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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유리 Nov 09. 2021

16. 이탈리아 할아버지

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 이탈리아 할아버지 

    

이탈리아 남자들은 정말 다정하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다정하다. 이탈리아 여행엔 이런 서비스가 있었나? 레스토랑에서 독주를 서비스로 주는 경우, 음식값 뒤에 센트를 받지 않는 경우 등등 말이다. 이렇게 특히 여자들에겐 친절하다. 여행 중에서 만난 이탈리아 사는 이모님이 한국 여자들에 작업 멘트 많이 날리는데 넘어가지 말라고 하셨다. 이유는 한국과 똑같은 거라고, 여행하고 있는 대낮에 일 안 하고 그렇게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그렇게 여자에게 작업 걸고 있는 사람은 우리가 말하는 직업이 없는 백수일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직업에 귀천이 없고, 무슨 일을 하든 참 소중한 거고 백수 또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 나 또한 자발적 백수이니깐 말이다. 백수는 사람을 가려 사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너무 마음을 닫아 버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하늘이 예쁘게 물드는 일몰 시간에 짝꿍에게 가는 중이었다. 길을 건너려는데 할아버지가 “아텐 지오네”?라고 말하면서 팔로 나를 확 밀치며 차도에서 보호해주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지내면서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모두가 차를 멈춰주었고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보냈다. 그만큼 차가 쌩 다니지 않아서 이런 보호는 필요 없는데 말이었다. 그래도 이런 호의에 나는 “그라찌에”라고 답하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 직진하려고 했던 나에게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미켈란젤로 언덕을 간다고 말했고, 그럼 그 길보다는 이 길이 더 빠를 것이라며 나를 따라오라고 안내했다.

난 사실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는 여러 가지 길을 다 알고 있었지만, 내가 또 모르는 길이 있으려나? 하는 마음에 그러냐고 하고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나는 “코리아나”라고 답했다. 이탈리아 할아버지는 한국어도 조금은 할 줄 아셨고, 영어, 독일어까지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이 근처에 산다고 했다. 본인은 셰프고,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나중에 집에 초대하면 먹으러 올 수 있냐고 초대를 하는 것이었다. 이 할아버지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사실 보이프렌드 있다. 말했는데 괜찮다고 답했고 나를 한 번 더 당황스럽게 했다. 내가 이 할아버지가 이상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셀카를 찍자고 했다. 얼굴을 남겨두려고 말이다. 근데 할아버지가 왜 한국 사람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느냐고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손톱에 받은 네일아트가 참 예쁘다며 말을 돌렸고, 그러면서 내 손을 은근히 잡는 것이다. 나는 또 당황하면서 미안한데 나 남자 친구가 기다려서 가야 한다고 말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라갔다. 물론 할아버지가 정말 나쁜 사람은 아닐 테지만, 괜히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이날 정말 빠르게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라갔다.

이유 없이 다정한 사람은 의심하라는 이모님 말이 떠오르면서 경계도 필요한 거구나 생각했던 하루였다. 짝꿍을 만나자마자 재잘재잘 사건을 이야기했다. 그 길로 내려왔지만, 할아버지는 없었고, 그렇게 에피소드로 남았다.     



내가 생각했던 멋쟁이 이탈리아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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