡방, 먹방 같은 표현들을 괜히 빌려온 게 아니다. <프렌치 수프>엔 일반적인 이야기랄 것도 없어 보인다. 그냥 요리에 통달한 한 여자가 있고, 또 그녀를 사랑한 또다른 남자 요리사가 있을 뿐이다. 그 둘의 멜로 드라마라곤 하지만 요즈음의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마치 마라맛과도 같은 자극적 전개 따위가 전혀 없는 것이다. <프렌치 수프>는 그저 그 두 남녀의 관계를 관조적으로만 제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별 내용 없이 그냥 침샘만 자극하는 영화 아닌가- 싶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프렌치 수프>는 끝끝내 그 진심 한 조각을 내 마음 안에 녹여내고 만다. 센 불로 강하게 팍!하고 끓여내는 게 아니라 천천히 뭉근하게, 그래서 더 깊은 향이 베이게끔 조리해내는 사랑도 있다는 것. 두 사람이 서로를 격렬하게 부둥켜 안거나, 혓바닥을 교환해가며 강렬하게 입을 맞추지 않아도 <프렌치 수프>는 어쩌면 사랑이란 저토록 뭉근한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 점에서 과한 애정 묘사라든가, 아니면 둘 사이의 과거나 애정을 반추하게 하는 과거 회상 장면 따위가 없어 오히려 풍미를 더 끓어올렸다. 


흔히들 사랑을 데크레셴도라 생각한다. 처음 시작될 땐 강불이지만 긴 시간동안 끓이면 끓일수록 서서히 그 세기가 줄어들게 되는. 하지만 <프렌치 수프>는 말한다. 언제나 처음, 그러니까 초심으로 가닿는 사랑도 있는 거라고. 흔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귀한 거라고. 우리가 매일 식사를 해도 매일 다시 배고픈 것처럼, 부디 사랑도 그리할지어다. 


<프렌치 수프> / 트란 안 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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