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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Jul 19. 2024

날 당신 마음에 닿게 해줘요

<플라이 미 투 더 문>


생전에 칼 세이건은 말했다. 인간은 별의 먼지에서 탄생했고 그런고로 우리 모두는 별의 자손들이라고. 아직 인간이 채 다 밝혀내지 못한 우주 시스템의 신비가, 다름아닌 우리의 몸속 시냅스 연결 시스템의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하니 어쩌면 칼 세이건의 그 말이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든 과학적, 문학적 표현들을 다 배제해도 정말로 인간 개개인은 별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인간의 마음은 저 멀리 우주 어딘가에서 복잡하게 운동하고 있는 별들만큼이나 오묘하고 기묘한 동시에 난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타인의 마음에 닿는 일은 밤하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달까지 가 닿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테다. 


물론 각각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얼굴 및 몸매로 조형된 켈리 존스와 콜 데이비스이기 때문에, 그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켈리와 콜은 우연한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즉각적인 호감을 느낀다. 심지어 콜은 직접 말하기까지 하지 않나, 태어나서 본 여자 중에 켈리 당신이 가장 예쁜 것 같다고. 그저 하룻밤 풋사랑을 위해 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이후 묘사되는 콜의 성격을 보아하니 그게 거짓말은 아니었던 듯 싶다. 이에 켈리 역시 듬직하면서도 솔직해 귀여운 콜의 모습에 알듯 모를듯한 호감을 표하고. 


하지만 그 이후 두 사람은 서로가 지구와 달의 거리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존재들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켈리는 불행한 가족사를 통해 어릴 때부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며 자랐고, 그로인해 이 험난한 세상에 적응하며 생존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말한다. 여기서 켈리가 말한 그 '생존 법'이라는 건 역시 남들 속이는 법이었겠지. 물론 콜 역시도 힘든 과거를 안고 살아왔다. 자신이 원했음에도 우주 비행사로 발탁되지 못했고, 자기가 책임자로 있던 상황에서 동료들을 사고로 잃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처럼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을 통해 콜이 깨달았던 바는 켈리와 정반대였다. 그는 그런 일들을 겪으며 켈리처럼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대신, 오히려 반대로 그런 일들을 통해 불합리한 세상을 바꿔내야만 한다는 동기를 부여받았다. 그러니까 켈리와 콜은 비슷한 불행들을 겪어왔음에도 각자 방법과 동기, 서로 다른 두 부분에 방점을 찍어낸 사람들인 것. 


그럼에도 우정이나 사랑 등에서 비롯되는 관계의 결과가 다 그렇듯이, 켈리와 콜은 서로의 방점을 끝끝내 인정하고 심지어는 각자의 그것으로 서서히 물들기까지 한다. 살아남기 위해 일평생 사기만 치고 다니던 켈리는 콜과의 관계로 말미암아 거짓과 위선을 집어 던진채 명분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여기에 지독한 원칙주의자로 어떨 땐 답답한 면모까지 보이던 콜 역시 켈리와의 관계로 말미암아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하며 현실적으로 구는 법을 배우게 되고. 지구와 달처럼 지독히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당시의 NASA가 해냈듯 켈리와 콜도 서로의 진심에 터치다운하는데 성공. 그러니까 어쩌면 '날 달로 날려보내줘요'라는 제목은 "날 당신 마음에 닿게 해줘요"라는 말이었을지도.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구도가 좋고,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한 프로덕션 디자인도 훌륭하다. 여기에 달 탐사 음모론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도 그것이 스크린 밖 현실로 넘치지 않게 만든 균형감각도 발군. 중간에 스탠리 큐브릭이 직접 언급됐을 땐 나홀로 키득키득 거리게 되기도. 조금 더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에 기울어져 있는 인상이긴 하지만, 같은 시기를 다뤘던 <히든 피겨스>와 나란히 두고 감상해도 좋은 페어를 이룰 것 같은 영화다. 


굳이 따져가며 설명한다면 과학적으로 여러 이유들이야 충분히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토록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가면서까지 우리가 대체 달에 가야하는 이유가 무어야? 어차피 거기 가봤자 지금 당장 살 수도 없을 텐데 그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왜 해야하는 건데?" 물론 어떻게 보면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러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대답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낭만이란 원래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그리고 인간이 다른 인간의 마음에 가 닿는 데에 근시안적으로는 아무 경제적 이익이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하지 않느냐고. 그런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모두 별의 자손이니까, 인간이 다른 인간의 마음에 터치다운하는 데까지는 정말로 지구에서 달까지 하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플라이 미 투 더 문> / 그렉 벌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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