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 눈앞에 또 다른 세상
피렌체의 여름은 무덥다. 무더웠던 여름에 두 달 정도 한국으로 짝꿍이 가게 되어 함께 한국 가기 전 터키를 여행하다 돌아가기로 했다.
언젠가 터키의 카피도키아 벌룬이 가득한 뷰를 볼 거야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늘 말했듯이 목적지를 정해 두진 않았지만, 터키 카피도키아는 마음속에 늘 가고 싶었다. 짝꿍은 내가 원한다면 기꺼이 들어줬기에 이번에도 함께 터키를 여행했다. 사실 짝꿍은 대도시를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시칠리아 갈까 물었을 때도 시칠리아 나중에 가고 차라리 다른 나라를 가는 게 어때? 라며 말을 하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터키는 고맙게도 함께 했다.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하면서 내 눈앞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터키 카파도키아에 일출은 늘 새로웠다. 아침이 오면 새벽 세 시에 어김없이 눈을 떠졌고 일출을 보러 다녔다. 첫날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 내 눈앞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저절로 기상이었다.
우리가 머문 일주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일출을 보았다.
3일은 벌룬을 보는 장소까지 걸어가서 보았고, 3일은 호텔에서 벌룬들이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고, 1일은 올드카를 타고 조금 더 가깝게 벌룬을 볼 수 있었다.
호텔에서 만났던 커플이 너무 아름답게 벌룬이 떠다니는 뷰를 보고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고, 안 되는 언어로 “너희 지금 너무 예쁜데 사진 찍어줄게” “여기 포토그래퍼야” 하면서 마음을 다해 찍어주었는데, 그 사진이 너무너무 아름다웠고, 그 커플들도 마음에 들었는지 개인 SNS에 박제를 했었다. 그 예쁜 사진을 우리 인스타에 올려도 되냐고 했을 때도 너무 쿨하게 “오브 콜스” 물론이라는 말을 들었다. 진짜 다시 생각해도 내 남자 친구이지만 사진 참 예쁘게 잘 찍는다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잘 찍는 그의 실력을 아니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순간이었다.
정말 내가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세상이 현실이 맞는 건지 자꾸 의심을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예전엔 벌룬을 타면서 뷰를 볼 거야 생각했지만,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느낀 건 멀리서 보아야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역시 인생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막상 벌룬을 타면 중국인 가득한 벌룬에 앞에 보이는 다른 벌룬 들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는 일출에 벌룬들이 두리둥실 떠 있던 뷰는 지금 생각해도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 뷰가 맞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뷰를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보고 있으니 이 아름다움이 두 배가 되어 감동으로 다가왔고, 황홀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카파도키아에서 눈앞에 또 다른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한 사람일 뿐이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이 광경을 보면서 황홀해하는 어느 사람의 존재였다. 이렇게 세상 속에 나는 한없이 작은 사람인데, 한국에서 현대사회에서 왜 이렇게 쉼 없이 바쁘고 아등바등 살았을까? 싶기도 했다. 역시 여행이란 이런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으로 인해 나를 찾아가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맞았고, 나는 이 경험을 놓칠 수 없고 너무 소중해 또 경험하고 싶은 것이 여행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견디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간호사 시절에 선배들이 너는 정말 무인도에 가서도 굶어 죽지 않을 거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늘 나는 누군가의 도움을 잘 받는 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모르면 물어봤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구했다. 내가 늘 도움받았던 기억 때문인지 나도 누군가를 돕는데 앞장서게 된 이유이다.
내가 도움을 받고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될 때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아름다운 사이클이 돌아갈 것 같았다.