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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Sep 30. 2023

학부 수업: 92와 02의 만남

(거의)띠동갑과 친해지기

이번 학기에 총 3과목의 학부 수업을 듣는다.

(비전공자에게는 학부 수업이 선수 과목으로 지정된다.)

그 중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는 2학년 수업이 있다.

한학기 동안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매주 팀별로 토의하고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는 수업이다.

나까지 총 4명의 팀이 꾸려졌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에서도 풋풋함이 느껴졌다.

왠지 너무 능숙하게 밸런스 잡힌 화장을 한 나의 노련함을 잠깐 숨기고 싶었다.

(화장 잘하는 척 좀 해봤습니다)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이 많다고 쭈볏거리던 한 명이 자기는 1년 휴학하고 복학하는 바람에 지금 2학년 학생들보다 무려 1살이나 많다고 했다.

그녀의 고해성사가 무색해지지 않게 나는 나이를 말하지 않고 대학원생이라고만 했다.


토의 중에 영화 화양연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개봉년도가 내가 태어난 해와 같았다.

팀원들은 그 연도를 보더니,

'와,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이네!' 라며 그 숫자에 엄청난 위압감을 느껴했다. 나는 그냥 못 들은 척 했다.


토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자연스레 수다로 흐르는건 세대공통.

학부생과 친해지면 좋은 점:

축제에 대한 정보를 줄줄 알려준다.

학과 주점의 이름과 유래를 알려준다.

학교 근처 맛집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머릿 속이 온통 졸업 생각 뿐이라, 이런 일상적이고 가벼운 주제는 관심이 없었는데 계속 듣다보니 왠지 모르게 빠져들었다. (대학원생도 사실은 노는거 좋아한다.)

언젠가 다같이 밥을 먹자길래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했다.

팀원들은 좋아요! 하면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려줬다.

...?

언젠가 인터넷에서 요즘 Z세대들은 전화번호 대신 인스타 계정을 교환한다는 짤을 봤는데 그거 진짜였다. 내가 해봄ㅇㅇ


그 다음 주에 우리는 다같이 밥을 먹었다.

남녀노소 만국 공통의 주제인 연애 얘기가 나왔는데, 아뿔싸.

한 명은 무려 곰신(요즘도 이런말 쓰나?)이었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갈 나이라니..


한 명이 우리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으니 다같이 말을 놓잔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나 그래도 말을 놓아도 될 정도의 갭으로 보인다는건가?

(팩트: 그냥 존댓말이 불편했을 뿐임)

나는 냉큼 좋다고 받아버렸다. 왠지 나중에 내 나이를 들으면 급 거리감이 생길 것 같지만..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까진 절대 나이를 밝히지 말아야지.

근데 분명 말을 놓았는데도 나에게만큼은 반말을 머뭇거리는 모먼트들이 있어서 서글펐다.

그렇다고 막 부장님처럼 '허허, 편하게들 하게, 편하게.' 따위의 말을 하기는 더 싫다구!

제발 그냥 반말해줘.....날 막대해줘...

속으로만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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