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피렌체에서 제주까지]
# 다시 찾아도 늘 좋은 “토스카나”
아름다운 초록 들판이 펼쳐지는 토스카나는 봄에 정말 아름답다. 사계절 다 보았던 내 느낌은 계절마다 매력이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토스카나를 갔던 것은 그와 함께 했던 가을이었고, 초록한 들판보다는 갈색빛을 띤 들판이었다. 계획 없는 처음 간 토스카나는 생각보다 감흥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와의 첫 근교 여행에 설렘 때문인지 갈색빛도 핑크빛으로 보였을지 모르겠다. 우린 다시 봄에 또 계획 없이 토스카나를 찾았다. 우린 아그리 투리스모(농가민박)에 머물렀다. 유럽 시골마을 집에 이틀 머물게 되었는데, 이 집에는 마당에 큰 수영장이 있었고, 정원에 테라스처럼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여기 앉아 지금 쓰고 있는 글을 그때 썼더라면 토스카나 느낌을 생생하게 더 잘 묘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노트북을 갖고 사진 보정을 하던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일하는 모습이 그래서 다들 섹시하다고 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렇게 조용하고 여유로웠던 초록 초록했던 봄 토스카나는 잊을 수 없다.
근처 코나드 마트에서 우리가 머문 기간 동안 먹을 음식과 와인을 사 왔다.
여기에서 와인이 부족해도 다시 살 수 없고, 마트도 일찍 닫는 경우가 많았다.
할 일이 없는 심심함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해가지면 가로등 하나 없어 하늘엔 반짝거리는 별이 떠있었고, 그 별을 보며 설레었다.
밤에는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풍경을 보며 와인을 마시느라 쌀쌀했던 추위도 모르고, 술이 술술 들어갔다.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이 날도 밤을 지새웠다.
이렇게 무계획으로 다녔던 토스카나 여행이 주는 교훈도 참 많았다. 늘 내 여행엔 계획보다는 무계획이 맞았다.
목적지라는 것이 계획이 어쩌면 인생에서도 필요할까? 꼭 목적지가 있어야만 진정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올바른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면 굳이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아도 주위를 즐기고 느끼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목적지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도 했다. 무언가를 정해 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벼락치기 같은 인생에서 만큼은 필요한 듯싶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 말처럼 내가 늘 마음에 담고 있는 문장이다. 명확한 목표보다는 언젠가 무엇이 되고 싶다 정도 생각해 두는 것이 나와 겨이 잘 맞는 듯하다. 이렇게 언젠가 난 꼭 거기를 가볼 거야라고 말했던 것들이 하나 둘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을 여행을 하면서 특히 부모님 생각이 났다. 나 혼자 너무 좋은 곳을 구경한 것이 아닐까? 내가 돌봤던 환자들이 늘 후회했던 것처럼 우리 부모님도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꼭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고 싶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은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담아가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람은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티브이에선가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숲, 나무, 꽃을 좋아하는 것일까? 점점 나도 자연이 좋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엄마의 카톡 프사가 꽃과 함께인 것처럼 우리 엄마도 꽃을 나처럼 매우 좋아하는데,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자연스러운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제주에서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편이지만, 자연 가득했던 토스카나는 잊을 수 없고, 토스카나는 다시 꼭 가야겠다고 가서 우리는 그는 사진을 찍고, 나는 글을 쓰며 와인 한잔 하며 별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오늘이다.
피렌체에서 지낼 날 도 며칠이 남지 않았던 찰나에 이렇게 근교 여행도, 피렌체 일상도 너무 소중해 하루하루 더 바쁘게 패키지 상품 여행 온 것처럼 보내는 며칠이 되어버렸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너무 아쉬워, 쉥겐이 아닌 비쉥겐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가야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우리의 밤은 길었기에 둘이 여러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디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좋을까 생각해 보기로 하고 토스카나에서 잠이 들었다.
늘 꿈에서도 여행하고 싶은 나에게 진짜 꿈에서도 여행을 했던 토스카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