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도 가르쳐주나요
대체 디자인과 대학원에서는 뭘 배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사실 나도 이번학기에 대학원 수업은 하나 밖에 안들어서 뭐라 대답하기가 애매하다.
(솔직히 시간표 너무 널널하게 짜서 후회 중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지정해준 학부 수업 3과목을 듣는다.
기초평면, 기초입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커디는 그렇다치고 웬 평면/입체..? 심지어 조소과 전공이다.
학과장님..내가 입시 미술 안한거 또 어떻게 알고 이런 시련을...
당연히 대학원에서 어도비 같은 툴 다루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건 학부 수업도 마찬가지.
다만 과제를 하려면 기본적인 툴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하고,
'뭘 만들어와라'고 정해주는 과제가 아닌, '뭘 만들지 구상해서 만들어와라'이기 때문에
디자인적 사고와 기획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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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번 학기 유일하게 하나 듣는 대학원 수업은 타이포그래피 수업이다.
근데 사실은 그리드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다.
강의 이름을 편집디자인이라고 하는게 더 적절했을 듯.
그리드란 무엇이냐고? (긁적)
글과 이미지를 배치하는 가상의 가이드 선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걸 보는 눈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 페이지의 배치가
불-편 혹은 편-안으로 결정된다.
즉, 깔끔하고 가독성 있는 편집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그리드를 짜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배우냐면,
우선 첫 5주는 그리드 시스템의 대가 4명(마시보 비넬리, 칼 거스트너, 크리스토퍼 알랙산더, 에밀 루더)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그 이후에는 실습을 진행한다(고 한다).
나는 저 네 분 다 생전 처음 들어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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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과 기초과목인 기초평면에서는 미술사 이론 강의와 각 주제별 과제 발표로 수업이 진행된다.
주제는 추상, 레이어, 공간 등의 키워드로 이루어지고 각 주제별 미술사조를 설명해주시고 주제를 표현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오면 된다.
예를들어 첫 주제인 '추상' 수업 때는 모더니즘부터 현대미술까지의 구상/추상 미술의 변천사를 다루고, 과제로 '추상'이란 무엇인지 매체와 방식에 상관없이 만들어서 다음 주에 발표하면 된다.
교수님이 약간 모두까기 식으로 디자인, 회화 작가, 미술 사조를 설명해주시는데, 약간 풍자적이고 시니컬하면서 위트있는 - 내가 좋아하는 화법이라 듣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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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입체는 종이, 목재, 아크릴 등의 소재를 가지고 직접 작업물을 만드는 실기 수업이다.
지금 하고있는 주제는 '오브제로서의 도구, 도구로서의 오브제'인데, 대충 기성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용도의 물건을 만드는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아, 예술의 세계는 어렵다).
벌써 야외수업도 하고 회식도 한 번 했는데 아무래도 교수님이 노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이 수업 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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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디과 2학년 전공과목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본격적인 디자인 실기 과목이고,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님이 들어오시는 수업이다.
이번 학기 수강 신청 중 가장 최우선 순위로 신청한 수업.
한 학기 동안 개인이 주제를 정해서 키 비주얼, 타이포그래피 등 그래픽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를 적용해서 포스터와 책을 만드는 수업이다.
매 수업마다 준비해온 내용으로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는데, 벌써부터 탈탈 털리고 있다.
근데 이게 어디가 잘못됐는지도, 어떻게 손봐야될지도 모르겠는 상태에서 들어오는 지적이라, 개선 방향을 잡는데 너무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이걸 잘 소화해서 성장하는 일만 남았군...제일 어려운 거^_____^
일단 이번 학기는 이 정도.
등록금과 4개월이라는 시간에 비해 조금 아쉬운 밀도라 개인적으로라도 드로잉 기본기나 그래픽 작업을 많이 많이 해 볼 생각이다.
이번 학기는 본격적인 실무 스킬보다는 기본기를 다지는걸 목표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