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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Jun 28. 2021

주 4일제 후기-자아성찰의 시간

[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6월 3호

월급 줄이고 주 4일(경제적 활동 할 수 있음) vs. 월급 그대로 받고 주 5일


둘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아묻따 전자쪽이었다. 회사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지만, 루틴한 일정 자체가 나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최대한 어딘가에 속해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주 4일을 시행해 볼 상황이 되어서 약 2달간 월-목만 출근하는 생활을 했었고, 7월부터는 다시 주 5일제로 복귀할 예정이다.


주 4일을 시행해보니, 소진되는 에너지가 현저히 적다. 평일에 아무리 야근을 해도(이럴거면 왜 주4일을 하나 싶긴하지만) 금새 TGIT(=땡스 갓 잇츠 떨스데이)가 찾아온다. 게다가 평소보다 적게 일했는데 주말은 하루 늘어나다보니 주말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주 5일을 할 때는 항상 주말이 너무 짧다며,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주 4일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무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니 진짜로. 정말 놀랍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 (왜, 막상 퇴사했는데 좀이 쑤시고 불안해서 결국 다시 취업한 경험 다들 한 번 씩은 있지 않나요..? 저만 그렇다구요? 유감..)


약 2달 간의 주 4일을 되돌아보면 처음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매우 달랐다. 막연하게 주 4일제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여행도 가고, 사이드프로젝트로 돈도 벌어보고,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가던 핫플레이스도 놀러가면서 알차게 보내야지! 하며 핑크빛 일상을 그렸는데. 막상 수중에 떨어지는 돈이 줄어드니 여행은 사치요,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기술도 딱히 없으며, 핫플레이스는 평일에도 붐볐다.

결국 내가 얻은 교훈이라고는, 회사 밖에서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못하는 나를 고용해준 회사가 고맙다는 애사심 한 스푼과 자립하려면 나만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 아, 이게 뭐야. 결국 퇴사했을 때와 같은 결론이다.


1.

그래서 나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해서 텅 비어버린 시간을 무엇으로 채웠냐면, MBTI..아 아니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평범하게 주 5일 내내 회사를 다닐 때는 외부로부터 인풋이 너무 많아서, 회사를 아예 다니지 않을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것.


주 4일제를 하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그보다 내 마음이 먼저 '사람을 더 만나고 싶다'라고 생각될 만큼의 여유가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만나자고 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만나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막상 먼저 만남을 추진하려니 퍽, 어색한 것이다.


2.

브런치에서의 자아가 일종의 부캐라면, 본캐의 나는 내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먼저 만나자는 말도 아끼는 편이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이유로 이직했는지 등 나의 신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고 연애 상담마저도 잘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전혀 거리낌이 없고 오히려 고맙고 환영이지만,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저 일상적인 대화 - 주식이나, 칼퇴하고 싶다는거나, 뉴스 같은 것들 - 정도가 마음 편하다.


어떤 마음이냐면, 나는 내 결정이나 감정에 대해서 판단 받고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가치판단을 내린 것,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든지, '그럴만한 일이 아니다'라든지 하는 말을 들을까봐 두려웠다. 나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감정인데, 누군가 쉽게 어떤 선고를 내리면 상처 받을 것 같았고, 괜히 소중한 속마음을 꺼내 속살을 드러내느니 애초에 상처받을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너무 피상적으로만 사람을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속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가벼운 일상처럼 내가 이직한 이유, 애인과 싸운 이유 같은 것들에 대해 수다를 떨고, 공감하고, 토론하고 싶은데. 내 마음속에서 그게 잘 안되니까 적극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잠재적인 좋은 관계들을 잃는 것이 더 두려워진다. 그래서 앞으로는 방어적인 모습을 조금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주 4일제의 결론은 이것이다. '현생에서도 내 얘기 좀 하자!' 아아 이 얼마나 뜬금없고, 청소년기스러운 풋풋한 결론인가. 그래도. 이렇게 브런치에 아무말이나 써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듯이. 사실 이야기를 한다는 건 별거 아닌 것이다.


[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6월 3호

21년 6월 14일 - 6월 20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여러분의 MBTI는 무엇인가요?

그래, 사실 이 모든건 MBTI 때문이다. 엠비티아이가 너무 흥미로워져서 막 찾아보다가, 내 자신에 대한 성찰로까지 이어져버린 것이다.

나에게 MBTI의 불을 지른 짤...주변사람들 엠비티아이 물어보면서 대입해보니까 너무나 그럴듯 한 것이다ㅋㅋㅋㅋㅋ(심지어 전팀장님한테까지 물어봄) 역시..MBTI는 과학이다(S분들...근거를 대라고 하시면...제 느낌이 근거입니다^ ^....)

참고로 난 항상 ENTP나 ENFP가 나온다. 사실 대부분 ENTP가 나오긴 하는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친구들이 INTJ이고 ENFP랑 케미짤이 너무 많길래.. ENFP자아 못 잃어..

최애 ENFP-INTJ짤

역설적이게도 오늘의 주제가 '남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나(중2병 주의)'이지만, 유독 속 얘기를 줄줄하게 되는 사람이 드물게 몇몇 있다. 앞서 말한 INTJ친구들이 그렇다. 뭐랄까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그게 뭐야? 이상해'하는게 아니라 '그래 그럴수도 있지~' 하는 느낌..(네? 속으로 욕했다구여?)

그러면 나도 '이걸 받아준다고?'하면서 나도 모르게 신나서 저렇게 TMI대방출....(그래도 친구가 신기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좋다고 했음^ ^..) 뭐 그게 꼭 MBTI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재밌으니까.


사실 내가 MBTI를 좋아하는 이유는, 검사결과가 신빙성 있어서라기 보다는, 짤 때문이다 MBTI를 분류하는 각 요소들을 이해하고나니 타인이 나와 어떤식으로 다를 수 있는지 좀 더 명료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약간 신세계를 느낀게 S와 N이었는데, 둘의 차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의 차이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다 나처럼 생각하는 줄 알았지 모야)

예를들면 N성향이 강한 나는 항상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감상 같은 걸 툭툭 던지면서, 나름의 논리대로 발전시킨 그림이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근거나 자료를 수집하며 현실성을 따지는데,

S성향인 전 팀장님(자꾸 등장시켜서 죄송해요 팀장님...제가 많이 존경합니다^ ^..)은 내가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면, '근거는?'이라고 해서 나의 설렘과 흥분을 푸쉬식 꺼버리는 것이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그렇게 접근하는게 맞지만, 평소 대화할 때마저 나의 뇌피셜을 차단하는게 미웠(^^존경하)는데 S성향은 애초에 구체적인 사례나 경험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게 신기했다.

그래도 팀장님한테 본인 유형에 대한 분석 보내드리니까 놀라면서 MBTI는 과학이라고 인정해줘서 기분좋았다. S한테 인정받는거 최고야..짜릿해..


와인의 세계

브런치 이웃(?)분과 만남을 가졌다...^ ^ 원래는 팀빌딩 하는 플랫폼에서 알게된 분인데, 우연히 둘 다 브런치 작가였고, 브런치 글을 보다보니 내적친분이 생겨버렸다. 감사히도 한 번 뵙자는 말을 공수표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로 옮겨주셔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뭐랄까, 팬팔 친구를 만난 느낌? 브런치 작가끼리 만나면 글에 대한 얘기,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 이런 것들을 말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조심스러운 기분이었다. 부끄러우실 수도 있자나...


여튼 이 날은 와인을 마셨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술을 마신게 얼마만이던가. 오랜만에 누군가와 어색하게 자리를 시작해서 알딸딸함으로 어색함을 지우고, 그 자리를 대화를 채워가는 친분의 시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다. 그저 사람들과 노는게 재미있어서 마시는데, 나에게 술의 묘미란 이것이다 - 어색했던 상대방이 편해져가는 감정을 압축해서 빠르게 느끼게 해주는 것. 카페에서 이야기 했다면 몇 번은 만나야 할 수 있을 이야기들을, 아니 어쩌면 그런식으로는 평생 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술자리 한 번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이 혁명적인 '효율성'이 정말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했나, 한동안은 정말 신이 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좋았다기 보다는 그런식으로 사람을 사귀는게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게 된다고?' 하는 느낌.

그 때 나의 주사는 나이불문 '술자리에서 말 놓기'였는데, 이것 때문에 정말 이불킥을 많이 했다. 취중친목을 하다보면 말 놓기의 경계에 설 때가 있다. 사실 그 당시에도 안다. 여기서 한 번만 참으면 된다는 걸. 하지만 결국 못 참고 질러버린다. '그냥 말 놓으세요~!'

그러다보면 다음날 엄청난 고민에 휩싸이는 것이다.

'같은 업계인데? 같이 일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이 분이랑 나랑 나이차이가... 오빠(언니)라고 불러도 되는거야? 근데 저분은 나한테 이미 반말하시는데. 내가 갑자기 직급으로 부르면 선긋는거 같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웬걸? 와인은 뭔가 다르다. 소맥은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몇 잔 마시는 순간 '아, 이제 취했구나'하는 느낌의 경계가 분명했는데, 와인은 언덕길을 오르는 것처럼 서서히 취기가 오르는 느낌인 것이다. (아니 나 너무 와인 처음 마셔보는 사람 같네. 그런건 아닌데 이 날 와인이 정말 맛있어서 계속 마셨다) 그래서 아무리 취해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와인의 무서움이라던데..) 어쨌든 그래서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다는 후문^.^

술 마셨다고 벌컥 말을 놓지 않는 나, 제법 젠틀해요. (사실 와인이 아니라 코로나 통금 덕분일수도...)


브런치랑 제 현생 모두를 아는 몇 안되는 작가님...☆ 저랑 계속 친구해주세요(아, 걱정마세요 말은 천천히 놓을게요^ ^;)


쿨타임의 법칙

사실 오늘의 주제를 쓰는데 영향을 많이 준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이 날 만난 친구다.

우리는 한 달 동안 매주 봤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쿨타임'을 지키는 편인데, 이 친구와 타이밍이 좋게 주간행사로 만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근황토크 할 말도 떨어지고, 할 말은 지난주에 다 한 것 같고해서 '아, 괜히 또 보자고 했나?'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고 했던가. 사실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너무나 넓고 다양했고, 사실은 꼭 이야기만 할 필요도 없이 다양한 활동(쇼핑이라든지)을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아, 나이가 서른인데도 나는 왜 이렇게 당연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올까. 누가 서른이면 어른이라고 했나. 서른이라도 계속해서 학습해야한다. 나는 친구란 그저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친구와 훨씬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고, 세밀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게 친구를 재정의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주 주간단상 TMI 심각한 수준인듯하다...쓰면서도 발행할까말까 고민 중...)


전 주의 주식 요약


구만전자GFFG의 위엄

일요일에 송리단길에서 친구를 만났다. 다운타우너에 가자길래 주말에 GFFG를? 하며 불안하긴 했지만, 완전한 점심시간에 만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겠지 - 하는 기대감이 무색하게 줄이 바글바글한 것이다.

그나마 그늘에 서있을 수 있으니까 기다려서 먹었다. 친구한테 요즘 노티드도 완전 핫하다며, 카페는 노티드로 갈까? 했는데 노티드도 다운타우너만큼이나 줄 서있는 걸 보고 ㅌㅌ..

사실 GFFG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못썼다.

요즘엔 주간단상도 겨우 쓰는 느낌ㅠ.ㅠ 글쓰는 거 재밌긴한데, 점점 자아성찰만 늘어나는 것 같아서 고민이다. 어쨌든 이건 일기가 아니니까 주제와 기승전결이 있어야하는데. 자유롭게 쓰자고 시작한거지만 심하게 자유로운 느낌..

에휴! 이번주 주간 단상은 진짜 마음에 안든다. 너무 일기같고, TMI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발행하는 이유는, 어떤 형태가 됐든 '발행'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거기에 맞춰서 글을 쓰는 법을 배울 것 같아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발행을 스킵, 스킵하면 결국엔 아무런 글도 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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