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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Sep 06. 2023

쓸데없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해보기

매거진 Yawny Routine 9월호 <숨통이 트이는 순간> 비하인드

디자인을 배우면 가장 만들고 싶은게 매거진이었다.

그래서 7월부터 소소하게 캘린더 겸 짧은 글을 실은 매거진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아날로그형 뉴스레터라고나 할까.


그동안은 만드는데만 급급해서 기록을 남기지 못했는데, 만드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간단하게(가 아니고 엄청 길게) 남겨봄.엄청 기니까 각오하시길^_^;


1. 주제 선정 및 일러스트 컨셉 기획

[주제 및 표지 스타일 정하기]

8월호를 완성하자마자 바로 9월호 주제선정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어떤 방식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있냐면...

그냥 계속 '이번 달은 무슨 메세지를 담지?'를 고민한다. 틈날 때마다 계속. 책상 앞에 각잡고 앉아서 트렌드를 조사하고, 논리적으로 주제를 추리는건 아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나름의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이번 달에 내가 고민하고, 결론을 내고 싶은 주제는 무엇일까?'

'어떤 주제를 잡으면 나의 시선을 진솔하게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와 같이 내가 진심을 다해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다.


9월호는 글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는데, 숨막히게 습하고 더운 여름이 끝나고 날이 선선해지면서 제일 처음 느껴지는 탁 트이는 기분을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이미지를 기획할 때 표현하려는 대상보다 색감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다. 탁 트이는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시원하고 상큼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고, 밝은 하늘색과 상큼한 레몬색에 포인트 컬러(남색이나 핫핑크)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탁 트이는 기분이 가장 극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언제인가 고민해보니, 물 속에서 숨을 참다가 밖으로 나온 순간의 첫 숨이 떠올랐다. (주변에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머릿 속에 남아있던 듯)

남들은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일러스트를 쓰지만, 나는 한 번 꼬아서 시원해졌을 때 시원함을 표현하겠다는 홍머병도 살짝 추가해서 수영하는 이미지를 메인 일러스트로 잡았다.


그리고 주제 문구를 '숨통이 트이는 순간'으로 정했다.


[주제에 걸맞는 메세지 기획]

숨통이 트이는 순간을 주제로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 가장 간절한 때는 팍팍한 일상을 지날 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아 어디라도 좋으니 그냥 훌쩍 떠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일상의 답답함 말이다.


이런 답답함을 느낄 때, 내가 여행을 보내줄 수는 없더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아~ 좀 살 것 같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고, '나는 이럴 때 좀 숨이 트이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본문 메세지를 '일상 속 작은 행복'으로 잡았다.


[콘텐츠 구성 및 레이아웃 기획]

7월, 8월호는 표지 + 달력 + 본문 글의 형태로 만들었는데, 9월호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만큼

글보다는 이미지 표현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글의 비중을 줄이고, 일러스트를 더 추가하는 방향으로 구상했었다.


그런데 A4용지로 콤팩트하면서도 내용이 오밀조밀 들어가면서도 달력으로써의 활용성까지 있는 레이아웃을 아무리 고민해봐도 지금의 2회 접지보다 좋은 생각이 나질 않았고(사실 이것도 아쉬운 감이 많지만), 일러스트를 기획하고 글 분량을 줄일수록 지금 내 콘텐츠의 강점은 그림보다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메세지를 표현하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아직은 이미지보다는 글이 더 익숙하다는 느낌.


사실 글을 깔끔하게 쓰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서 조금 줄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TMI장인이라 에너지를 안들이면 지금처럼 한없이 말이 길어진다^_ㅠ),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글에 영혼을 갈아넣기로...ㅎㅎ

그래서 결국 레이아웃도 기존 발행호와 같은 형태로 가게 되었다.



2. 표지 및 달력, 내지 일러스트 작업

[일러스트 초안 스케치]

처음에는 수영하는 사람이 물 밖에서 나온 모습을 정면으로 그리려고 했다.


(별 개연성은 없지만) 밝은 하늘색의 체크 패턴을 배경으로 사용하고 싶었고, 체크 배경에 튀어오르는 물을 그리면 청량함이 잘 표현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초안...ㅎ

ㅋㅋㅋㅋㅋㅋㅋ뭔가....뭔가 나는 그래도 조금은 싘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싶었는데 작화 한계상 너무 귀여워진 느낌...


그래서 수영장의 청량함을 담을 수 있는 다른 구도의 이미지는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 그렇게 핀터레스트를 방황하다가 Maria Svarbova라는 작가의 수영장 시리즈에 완전 꽂혀버려서 완전 탑샷 구도로 스케치를 전면 수정했다.

https://www.mariasvarbova.com/swimmingpool-gnkl

수정하면서 체크패턴에 대한 기획은 지워버렸고, 격자 무늬 활용과 물 표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라고 하니까 거창하지만...그냥 핀터레스트 자료 찾아보고 주변의 그림 능력자에게 배워보는 것...^_^


그렇게 메인 일러스트에 대한 스케치와 채색이 완성됐고, 다음으로 타이포와 레이아웃 배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 일러스트는 색감과 구도가 퍽 마음에 들었으므로 포스터 같은 편집을 해보고싶었다. 마치 하나의 작품같은 느낌으로ㅎㅎ


매거진 레이아웃상 표지 디자인, 달력 디자인, 내지(본문) 디자인이 필요한데, 같은 일러스트로 3개의 편집을 활용하려니 지겨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통일성은 또 극대화하고 싶어서 표지나 내지를 위한 일러스트를 새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절대 귀찮아서가 아님)


이래저래 엄청 고민하다가 표지 디자인은 청량함을 극대화해서 물로 채우고,

달력 일러스트는 처음에 내가 의도했던대로 포스터 디자인처럼 편집해서 넣었고,

내지 디자인은 (잘 표현되진 않았지만) 계속 고집했던 격자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넣었다. 사실 격자 일러스트는 표지와 달력 일러스트에는 안들어간 요소라, 내지만 따로 노는 것 같아 의도에 비해 통일성이 떨어져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근데 뭐... 애초에 반복되지 않으면서도 통일성도 지키겠다는게 '화려하지만 심플한' 같은 컨셉이라 까다롭긴 했다고 생각함^_ㅜ

완성된 달력 일러스트


3. 본문 글 작업

지금까지는 이 달의 주제 + 큐레이션 하고싶은 콘텐츠 이렇게 2개의 꼭지 글을 싣고 있다.

두개의 꼭지가 꼭 연관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하나의 키워드라도 연결점을 찾아서 메세지를 기획하려 하고있다.


이번 달의 메세지는 '일상 속 작은 행복'이므로 이런 감성을 잘 담은 영화나 콘텐츠를 떠올려보았고, 다행히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적절한 영화가 떠올라주었다.


그렇게 주제 글과 콘텐츠 글을 썼는데 양이 너무 적길래 일러스트를 넣을까, 글을 추가할까 고민하다가 제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인트로 글로 추가했다.


사실 8월호를 만들 때는 글을 쓰면서도 잘 정리가 되질 않아서 일러스트를 그릴 때보다 더 애를 먹었는데, 9월호는 메세지를 정하고 나니 본문은 술술 써져서 비교적 수월하게 완성했다.

대신 일러스트에서 그만큼 더 고생한걸로보아 고생질량보존의 법칙이 있는듯^____^



4. 인쇄 및 포장

나의 계획은 8월 마지막주에 인쇄물을 받고, 9월이 시작되기 전에 지인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하는거였는데... 인쇄 받는거라도 9월 전에 받기를 빌어야할 정도로 제작이 타이트하게 진행됐다^_ㅠ

성원애드피아에서 디지털 포스터 인쇄를 이용하고 있고, 30매 인쇄 기준 만원이 안든다. (택배비 별도)


지난달에는 스노우지 / 백색 / 150g 으로 인쇄했는데 품질이 너무 아쉬웠다ㅠㅠ

데이터에 비해 너무 까맣고 지저분하게 나왔는데, 디자인 자체가 어두우면서 톤온톤 배경이라 더 표현이 안된 것 같다.

게다가 생각보다 종이에 광택이 있어서 손으로 만지면 미끌미끌한 자국이 묻어났고, 접지한 부분에 잉크가 벗겨지는 불상사가...


그래도 이번달 디자인은 밝은 톤이라 인쇄는 좀 수월할 것 같았고, 좀 더 무광 느낌을 내고 싶어서 아르떼지 / 울트라 화이트 / 230g 로 인쇄를 해봤다. 그람수가 너무 두꺼운 것 같아서 걱정됐는데 아르떼지로 하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ㅠㅠ


인쇄물 받아보니, 역시 우려했던대로 2번 접지하기엔 너무 두꺼워서 깔끔하게 접지가 안된다^_ㅠ 대신 달력을 책상에 세워놓기에는 적절하다!

종이 재질은 내가 원하는 무광에 빳빳한 느낌이 잘 나서 만족스럽다.


8월에는 굳이 초반에 지인들에게 뿌리지 않고 약속있을 때 한 장씩 가져가서 주곤했는데, 이번에는 이왕 줄거 우편으로 빨리 전해주고싶었다.


그렇게 리스트를 나열해보니 20명이 훌쩍 넘어버림;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주소와 우편번호, 연락처를 취합하고 인디자인으로 주소 라벨을 출력해서 일일이 자르고, 테이핑하고, 두꺼워서 잘 접히지도 않는 종이를 낑낑거리며 오시넣어서 접지하고.. 리스트업부터 포장까지 거의 2~3시간은 걸린듯.


월요일에 우편 보내야하는데 이번에는 제발 분실 없이 재깍재깍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ㅠ_ㅠ (지난번에는 7통 보냈는데 1통 분실됨...)

별거 아닌거 같은데 3시간 왜 삭제되냐고ㅜ


5. 마무리

처음 기획했던 비주얼과 조금 달라졌지만 원하던 색감은 어느 정도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그리고 글의 메세지와 본문 내용이 꽤나 마음에 든다.


일러스트는... 물표현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느꼈고(나는 평면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을 주고싶었는데 물결의 일렁이는 곡선/입체 감성이 섞이면서 원하던 스타일이 희석됨), 내지 일러스트는 폭망해버려서(^_ㅠ) 그 부분이 아쉽다.

입체표현이 정말 어렵구나를 느낌.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야지ㅎㅎ


반성할 점은 인쇄가 자꾸 늦어진다는 것. 지인들은 9월 둘째주가 돼서야 받게 됐다ㅠㅠ


고민되는 점은...이걸 받아보는 사람들에게 이 한 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걱정이 자꾸만 들었다.

이런걸 받는 것 조차도 누군가에겐 번거로울지도 모른다는 걱정. 원하지 않는 정성을 자꾸만 들이밀며 부담스럽게(혹은 귀찮게) 하고 싶지 않은데, 매거진을 계속 만들고 사람들에게 보낼 수록 그런 모양새가 될까봐 고민이 됐다. 다음호부터는 구독의사를 물어봐야하나싶기도하고..


또 발송 수가 늘어날수록 일이 커지는 것 같아서 창작자인 나는 이걸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역시 든다.


여튼 어렵다!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던 단계를 지나, 만든 걸 어떻게 세상에 내놓을까 하는 고민의 단계로 바뀐 느낌.

그래도 그만큼 한 발짝 앞으로 갔다는거겠지?


Yawny Routine 9월 월페이퍼도 받아가시길�


과연 매거진 여니루틴은 몇 월까지 이어질 것인가....^___^

솔직히 꾸준히 할 자신은 없지만 일단은 해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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